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Oct 02. 2019

뭐가 휙 지나갔어, 분명히 "메이커스페이스"라 했어!

미국 아빠가 아이들과 놀기 위해 동네에 만든 메이커스페이스! 말이 되나?

워킹 맘으로 아이가 초중등을 다니는 동안 등굣길을 바라볼 수 있었던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집 앞에 있는 곳을 다니면서도 "노란 차"를 너무 타고 싶어 했고, 드디어 초등 셔틀버스를 정식(?)으로 타게 되었을 때 아주 가끔씩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저기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손을 흔들면서 배웅을 했었습니다. 매일 할 수 없었기에 무척 소중했던 며칠! 미국으로 서머스쿨을 가면서는 이 등하교를 지켜보는 재미가 1년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큭큭큭.... 


그날도 중딩이를 태우고 서머 스쿨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뭔가 휙 지나갔습니다. 뭐였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다시 또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뭔가 있었는데.... 재밌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간판도 기억이 안 나! 이렇게 며칠을 반복했고, 호기심만 커졌습니다. 드디어 작심을 하고 이 건물을 보기 위해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몇 번을 돌더라도 오늘은 보리라"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서행 주행으로 탐험에 나갔습니다. 빙고! 메이커스페이스구나!"차 돌려주세요." 건물이라서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행여 또 놓칠라 마음이 급해집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뛰어내렸습니다. 아뿔싸. 너무 이른 시간이었군.... 하긴 학생들이 학교 가는 시간이니....... 다시 오자...



쉽지 않게, 행운으로 눈에 띄어서, 찾아온 메이커스페이스가 바로 핵스튜디오였습니다. 이 곳은 시카고 근처에서는 꽤 알려진 메이커 스페이스로 건축가인 아빠가 아들과 함께 즐거운 유년시절을 만들고 싶은 마음과 자신이 하고 있던 제품 디자인 & 메이킹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 합니다. 운이 좋아서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이 대표가 클라이언트와 대화하는 장면을 먼발치에서 볼 수도 있었어요. 그때의 흥분이란!   이 곳은 공간이 무척 무척 컸습니다. 과거에는 "시외버스터미널"로 사용되던 곳을 이렇게 바꾸었다고 하니! 

세상을 두루두루 보여 주고, 중딩이가 관심 있는 곳들을 집중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잡은 일정이니 만큼 스케줄을 잡고 들렸습니다. 중딩이는 이 곳에 비치한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창의력은 다른 것을 접함으로써 나온다고, 작업 공간을 구성할 때도 이 점을 기본으로 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테이블과 의자들,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에서 통일성을 띈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기보다는 이용객들마다의 취향과 그날그날의 기분 등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인 듯했습니다. 오른쪽 뒤쪽에는 통유리로 만들어진 소규모 미팅룸도 있습니다. 넓디넓은 작업 공간을 와 봐서 흥분한 중딩이와 수다를 떨며 "영감"을 일으키기 놀이도 해 봅니다. "이 공간에서는 어떤 메이커들이 어떤 창작 작업을 할까?" 이 메이킹 작업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 보는 건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그 공간 자체로 만도 만든 이들의 콘셉트를 전달합니다. 최대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다름에서 오는 삐걱거림이 창작의 불씨가 되도록 하는 것 같았어요. 이 곳의 특징은 녹음실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수 지망생들이 데모파일도 작업할 수 있고, 시를 쓰는 분들은 시를 쓰고 시낭송도 한다고 해요. 메이커스페이스라 하면 테크 중심만 있을 것이라 상상한 우리들의 상상력이 확 더 커지는 느낌이 되었어요. 그 "아하~~~" 모먼트! 행복했네요. 


어마 어마한 사이즈의 셔터 문으로 분리된 공간에서는 전기 툴을 이용한 작업들이 한참이었습니다. 중딩이와 함께 간 친구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기만 해도 그 열기를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중딩이에게 "근데 이 좋은 작업실에 여성 메이커도 있으면 좋으련만.."해 봅니다. 

같이 갔던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던 미팅룸. 전면이 화이트보드로 되어 있고, 여러 가지 설계도가 그려져 있어서 이 방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 주었어요. 역시 이 방도 상당히 컸어요. ㅎㅎ 중딩이와 어린이들은 칠판에 한 껏 멋을 부리면서 써 봅니다. 마치 자신들이 어른이 되어서 메이커로 이 방을 쓰게 될 날을 상상해 보기라도 하는 듯합니다. 부디~~ 

저 자동차는 어린이가 만들고 있는 중이라니! 가족들이 주말마다 와서 저렇게 조금씩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메이커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저렇게 자동차를 만들어 보는 것이 로망 중의 하나. 이 설명을 하면서 설명해 주시는 분도, 듣는 어린이 & 중딩이도 신이 났습니다. 내가 만든 것을 아빠 엄마랑 같이 타고 달린다?!  

미국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 있는 핵스튜디오  Evanston Hack Studio

이 핵스튜디오의 특징은 윗 사진 왼쪽에 있는 "Done"이라고 적힌 징(gong)입니다. 시작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기에 이 곳에서 작업을 완성하면 저 징을 울리고, 그 순간 모두가 작업을 멈추고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고 합니다. 멋지지요? 또한, 저기 군청색으로 길게 놓여 있는 곳은 메이킹한 작품들을 발표할 때 무대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흥미로웠어요. 

어린이들은 자기들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안내해 주시는 분은 지역 학교들에서 이 곳으로 견학 수업을 많이 오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있고, 주말에 패밀리 단위 프로그램도 있고, 홈스쿨을 하는 친구들은 개인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고, 수업도 받는다고 합니다. 걸즈들은 자신들도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고 다시 와서 사용하고 싶다고 했어요. 뭐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시를 짓고 있었는데 그걸 여기서 하면 더 잘 쓰일 것이라 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초등학생이 창작시를 쓴다.... 흠...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희 중딩이는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로 날아다니는지 표정이 진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큰 공간에서는 각자 자기 작업을 하고, "공간관리 및 안내"를 하는 분은 바로 위 사진 속 여성 한 분뿐이었어요. 부대표이기도 한 이 분은 초등학생, 중학생인 이 꼬마 손님들에게 얼마나 열심히 설명을 하던지 감사를 넘어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묻는 천진난만한 질문에도 일일이 대답하고, 확장해서 설명해 주고, 미래의 잠재 메이커로서 존중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가 하는 역할? 저는 커뮤너티문화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상상하고 있는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곳. 그곳이 메이커스페이스라 생각합니다. 









이전 08화 대학캠퍼스의 메이커스페이스, 동문회의 총애를 받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