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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Oct 01. 2019

미국은 동네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가 있다고?

일리노이주 엘럼허스트도서관 지하의 변신, 였다.

중딩이랑 미국 친구들이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명이 소식이 없었어요. 걱정할려는 찰나에 달려온 이 아이!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기도 전에 저에게 숨을 몰아 쉬며 "You should go and check it out. It is super awesome"이랍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메이커스페이스들을 돌아볼 계획이었다고 아이들에게 며칠 전에 말했더니, 기억을 했었나 봅니다. 이 아이는 엄마가 알려줘서 자기 옆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된 메이커수업을 갔다 왔는데 무척 재미 있었나 봅니다. 무엇이라? 갑자기 딸보다도 엄마가 관심이 쏠렸습니다. 당근! 바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중딩이와 함께 가면 좋겠지만, 이미 캠프가 시작되어서리..... 주말까지 기다리기에는 좀....., 그러기에는 제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저만 좋은거 보고 다녔습니다. 


바로 다음 날 엘럼허스트 도서관으로 고고~~~ 


흐악!!!! 무슨 도서관 입구가 이렇게 멋지지? 바닥에 두 갈래 길이 표시되어 있었고, 문 앞에서 망설였습니다. 둘 다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오른쪽 길로 가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왼쪽으로 꾸욱 발바닥을 딛었지요. 친절하게 쭉~~ 따라만 가면 되었어요.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두둥 문이 열리자~~ 
색종이로 할 수 있는 간단한 만들기 부터 천장에서 내려 오는 글루건 등등등
알록 달록한 문구들과 잘 정리된 물품들, 그리고, 메이킹에 시선을 고정한 아이들의 모습들.
어른의 모습이 눈에 띄고, "Hi~ Any help?"라며 말을 걸어 왔습니다. 아이들은 메이킹을 하며 노느라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어요.  진정 몰입이구나! 


메이커의 도구들! 흥미 진진하도다!!
메이커라고 했을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3D프린터" "값비싼 기자재" 이런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본능인 create 창조, 즉 만들기를 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메이커스페이스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먼저 하는 아이들을 살펴 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벽면 전체를 칠판으로 만들어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두었다. 

화이트 보드만 요즘엔 보이는데, 오래간만에 블랙보드를 보는데 그 투박함에 괜히 눈이 가고 마음이 꽂혔지요. 저렇게 한 벽을 다 차지하도록 공간디자인을 했을 때는 분명 컨셉이 있으리라! 아날로그 시대를 기억하기 위함일까? 내 생각인데, 뭐, 내 맘대로 해석하는거지! 다른 경험을 하도록 하는 환경이라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해도 되나? 어른이 옆에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별 별 물음이 생겼습니다. 도서관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에게 물어 보았더니,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지 자기에게 물어 보면 된다고 합니다. 그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등을 물어 본건데.......


어린이, 청소년들을 메이커로 존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물을 파괴하거나 물건을 낭비하거나 그런 일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사람"들은 다 이 곳이 동네도서관인 걸 알고 있고, 우리 커뮤너티의 재산이기에 같이 아끼는데..."라고 대답할 것 같은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찬찬히 돌아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곳이 동네도서관 ..... 지하라는거지?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메이커들의 도구를 한 점씩 사진으로 담아 두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물건이라도 먼저 갖추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일단 하나씩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도구들을 다 이용해서 만든다면 ... 

어린이 청소년들이..... ! 

얼마나 신날까! 

전체적으로 초록 톤으로 디자인된 것은 이 도서관이 있는 동네가까이에 숲이 있다는 것을 연상하게 해 주었고, 기계들과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 사실 이렇게 좋은 도구들을 마련하는건 돈만 있으면 되는거야. 그런데, 돈만 있다고 되나? 

이러한 창작 공간을 모든 어린이 청소년 어른, 즉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동네 도서관에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일이 공간보다 우선인듯 하였습니다. 그 후에 이 공감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는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으니까요.  


후아~~~ 
연신 감탄하는 저에게 청년이 다시 다가 왔습니다. 

"You like it?" 

"Of course! Very Cool~"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 보았습니다. 청년은 이 곳은 단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다들 꺼리는 지하 창고였다고 합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고민을 하다가 이 공간을 업사이클링하기로 했다며! 창조다, 진짜 멋진 창조! 보일러를 비롯해 원래 이 곳에 있던 덩치 큰 기계들은 저 쪽 팬스 너머로 옮겨서 모두 다 그대로 두고도 이 만큼 공간이 생겼다고 들려 줍니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필요하다면서 어마 어마한 예산을 들여서 건물을 올리는 우리가 떠올랐습니다. 그 돈이면 전국의 크고 작은 도서관 지하에, 아니 햇살 들어 오는 루프 층에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번듯한 공간을 마련하고도 남을텐데....언젠가 그런 날이 올거야! 라며 메이커스페이스를 나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인생을 함께 보내며 만들고 있는 스토리를 담은 작은 전시관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2013년 부터 2017년 지금까지 다양한 메이킹 프로그램들이 도서관의 여러 공간에서 진행되었고, 이렇게 메이커스페이스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여정들이 심플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몇 년도에는 어떤 아트클래스를 했는지, 3D수업은 언제했고, 재봉틀 수업은 언제, 카드보드지를 활용한 수업은 언제 했는지 등등... 작은 감동을 받으며 동네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쇼케이스 옆에 붙은 왼쪽에 따로 붙여진 작은 카드이 동네에 사는 한 가족이 내 놓은 기부금으로 이 작고 의미있는 전시공간이 마련이 되었다는 사실! 울랄라~~~ 주민들이 공동체를 메이킹하고 있다는 문화를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커뮤너티공간이었고, 동네 도서관은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의 놀이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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