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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Oct 08. 2019

마이애미의 또다른 이름?

관광지, 휴양지, 그리고? 호기심이 발동되었고, 충족이 되었다. 

아무리 대통령부터 초등학교까지 메이커운동이 일어나는 미국이지만, 쉬는 곳으로만 여겨지던 마이애미에서까지 메이커스페이스가 있을까? 그 해 여름 가족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인지라 이 곳에 대한 사전 조사는 없이 일단 왔습니다. 미래형 인재는 "적응력"이 좋을수록 좋다는 기사도 읽었기에 중딩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었고, 저 자신도 중년의 나이에 얼마나 새로운 환경에서 즐겁게 롤로코스트를 탈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여행객들을 위한 호화스러운 고층빌딩과 원주민들 및 이주민들이 사는 열악한 환경이 대조되는 마이애미

메이커 스페이스! 있었습니다! 저만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인터넷 검색에서 찾은 기사들도 "마이애미에도 메이커스페이스가 있을까?"로 제목이 붙여진 기사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이 기사들에 자주 등장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이름이 눈에 띄였어요. 더욱 반가운 사실은 '여성이 대표'인 곳이었어요. 무계획이 계획이자 작전인지라, 시간은 오픈되어 있었고, 바로 고고~~ 

그.....런데....... 길이 너무 한산한 곳이었어요. 저 멀리서 고층 건물들은 계속 건설 중에 있었고, 바로 우리 눈 앞에서는 이 곳 주민들이 사는 가난한 동네가 이어졌습니다. 동네 건물들에는 대형 그림판들이 설치 되어 있었어요. 중딩이가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진 것이 기억이 납니다. 
"엄마, 여러 곳을 다녀 보니까, 형편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거리에 설치된 아트 작품의 규모가 더 커왜 그럴까?"
아닌게 아니라 이 아름다운 거리를 순찰차가 유독 많이 돌아 다닙니다. 살짝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차 문이 잠겼는지를 확인까지 하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메이커스페이스 입구! 마이애미에 있었다!

자동차 네비만 믿고 따라 가다 보니 "설마 이곳에?"하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Moonlighter MAKERSPACE" 찾았다! 

너무나 한산한 거리여서 중딩이를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며, 솔직히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밖에서 봐서는 그 안을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으니까요. 또 다시 저기 모퉁이로 순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으... 정말....어쩌지! ....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가 보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발바닥이 오그라 드는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와우... 아트 공방을 연상 시키는 아름다운 스케이트 보드들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보드타기를 좋아하는 중딩이도 연신 "와우"를 연발하면서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메이커 스페이스로 성큼 들어 갔습니다.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데이지 대표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여행객이라고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은 이곳 저곳을 직접 보여 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시금 느꼈던 Open Culture


데이지 대표는 마이애미라는 도시의 특성상 아트를 토대로 한 메이커 활동이 활발하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은 마이애미주립대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지금은 이 대학에서 가르치기도 하는데, 공학과 예술을 전공했다고 했어요. 예술만으로는 번창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현대에 공학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융합 작품으로 시장가치가 훨씬 올라가기에 자신은 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Moonlighter 데이지 대표가 활동하는 지역문화활성화 캠페인 엽서

데이지 대표는 "우리 지역의 문화를 우리가 지원하자"라는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마이애미에서 태어나서 마이애미에서 공부했고, 마이애미에서 인생을 보낼 '마이애미 걸'이라며 웃었습니다. 얼마나 자기 고향을 사랑하는지가 전해졌습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빼곡히 들어선 기계들만 보아도, 이 메이커 스페이스가 얼마나 활발히 지역민들에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지 대표는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파트너와 함께 자비로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 지원이나 커뮤니티 지원은 받지 않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정부와 연결되려면 로비를 해야 하는데 자기는 그런 재능은 없다고 합니다. 그냥 자기 돈으로 자기 사업을 한다는 청년 창업가 데이지 대표!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Moonlighter 메이커 스페이스는 이 공간을 근거로 해서 마이애미 지역의 학교와 뮤지엄 등과 협업해서 메이커 수업들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일정이 아주 바쁘다고 했습니다. 공동 창업자와 이 사업을 런칭했을 때는 이 정도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금은 꽤 잘 되는 편이라고 합니다. 


큰 기계들과 목재가 가득찬 작업실을 "The Shop Box"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도 작업하고 있었지만, 어린이도 한 명 눈에 띄였습니다. 

이 지역의 풍부한 자연 자원을 활용한 메이커 스페이스 작업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현재는 주류 메이커라고 합니다. 지금껏 다른 지역에서 만났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메이커들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중딩이가 3D로 만든 팔찌를 보고 말았습니다. 껑충 껑충 뛰면서 갖고 싶어 했습니다. 아주 세밀하게 창의적으로 만든 작품인데 재료 값도 안 될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중딩이가 대표님과 이렇게라도 대화를 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네 용돈으로 알아서 하렴"이라면서 슬쩍 자리를 비워 봅니다. 

데이지 대표는 "사람들은 '마이애미'하면 설마 그 곳에도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대답은 '있다'이다. 우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하하하. 현재는 예술가들로 구성이 되지만, 나는 분명히 보고 있다. 우리 마이애미에도 최근 첨단 컴퓨터 테크닉 등을 활용한 메이킹 작업들이 일어 나고 있다. 얼마 있지 않아서 사람들은 마이애미에 메이커 비지니스를 하러 올 것이다. 난 그 때까지 마이애미와 함께 성장할 것이다"라고 했다.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 그리고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나누어 주다니!  

히스패닉계 미국인인 데이지 대표는 이 마이너러티 그룹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에도 일조하고 있었다.

마이애미가 멕시코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Hispanic-Americans 인구가 컸습니다. 데이지 대표는 자신도 히스패닉 계이기 때문에 같은 히스패닉 계 사람들이 창업을 할 때 함께 지원해 주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창업이라는 일 자체가 무지하게 힘이 드는 과정일텐데, 마이너러티들이 하기에는 더욱 힘이 들 것이라고 짐작하고도 남았어요.  데이지 대표가 여러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일들도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 저희 가족에게는 참 배움을 주었어요.   

메이커스페이스 한 가운데에서 어린이 메이커의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쥬니어 메이커들을 위한 수업도 진행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름 방학 때 마다 고등학생들이 인턴십을 하러 오는데 자신은 이 프로그램에 많은 정성도 기울이고, 기대도 그 만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재능이 상당히 뛰어나고 성실히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 축적될수록 잠재력도 커진다고 했습니다. 인턴십이 끝날 때는 정말 학교로 보내고 싶지 않고 바로 채용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을 하는 데이지 대표는 신이 나 보였습니다.  


데이지 대표는 촬영을 하고 있는 소년을 자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지금 우리들의 작업은 결국 저 어린이들을 위해서이다. 저 아이가 성장했을 때 마이애미에서도 첨단 테크 메이킹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작업하는 것이다. 저 아이가 우리의 미래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정 '마이애미 걸'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이애미 Moonlighter에서 진행하는 패밀리메이킹 프로그램

가족단위로 메이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선물 같은 컨셉 중 하나입니다. 메이킹의 시대는 단지 특정 인구에게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있거나, 이미 왔습니다. 가족이 함께 주말에 메이킹 놀이를 하는 것! 정말 흥분되었습니다.  

예술이 마이애미 메이킹 문화의 뿌리이고, 3D로 만든 팔찌라! 딱이었습니다.  중딩이는 3D 팔찌를 흔들 때 나는 소리도 즐거운지 아주 신이 났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 만져 보고,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했는지 고안해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마이애미 Moonlighter 앞의 현수막

Moonlighter 앞에 있는 현수막은 역시 달랐습니다.
"먹고, 마시고, 협업하고, 디자인하고, 쌤플을 만들고, 전시하자." 

마이애미를 보러 갔던 길이었는데, 떠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나는 나를 만났고, 우리 중딩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았구나. 마이애미는 우리가 우리를 좀 더 알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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