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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Aug 20. 2019

미래교육: 미국온라인수업에서 수학을 배웠다

세계 속 배움터는 학교담 정도가 아니라 국경도 넘어서 배울 수 있다

중학교 3년, 초등학교 6년을 통틀어서 가장 자신 없어 했던 과목이 수학이었다. 학원에서 수학을 보완할까도 짱이, 짱파와 여러 번 생각하고 의논했지만,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었기에 늘 학원가는 카드는 포기했다. 수학 점수가 낮아서 수치스럽다며 짱이가 괴로워할 때도 우린 시험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성적에는 신경 쓰지 않도록 격려했다. 자신의 꿈인 엔지니어링을 하려면 수학은 필수라며, 이번 여름에는 수학의 기본 실력을 다져 두겠다 했다. 그래서 수학 캠프만 두 곳을 지원했고, 캠프 지원서를 쓰는데만도 거의 한달 가까이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러나 두 학교 모두에서 탈락. 짱이는 불합격이 된 이유로 지금까지 받았던 수학 점수가 나쁘기 때문에, 자기에겐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더 속상해 했다. 마지막 선택지로 마감에 쫓기며 신청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온라인프로그램. 미국 10학년들이 배우는 Algebra 2로 Honors코스로 신청했다. 다행히 마지막 지원자로 기회의 문이 열렸다. 두둥~~ 

교과서인 책은 거의 1,000페이지에 달했는데, 짱이는 챕터별로 분철을 했다.

온라인이라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기회가 있었다. 


학생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배우려 하는지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온라인교육이다. 한편으로는 시간 관리를 할 수 있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을 대비할 수 있었다. 짱이는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참여하겠다고 한 캠프 일정들을 따져 보았다. 수학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여름방학이라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이 때가 아니면 놓칠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들이었다. 


6월 2째 주: 코스 시작

6월 4째 주부터 2주간: LA The Young Americans 연수 

7월 4째 주 2박 3일 오케스트라 캠프

7월 5째주 1주: 앙트십 캠프

8월 1째 주 3일: 카이스트 과학캠프

매주 화목: 목공 인턴십

매주 토: 음악 수업 – 첼로, 기타, 오케스트라  

매주 월수금: LA 귀국발표회 준비 및 프로그램 

8월 11일: 오케스트라 여름 정기 연주회


희한하게도 하나도 겹치지 않고 앞뒤로 테트리스 게임마냥 정열이 되면서 잡혔었다. 짱이는 첫 3주차를 열심히 해결해 나갔고 LA로 떠나기 전에는 Algebra 담당 선생님에게 메일로 자신이 참여할 캠프들의 일정과 이유를 설명해 두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는 캠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도 못 볼 뿐만 아니라, 공부도 못할 예정이라고 알려 두었다. 친구들에게도 수학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주에는 “잠수 타는 중”이라고 알려 두고 일주일간은 모든 SNS를 멀리했다. 다른 친구들도 중간 기말 고사 기간에는 이렇게 공부한다면서. 우리는 이 아이의 태도가 다소 유머스러웠으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 박수를 쳐 주었다. 

성적이 실시간으로 올라 왔고, 결과를 볼 수 있기에 더욱 동기 부여를 받았다.


시간을 들여서 하면 수학도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NWU의 Center for Talent and Development는 전세계 어디서든 어린이 청소년Gifted Kids 들이 단기 집중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프라인 캠프에서는 3주간, 온라인수업으로는 9주 간 수업으로 미국학교에서 1년 동안 배울 내용을 모두 배운다. 수업을 잘 따라 오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으로는 매주 퀴즈와 디스커션 과제, 시험, 중간 고사, 기말 고사 등등이 꼼꼼히 구축되어 있다. 짱이는 교과서로 정해진 책을 정독하고, 과제들을 해 나갔다. 책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경우에는 온라인강의들을 들었다. 어떤 때는 문제 하나를 들여다 보면서 1시간 동안 낑낑대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기도 했다고 했다. 9개월 동안 학교에서 차근 차근 배울 내용을 9주만에, 그것도 선생님도 없이 온라인으로 배우다니! 가능했었다. 

흥미로운 점들이 있었다. 결국 온라인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생이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지 점수가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퀴즈를 풀고 업로드를 하면 선생님이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를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원할 경우에는 다시 풀어 볼 수가 있었고, 맞출 경우엔 점수가 올라갔다. 시간도 없는데 웬만큼 점수가 나오면 다음 진도로 넘어가면 좋으련만 짱이는 끝까지 반복해서 풀었다. 그렇게 기초를 탄탄히 해 두지 않으면 뒤에 가서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짱이는 자신의 성향과 수학 실력을 동시에 파악해 나갔다. 


부모인 우리가 점수에 연연해 하지 않고 수학적 사고!만을 고집했더니 드디어 꿈꾸던 대로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풀어 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좌절감이 자꾸 생겼지만, 새벽 2시까지 이렇게 하길 반복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잤는데, 꿈 속에서 수학 문제가 보였다는 것이다!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도 아니고!!! 꿈속에서는 자기가 어떻게 어떻게 풀었다고 했다. 새벽 6시에 다시 눈이 떠지고, 수학책을 펼쳐보니 꿈 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 같은 문제가 있었다고!! 괴짜라고 부를 수 밖에.

 

다소 다른 수학에서는 자신도 훌륭한 결과를 거둘 수 있음이 증명이 되어서 짱이는 행복해 했다.

온라인공부에서 선장은 학생이고, 어른들은 선원의 역할만 하면 된다. 


7월 말에 앙트십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데 Algebra 선생님에게서 메일이 왔다. “이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서 공부를 시작하지 않으면 마감 때까지 다 마치기가 벅찰 수도 있다”라고 쓰셨다. 짱이는 “제가 6월달에 설명했듯이 저는 지금 캠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잠도 못 자고 활동을 할 정도로 바쁩니다. 수학을 할 시간은 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씀 드렸듯이 이 캠프 후에는 과학 캠프가 있고, 이 캠프가 끝나야지 저는 다시 수학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엄마, 우린 수학 신청할 때부터 이렇게 될걸 예상했었어. 마감 전까지 다 해 낼거야”라고 말하는 고딩이는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있었고 믿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믿음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마미가 이 믿음을 흔드는건 적절치 않았다. 


드디어 8월 11일 일요일 저녁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막을 내렸고 모든 캠프 등이 마무리가 되었다. 월요일 아침 짱이는 Algebra 2 교과서를 펼치고 거실에 앉았다. 자기가 몇 시에 자는지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새벽 2시까지 문제를 풀고, 다음날 정오까지 자고, 다시 새벽 5시까지 수학을 풀고, 다음 날 10시에 일어나서 다시 수학을 하고를 반복하였다. 마감에 쫓기지만 목공 인턴십과 기타 레슨, 첼로 레슨을 빠질 수는 없다며 다 갔다. 지금과 같은 속도와 몰입력으로 간다면 마감 직전까지 진짜 모든 과제를 마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거나 갑자기 너무 어려워진다면 안타깝게도 눈 앞에서 마감을 놓칠 것 같았다. 속이 탔다. 하지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단지 기분이 좋게 해 주고, 맛있는 식사와 간식을 마련하는 일만 해 줄 수 있었다. 


앞 단원에 해당되는 시험과 과제들을 모두 마무리 해야 그 다음 단원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채점을 해 주어야 그 다음을 나갈 수 있다며 한 밤중에 다급해했다. 짱이는 선생님에게 협조를 구하는 이메일을 썼다.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이 지구상 어디에서 선생님이 읽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썼다. 와우! 단 10분 만에 선생님이 답장이 왔다. “네 상황을 이해한다.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내가 채점을 할 동안 너는 계속 진도를 나가도록 해 둘께”라고.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의기양양한 미소! 선생님은 짱이가 퀴즈 등을 올릴 때 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바로 바로 채점해서 결과를 올려 주셨고, 짱이는 틀린 문제는 다시 풀 수 있었다. 한 문제도 놓치기 싫다며 최선을 다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너 (베)짱이 맞니?” 




모든 과제물을 업로드 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 1시경. 마감 1시간 전이었다. 대업을 마무리한 짱이는 중학교 때 성적표들을 모두 꺼내 놓고 수학 점수들을 살펴 보았다. 15점, 6점, 65점, 48점, 52점, 73점…. 초라한 점수들이었다. 친구들은 진심으로 "너 수학 좀 신경 써라"라는 말을 해 주었고, 그 때 마다 녀석은 “나도 잘 하고 싶어. 근데 잘 안 되잖아”라며 속상해 했었다. 이번 온라인 수학 수업은 최종 마감까지 한 주가 채 남지 않은 월요일부터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붙어서 눈뜨면 수학 풀고, 밥 먹고, 수학 풀고, 또 풀고, 다시 밥 먹고, 또 풀고, 또 풀고, 다시 밥 먹고, 또 수학 풀고, 그러다가 취짐, 그리고 다시 눈뜨면 수학 풀고……를 반복하면서 하루 하루를 금 같이 여기며 보냈다. 전체 9주차 과정 중에서 약 5주 분량을 한 주 만에 풀었다. 이건 정규과정에서 1달 동안 배우는 양을 집중해서 단 하루 만에 해결해 간 것이다.   


이번 여름에 수학만 실컷 하고 싶다더니 진짜 눈 앞에 도표와 수식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수학을 실컷 했다고 한다. 스스로도 대견스러웠는지, “I am so proud of myself, we did it, Mom, Dad, you are awesome”을 연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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