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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교류 TAN TAN RoDee Mar 31. 2024

연대와 협력, 뭣이 중한디?

이제 글을 써 볼까 하고 노트북을 펼치는데 “어떻게 지내요?”라는 문자가 떴다. 시간도 늦었으니 그냥 글에 집중하려고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렸다. 전화벨은 울렸고, “오래간 만이에요”라고 대화를 시작하는 나를 만났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1.5시간이나 하게 되었다. 


K는 예술을 통해 사회의식을 키우도록 하는 일에 15년 전과 똑같은 열정으로 매진하고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잊을 만하면 연락이 오는 K는 학계에서도, 사회에서도, 정부에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에 매진하고 있다. 사회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이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지원은 고사하고, 관심을 이끌어 내는 일도 힘들다고 했다. K는 이 주제로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었고, 크고 작은 일들을 끊이지 않고 해 내고 있었다. 나도 관심이 있는 주제라서 내가 가진 정보들을 하나 둘 꺼내 놓았다. K는 “그냥 안부나” 나누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이 정도로 나누게 될 줄 몰랐다면서, 4월에 만나자고 날짜를 던졌다. 


사진: Unsplash의 Thula Na

예기치 않은 뜻밖의 행운, 세런디퍼티

“자기가 똑똑해서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습니다. 저도 열심히 일하고 재능도 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에 넘쳐나죠. 성공하려면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 세렌디피티를 잡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세렌디피티를 나눌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 책 <세런디피티 코드>6쪽


2019년부터 지금까지 창업자 Entrepreneur의 커리어를 키우며, “연대”와 “협력”은 내가 가장 힘들어하던 단어였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사업 아이템도 명확하지 않은 채 시니어 창업가 Senior Entrepreneur의 대열에 막 들어선 나였다. 그래서 함께 할 사람을 간절히 찾았다. 선배 창업가들을 만나서 경험을 들어도 연대, 협력, 팀, 직원 등 관계는 “포기”에 가까운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드물게 “커뮤니티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창업가들은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관계에 있어서 매운 맛을 그동안 꽤 보았다. 이 사람하고는 사업이 아니라, 인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의 이면을 보았을 때의 절망감, 이런 모습을 봐야지만 우리가 먹고사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 묵은 인연들, 고객과 사업주의 관계는 정녕 어떤 것인지를 헷갈려했던 시간들, 같은 분야의 동료여서 원천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들, 협력을 하고 싶지만 감히 선뜻 말이 나오지 않던 넘사벽의 관계 등등 연대와 협력에 대한 실전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운이 좋아서 조직에 다시 들어가서 1년 여를 보내면서 다시 타조직 내에서의 연대와 협력의 모습도 깊이 관찰할 기회들이 주어졌었다. 

 

사진: Unsplash의 Reinhart Julian

연대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업의 씨실과 날실이다. 

“연대와 협력이란 주제로 한 달에 한 번씩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모임”인 “워크 보트”를 타기로 하면서, 내 사업에서 연대와 협력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내가 지향하는 연대와 협력의 방향을 3개월 동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로 했다. 


일상이든, 사업에서 든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연대와 협력은 시작이자, 과정이며, 결과물이다. 내가 사업화하려는 콘텐츠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적의 상태로 발굴하고,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참여자들이 구성이 될 때부터,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후 만족도에 이르기까지 참여자들 간의 연대와 협력은 내 서비스의 퀄리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서비스는 참여자들 간에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고, 평생 파트너로 존재하기로 방향을 잡는다. 참여자와 함께 우리 사업은 성장하고, 성공하게 되어 있는 여정이다. 워크 보트를 타고, 연대와 협력을 본격적으로 살펴보면서, 더 이상적인 상태로 탄생시킬 수 있도록 궁리한 방법들을 3월의 글로 정리한다. 


사진: Unsplash의 Neil Thomas

느슨하지만 강한 연대감이 특징인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

연대가 필요할 것 같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것 같지만, 머리로는 연대라는 단어는 “일단 뭉치기”라는 답답함을 떠올리게 된다. 협력은 말하기 쉬워서 자주 쓰게 되는 것이지만, 사실 협력이란 미명 속에 우후죽순 떠오르는 무임승차 free riders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부터 떠오른다. 


"파비안 포르트뮐러 Fabian Pfortmuller의 말을 빌리자면 잘 조직된 자발적인 커뮤니티는 ‘느슨하지만 강한 연대감'을 지닌다. 강한 연대와 느슨한 연대의 장점만을 더한 것이다. 참여를 통해 느슨한 연대를 강하게 만드는 이차적 신뢰 관계도 형성된다."

                                                 책 <세런디피티 코드> 272쪽


함께 있지만 여백의 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연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그 무엇인가를 딱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과 협력을 할 수 있다면! 상부상조하고, 따로 또 같이 가 되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졌다. 사업 파트너를 찾겠다고, 나의 득과 실을 살며시 계산하는 그런 정도의 연대로는 곤란하다. 구색 맞추기처럼 사람들을 모으는 문어발식 네트워크는 이미 널린 것 같고, 굳이 우리까지 펼칠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 Kelly Sikkema

일단 청사진을 그려 가면서 들여다보자.    

우리가 정성을 들이고 있는 커뮤니티의 특징을 먼저 스케치해 보았다. 이 커뮤니티 내에서 어떻게 연대와 협력은 어떻게 일어날지, 스케치를 하듯 선을 그렸다. 개인과 우리 사업체는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할 수도 있을지, 또 스케치 선들을 더해 보았다. 우리 커뮤니티에서 일으켜지는 파장이 우리 밖 공공에게는 어떤 임팩트를 낼 것인지, 다시 스케치 선들을 보내어 보았다.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면 공동책임이나 공통된 경험, 고유한 의식을 나누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차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느슨한 연대는 실제로 강한 연대가 되거나 강한 연대처럼 작동한다. 자신을 가두는 경계선을 허물고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공통분모를 찾거나 ‘부족’을 형성해 나가며 이를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세렌디피티의 동력인 결속력과 다양성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흩어진 점을 이을 사회적 기회의 장을 넓히는 데 힘쓴다면 사회적 불평등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세런디피티 코드> 286쪽


“이상과 현실 사이는 액션으로 채워질 수 있다.” 

그 액션은 공감을 먼저 해야 움직여진다. 공감을 하는 정도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액션이 나올 수 있다. 지향점은 동일하고, 이루어내는 액션은 다르다. 이 다름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증진할 때 연대가 가능하다. 연대라는 단어에 어느 정도의 “여유”, “다름”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협력의 퀄리티는 달라진다. 진정성 있는, 열정적인 액션으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공감은 다른 것들이 공존하도록 살피고,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건 아닌지 또 살펴야 한다.   


우리가 설계도를 그리는 사업체에서 서로 간에 공감의 폭과 깊이가 더욱 깊어지는 연습을 하고, 스킬을 배우고, 생활 속에서 녹이는 시간을 쌓는다면? 서로 간에 작동하는 공명의 주파수를 리트리트에 정기적으로 함께 참여함으로써 계속 올리게 된다면? 공감은 상대의 입장을 내 일인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마인드/스킬이다. 그 공감의 폭이 커질 때 오지라퍼로 적극적 액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냥 도와주고,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가치를 공감하여 참여할 때 당사자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스켈일로도 협력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사진: Unsplash의 Tandya Rachmat

K의 스토리로 워크보트의 주제 "연대와 협력" 3월 글을 "뭣이 중한디?"를 깨닫는다, 서렌디피티! 

15년 세월을 같은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다루는 동료들 중에서 “영혼이 빠져나가지 않은,” “이왕 세상에 나왔는데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없다고 했다. “기껏 애써서 만든 재단에는 아이디어만 빼가고 자기 것은 내놓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이 소진됐다는 K. 1.5시간 동안 종횡무진 아낌없이 경험과 정보를 무수히 나누면서, 에너지와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했다. 그럼 다행이었다. 나도 글 쓸 시간이 부족할까 염려되어서 계속 노트북 하단의 시계를 보면서도 통화를 이어갔는데, K의 말은 내게 의미를 부여했다. 연대와 협력에 대한 첫 글을 쓰면서 “뭣이 중한디?”를 깨닫게 하고, 다시 방향을 조준하게 한 소통이었다.


* Top 사진: Unsplash의 N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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