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고등학교, 그것도 미국..... 힘들다.... 진짜!
다급한 톡이 계속 떴습니다.
짱: "선생님이 안 보였어. 어떡해?"
나: "선생님이 안 보이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짱: "나도 몰라, 안 보였어. 완전 놀랐어. 어떡하지? 나 이제 어떡해야 돼?"
나: "진정하고! 그래서?"
짱: "시험 보는 델 들어갔어. 늦지도 않았어. 근데 선생님이 안 나타나는 거야. 시간은 계속 가는데.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그냥 앉아 있었어."
나: "어떡해야 돼, 이제?"
짱: "우린 시험 보는 곳에 들어가면, 전기기기는 무조건 꺼야 돼. 전자기기에 손을 대는 게 카메라에 잡히면, 무조건 펑크야. 급한데 연락은 못하고..... 시간이 오버될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리기만 했어. 이제 연락하는 거야."
나: "어떡하지?"
짱: "큰일 났어. 이러다가 0점 받는 거 아니야? 시험을 전혀 못 본 거잖아. 인터뷰 시험인데 선생님이 없었어."
긴급상황이었다.
온라인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 이외에 이렇게 덤으로 받는 "훈련상황"은 정말 "세상 사는 걸 배우는 진짜 공부"였습니다. 그런데, 또!! 어게인! 발생하다니.
머리가 하얗게 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나도 이런데 저 고딩이는 어떨까. 침착하자. 숨쉬기 하자. 하나씩 & 함께 & 이번에도 해결해 나가자."
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짱: "우선, 학교에 이 상황을 알리고, 도와 달라고 해 보자."
나: "좋네. 학교에 누구에게 연락하지?"
짱: "떠 오르는 사람은 다 해야지, 뭐. 선생님에게도 연락해야지. 누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 "좋네. UT (짱이의 본교인 텍사스주립대학교 부설 고등학교)에도 연락해야 할까?"
짱: "일단 BYU에서 발생한 일이니까, 여기서 해결해 보자. 그리고, 안 되면, 그때 학교에도 연락해 보자."
나: "해결하려면 한꺼번에 다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너네 학교에서도 알고 있어야 추후 도움 받기 좋을 텐데. 이건 대형 사고인데. 학생 혼자 해결하기에는 벅찬 사안이야."
짱: "일단 해결이 될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엄마. 지금은 미국이 한 밤중이니까, 메일 준비해 두고, 그쪽 아침에 맞추어서 바로 읽어 볼 수 있도록 보내자."
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보내는 게 나아. 이런 일을 어떻게 그쪽 시간에 맞추어 보내니? 누구든지 세상 어디서든지 그쪽 학교 담당자가 읽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바로 보내자고 난 권하고 싶어."
짱: "그럴게 그럼. 아직도 내가 너무 떨려서 그래. 손이 달달달 떨려."
나: "그래, 얼마나 놀랐을까? 잘 될 거야. 숨 크게 쉬고."
짱: "고마워. 내가 일단 메일 써 볼게. 엄마한테 draft 보낼 테니까 읽고 코멘트줘. 그렇수 있어?"
나: "나야 고맙지, 그럼. 천천히 마음 안정 좀 시키고, 메일 써서 보내줘."
일반 학교를 다니는 보통 학생이었더라면?
부질없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시험을 치다가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학생이 일일이 움직여서 직접 해야 될 일은 별로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듣기 시험 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른들이 스피커를 고쳐 주든, 기계를 바꾸어서 가져 오든 했을 것이고, 선생님이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으면, 반에서 한 명이 교무실로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일 겁니다. 시험 중에 연필이 책상 아래로 떨어져 버리면, 손들고 선생님에게 알리고, 몸을 굽혀서 주으면 될 겁니다. 뭐든지 서로 눈을 보고, 손짓 발짓으로 설명해 가면서, 소통이 될 것입니다. 온라인 학교는 상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말하기 시험이 있을 땐, 버츄얼 시험장의 링크를 학생이 요구해야 하고, 이 링크를 받을 때까지 신경 쓰이고, 시험 치는 날 이 링크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작동할 것이라고 철떡 같이 믿어야 하고, 세상 어딘가에서 들어오는 시험 선생님도 스케줄을 꼭 기억할 것이라고 믿어야 하고, 카메라에 보이는 것이 신뢰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에, 안 보이는 곳에서는 어떤 동작도 하면 안 됩니다. 몇 번의 우여곡절이 지난 4년간 있으면서 우린 나름 어느 정도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대형 사고였습니다.
선생님을 이해할 수가 없네, 왜 이러실까?
짱이는 BYU 브리검영 대학교의 웹사이트를 뒤져서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은 어른들을 찾았습니다. 온라인으로 공부하면서 기계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하는 부서, 교학과 같이 학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하는 부서, 스페인어 인터뷰 시험을 보게 되어 있었던 선생님의 연락처 등을 다 수신란에 넣고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있었던 상황들을 한 가닥 한 가닥 디테일하게 적고, 자신이 했던 행동들도 다 적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런. 데. 황당한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스페인어 시험에 들어오게 되어 있던 선생님은 자신은 버츄얼 테스트장에 있었는데, 짱이가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두리번거리고만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을 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답장을 읽는 짱이의 표정이.....
짱: "나는 선생님이 보이지 않아서 당황해서 기다렸는데, 선생님은 내가 보였는데도 왜 아무 말을 하지 않은 거지? 내 화면으로는 선생님이 안 보였는데, 어떻게 선생님은 내가 보였던 거지?"
나: "황당하네.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어쩌지?"
짱: "그럼, 나 빵점 받는 거야? 선생님이 다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거네."
나: "다른 쪽에서 연락온 거는 있니?"
짱: "응. 기계 고장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시험 담당하는 선생님이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달려 있대."
나: "아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짱: "어떡해야 하지? 나 0점 받으면 타격이 큰데. 그리고, 너무 억울한데. 준비를 진짜 많이 했거든. 시험도 못 쳐 보고,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너무 억울한데, 이건."
나: "우리 학교에 연락할까? 이건 학생의 인권에 관한 일이야. 그분들도 아셔야지, 다른 학생들이 타교에서 공부할 때 이런 불이익은 받지 않지."
짱: "그러기에는 내가 시간이 너무 없어. 다른 과목들도 공부해야 하고, 스페인어도 아직 끝날 때까지 많이 남았어. 일단 다시 이 선생님에게 연락해 보자."
스페인어 선생님은 자신의 상사인 다른 선생님까지 메일에 넣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짱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황당했고, 짱이는 아직 배워야 할 진도는 한참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이 상황은 온라인이었고, 뭐, 달려가서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지지도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어 선생님은 자신의 "보스 선생님도 이번 일은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메일에 또렷이 적어서 보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선생님이 보낸 메일에 답장을 쓰면서 짱이는 자신이 그 시점까지 받았던 스페인어 점수들을 인용하면서 "나는 성적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쓰는 학생이고, 그렇기에 시험을 안 칠 이유도 없고,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증거가 그간 받은 스페인어 점수들"이라면서, 다시 "한 번만 더 시험을 볼 기회를 달라"라고 간절히 메일을 썼습니다. 답장은 No였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짱이는 다시 학교 웹사이트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방법인 "Petition 청원서를 제출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청원서라니.... 가슴이 또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뭐라고, 그냥 한 번 더 시험 보게 하면, 15분이면 끝날일을..... 청원서라니...... 이걸 또 쓰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어서 써야 하는데, 과연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 시간은 있는지.... 쓰면 짱이가 써야 하는데.... 난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나.....
이 일에 대해서는 짱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엄마인 저도 짱이의 얼굴만 살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입시 준비도 짱이가 리드를 하고 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주간 평가, 퀴즈, 과제 제출, 실험 보고서 등등 해야 할 일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짱이가 이 많은 공들을 저글링해야 하는데, 엄마인 제가 나서서 그 흐름을 흔들 수는 없었습니다. 흔들 때 흔들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오롯이 짱이 몫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말 시험을 친다고 업데이트를 해 주는 날이 왔습니다.
짱이는 "엄마, 박수! 박수!"라고 외치며 안방에서 나왔고, 영문도 몰랐지만, "박수!!"라며 호응을 했습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마음 한편에는 "기말이 끝났으니, 박수치라는 거겠지? 근데 그 펑크는 어떻게 된 거지?"라고 걱정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 순간도 짱이와 함께 즐겨야기에 신나게 박수를 쳤습니다.
나: "근데, 무슨 박수니?"
짱: "스페인어, 완전 끝! 이제 독일어만 집중할 수 있어. 음하하하하"
나: "우와, 축하해. 박수!"
짱: "무려 나의 점수는...... 점! 전체 최종 점수..... "
점수를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하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는 어쩌자고 이렇게 점수에 연연해하는 걸까요. 그냥 시험 보고, 보통으로 받으면 될 일을..... 엄마의 마음에는 빵구난 그 점수를 이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이 아이는 또 고생을 할 것이기에 그것이 더 걱정인데....
짱이는 1점이라도 더 받을 마음으로, 복습을 하고 또 하고, 결국은 자정을 넘기는 시간에 시험 보러 들어갔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시험장이 된 안방! 3시간짜리 시험이라더니, 40분이 넘을 무렵, 문을 벌컥 열어재끼면서, 소란을 내면서 이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그럼, 얼마나 고생했는데..... 말이 온라인이지, 물어볼 선생님도 없고, 전부 영어로 설명 듣고, 이해하고, 시험은 또 얼마나 많았는데..... 고생했다. 떠들어라..... 엄마가 점수를 얼른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진 짱은 다시 천천히 설명해 줍니다.
스페인어 기말 총점 평균 98.23점으로 마무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 "근데 이제 우리 그 펑크 난 점수, 어떻게 하지?"
짱: "아, 그거! 그건 반영이 안 될 거야. 왜냐하면, 그런 룰이 있더라고. 한 코스 내에서 최하 점수는 그냥 drop 된대. 내 점수 중에서 그 점수가 가장 낮게 받은 거거든."
나: "대박! 그런 법이 또 있어?"
짱: "응. 그렇더라고. 우리 그때 시간도 없는데..... 할까 하고 무지 고민했었잖아. 그때 학교 웹사이트를 뒤져 보니까, 그런 규칙이 있다 하더라고. 그래서, 뭐, 그냥 놔뒀지, 뭐."
나: "똘똘하구나. 오~~~ 훌륭하다. 박수!"
짱: "보여줄까? 내 성적표?"
나: "그럼, 난 좋지. 괜찮겠어?"
짱: "물론!"
짱이 말대로 "0점"으로 채점이 된 항목 위에 줄이 그어져 있고, "최종 점수 계산에서 이 점수는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0점의 앞 뒤에는 100점으로 고공행진을 계속 이어온 한 고등학생의 노력이 가지런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의 성적표에 기어이 0점을 적어 넣는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평가지의 모든 항목, 단어, 발음과 유창성, 이해력, 문법, 과제 완수 등에 모두 0점을 적고, 코멘트까지 달려져 있더군요. 이 청소년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이 시험을 치기까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왜 시험장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무슨 일이었는지, 그 선생님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생각이 전부였고,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졌습니다. 짱이는 이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왜 학생에게 말을 걸지 않는지, 메일까지 보냈는데 상황에 대해 당사자인 학생에게 질문도 하지 않는 이 어른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나: 너 괜찮아? 성적표에 낮은 점수 있는 거, 무척 싫어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0점이야.
짱: 난 괜찮아. 0점은 내가 받은 점수가 맞아. 근데 그 점수 외에도 내가 받은 점수는 셀 수 없이 많아. 그리고, 다행히도 거의 모두 만점이야. 0점과는 완전 반대이지. 그리고, 총점은 98.23이야. 난 최선을 다했어. 그럼 됐어.
나: 그 선생님이 궁금하지는 않아?
짱: 그 후에도 그분이랑 2-3번 더 인터뷰 시험도 봤어. 그땐 괜찮던데.
나: 그래? 난 몰랐네. 떨리지 않았어?
짱: 난 시험 땐 늘 엄청 떨려. 그래도 어떡해. 그분이 시험 감독으로 들어왔고, 난 시험 봐야 하고. 봤지.
나: 그래서? 성적은 어땠어?
짱: 100점이었지. 매번 모두.
나: 와~~~ 우리 딸, 멋지다. 엄마는 성적 보다 너의 이런 인간 승리가 더 멋져. 이제 하산할 때가 됐네. 됐어!
더 듣고 싶은 과목이 자신이 다니는 온라인 고등학교는 없다고 학교 카운슬러 선생님에게 의논을 했을 때, 걱정 말라는 목소리로 "이웃 학교에서도 들을 수 있다"라고 하면서 열어 주었던 BYU 브리검영대학교. 테마파크의 마술의 집에서 놀잇감들이 가득 들어 있는 거대한 케비넷을 여는 듯한 기분으로 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한한 배움의 기회들을 보았을 때의 흥분이 기억납니다. 그 후 지난 3-4년간 UT로, BYU로 화면을 켰다, 내렸다를 수백 번, 수 천 번 반복했었던 시간들이 점점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수고했다, 짱. 제대로 한 고비 넘겼네.
이제 조금만 더 돌면 완주다.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일어서자, 자, 박수!
** 사진에 담은 스토리:
우리 집에선 작은 성취도 축하하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힘들게 달성해 낸 그 수많은 시간들을 아주 짧게라도 푹 만끽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예요. 스페인어 풀 코스를 마무리한 날, 그 주말에 짱이는 파티를 선언했죠. 그리고, 집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스페인 요리 맛집을 찾아가서 일요일 오전을 느긋하게 맞이했습니다. 아! 얼리버드들을 위한 서비스 요리까지 챙겨 먹어야 한다는 짱이 덕분에 즐길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었어요.
* Top Photo - 사진: Unsplash의Siora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