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덕분에 살았다 생각하고, 이젠 내가 코치로 세상에 나를 선물한다
깜깜한 동굴 바닥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바닥은 축축했고 어디선가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그 동굴의 차가운 기운은 지금도 은색 금속이 내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아마 고개를 들고 찾아봤더라면 어디선가 빛이 들어오는 틈새를 찾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질없는 짓이다. 난 그냥 칠흑 같은 바닥에 두 눈을 고정시킨 채 한없이 그렇게 나를 내버려 두었다.
동굴 속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있었다. K였다. 가끔씩 나지막하게 그녀 특유의 따스함이 담긴 목소리로 건네 왔다. 필요한 게 있냐고. 어떻게 지내냐고. 무엇이든 도울 테니 그냥 말하면 된다고. 나는 "괜찮다" 같은 텅 빈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K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한다는 걸 K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그냥 내버려 둬 줘"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든, 몇 주든, 몇 달이든 나는 시간을 낭비하듯이 그대로 흘려보냈다. K는 그 순간 내가 어떤 느낌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나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함께 있었다. K가 내게 쏟는 사랑이 느껴져서 이러면 안 될 텐데, 무언가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나를 먼저 배려하고 있었고, 칠흑 같은 동굴에 있는 나를 오롯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다. K는 그 침묵 속의 일부였다. K는 "What if? 만약에 말이야.."라고 물었다. 나는 "Well, What if What? 만약에는 무슨 만약에....."라고 볼멘 대답을 했다.
속상함도, 부끄러움도, 수치스러움도, 아쉬움도 K는 "그건 모두 너의 것"이라고, "이 시간은 너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K는 "나도 이 아픔을 겪었고, 또 우리보다 먼저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었다"라고 "너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보였다. "Whatever.... 그러거나 말거나...."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부지런하다 못해, 열정적이라는 말로 나를 설명하던 나로서는 터무니없는 선택이었다. 나를 설명하고 싶지도, 나를 설득하고 싶지도, 나를 채우고 싶지도 않았다. 내게 이미 가득 차 있는 뭔가를 이젠 캐내고 싶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이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리라고 생각되었다. 기다릴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나는 이슬을 머금은 초록빛 초원에 앉아서 태양빛을 온통 받고 있었다. 너저부러져 있던 나를 철옹성처럼 가두고 있었던 그 동굴은 눈부신 태양빛에 산산조각으로 깨어진 후였다. 나는 동굴 속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K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넸다. "I knew that. 이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어."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내가 거의 포기했던 나의 시련 시간 동안 K는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I knew that. 나 뭔지 알아. You are on the right journey. 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라고 속삭여 주었다. 이렇게 힘든데....... 죽을 것 같은데..... K는 나보다도 더 나를 믿는 1인이었다.
K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한 적이 없다. 뭘 물으면, "네가 나라면 뭐라고 대답할래?" "그게 네가 찾고 있는 거야? 그게 뭔지 나한테 말해 보렴"이라고 했다. K는 내가 필요한 정보는 이미 내가 다 가지고 있다고 아주 부드럽게 반복해서 말했다. K는 지시하지도 않았고, 지적은 원래 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지지만큼은 늘 무한대로 보내 주었다. 정해진 짧은 대화 시간이 K와의 코칭 시간이었지만, 나는 바로 대화에 몰입할 수 있고, 내가 내면의 나와 깊은 대화를 솔직하게 대담하게 할 수 있도록 K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내가 내 감정에 함몰되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지점들이 보이면, K는 놓치지 않고 집어 들고, 내 눈 앞에 갖다 두고 "이건 뭐니?"라고 내가 다시 알아채도록 했다. 수치심으로 내가 눈길 주기를 주저할 때, K는 내 마음속 Tool Box에 있던 용기라는 연장을 내가 꺼내 들 수 있도록 너지를 넣어 주었다. Tool Box를 뒤지는 건 오롯이 내 몫이었다. 나는 나에게 꼭 맞는 최고의 전략가와 한 팀이었고, 리드는 나였다.
나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이 길을 즐긴다. 과거처럼 스케줄을 꽉 채우지 않는다. 이제 여유도 계획에 포함된다.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보살필 수 있는 소중한 일정이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것은 여전히 배우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나에게 있는 Tool Box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롭게 뒤져 본다. 이루고 싶은 일들을 향해 가고 있지만, "때가 되면!"이란 믿음이 있다. K는 이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I knew that. 이럴 줄 알았다니까. Congrats. 축하해"라고 말을 건넨다.
2020년! 나의 해가 될 것이다. 내 마음을 다해 이루고 싶은 일들을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설계하고 있다. 다수의 프로젝트 설계도들을 동시에 그리고, 다듬고, 수정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K에게 이제는 우리들의 시간을 비즈니스 코칭으로 방향 전환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코칭 시간을 리드하는 선장은 바로 나니까. 동굴 바닥에서만 하념 없이 꽂혀 있던 내 두 눈은 이제 눈이 부셔서 한쪽 눈도 못 뜰 정도로 강렬한 태양빛을 향해 방향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태양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내가 미처 못 보고 있는 건 없는지, 나도 몰랐던 나의 진심을 내가 캐낼 수 있도록 나에게 질문해 달라고, 나는 지금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했다. 나다움의 브랜드를 시작하는 내년, 난 Coach K와 내 팀을 정비하고 있다. 우린, 아니, 나는 백전백승할 것이다.
#이직 #커리어전환 #코칭 #믿음 #사랑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