brunch

내게 섬 하나가 생긴다면, 뭘 하고 놀까?

사비나미술관: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 신안바다 II>

그 섬, 즉 "내 섬"에서 어떻게 지내면 가장 행복할까?

섬이 아주 많은 곳, 신안에 대해 들은 지 한참이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곳은 꼭 가고 싶은 장소로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신안사진전이라니! 이렇게 되면 안 가 볼 수가 없지. 4월 첫날을 이 곳에서 자축하자!


2.jpg
1.jpg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10.jpg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04.jpg

강홍구 선생이 이렇게 작가가 되기까지의 스토리에 끌렸다.

-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28세에 미대로 다시 들어가서 ‘늦깎이 사진가’”가 되었다는 강홍구 작가님.


- 작가의 색깔이 뚜렷한 점도 매력적이었다. : 어린 시절에 공상놀이 하던 대로 섬을 찍은 사진 위에 상상 속의 그림을 진짜로 그려 넣는 작가.


- 레거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강홍구 작가님: “오랜만에 고향에 가서 고사리를 따고 싶다”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이던 이 섬을 2005년에 작가는 찾아갔다고 한다. 사람들과 살던 곳, 심지어 자연경관까지도 작가의 기억 속 그것과는 달라졌다는 것에 놀랐고, 작가는 이때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서 지금까지 17년간 사진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 오감을 작동시키는 전시: 전시 공간은 신안 앞바다를 상상하기에 충분하게 여유 있었고, 작가가 직접 녹음한 신안 바다의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틀어 두었다. 사진뿐만이 아니라 영상으로도 신안에 있는 1,025개의 섬들을 느낄 수 있게 해 두었다.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08.jpg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12.jpg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11.jpg
사진: 강홍구의 <무인도 연작> 2022
KakaoTalk_20230405_224917235_06.jpg

<강홍구: 무인도와 유인도 – 고향상실과 존재의 빛> 글에서 옮김

“만재도를 찍어 만든 동영상은 일종의 물멍을 위한 작업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는 파도처럼 영상도 무한 반복되고, 가끔 그것을 바라보며 머릿속과 마음을 텅 비우기 위한 개인적 용도였다……… 그 소리는 뻘, 모래, 바위들의 촉감과 짭짤한 바닷물의 맛과 냄새, 내려 쬐는 여름 햇빛과 마찬가지로 내 몸에 밴 것이다. 이미 거의 60년 전 일인데 아직도 생생하다는 것은 기억이라기보다는 이른바 육회 incarnation 된 어떤 것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어쩌면 미술 작품이란 인간이 가진 기억과 감각의 결핍과 무력함을 체험하고 확인시켜주는 하나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내게는 아마도 신안이 그 대상일 수도 있다. 일종의 회귀, 과거로의 도피를 작품인 척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나 아닐까?”


“그러니까 이 궁핍한 시대에 고향을 상실한 인간들은 다시는 도달할 수 없는 사라진 고향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며 그 향수는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세계의 경이에서 비롯되는 <존재의 빛>에 한 번이라도 이르러보기 위해 애씀이다. 그 애씀은 사유와 예술작품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을 것이고 내 경우에는 신안을 돌아보고 작품화하는 것으로 그것을 시도해 본 것이나 아닐까?”


“이를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과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결과로 만들어진 내 작업들은 결국 나를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고향상실>에서 구원해 주었던가? 구원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러는 동안 나는 신안을 체험하고 표현했으며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도 카메라와 붓을 들고 돌았던 17년의 시간과 신안 바다 모든 곳이 옛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지각하지 못한 <존재의 빛>은 무인도와 유인도 사이 어디에선가 광채를 내뿜고 있었을 것이다.”

3.jpg 사진: 강홍구의 <신안 전도> 2022

가족들과 동해안과 서해안은 함께 즐긴 추억이 있으나, 남해안은 본 기억은 가물 가물하다. 작품 사진으로 신안에 대한, 나의 섬에 대한 상상은 더 또렷하게 보이게 되었다. 언제 가지? 신안은 내 마음에 출렁이고 있다.


#무인도 #유인도

* Top Picture - 강홍구의 <무인도 연작> 202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