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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된 날!

내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 내가 아니면 누가 써 줄 수 있을까?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업무는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의 시민 사회 리더들이 미국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짱이가 참여했던 여름 캠프 및 프로그램들을 알아볼 때도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고, 난 이를 미국 문화의 하나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 특징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장학금을 받아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회는 누구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안내되어 있다. 장학금이라고 부르지만,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배우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서 자기 스스로 신청하거나 주변인들이 추천해 주어서 받을 수 있는 기회도 흥미로웠다.


짱이는 올해도 서머 프로그램을 무척 가고 싶어 한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은 망설이지 않는 이 녀석..... 휴.... ㅎㅎ 교육이 진행될 곳의 위치도, 기간도, 심지어 교육비도 이 녀석의 학구열을 식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우리 부부가 어렸을 때부터 눈치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는 경험이 우리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것만은 대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 새로운 국면이라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제는 교육비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이 다음에 공부하는데 들어가야 할 비용도 고려하자고.... 그랬더니.... 올해는 이 녀석이 먼저 "financial aid 재정지원"을 신청하겠다면서 열심히 챙겨 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어느새 아이는 또 성장을 해 있었다. 자신이 공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이렇게 당당하다니.... 한국 엄마인 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짱이가 스스로 챙기는 훈련을 계속해야 할 부분이라..... 지켜보고 응원했다.

a_f1eUd018svc1jfk2fhkxab5q_qxpzzy stone.jpg 사진: Hans Braxmeier from Pixabay

내 마음 속에는 몇 년 동안 "언젠가 때가 되면" 하고 싶다고 품어온 내 공부가 있었다. 교육비가 후덜덜 무척 비쌌다. 계속 망설여 왔지만, 드디어 얼마 전에 콜링을 느꼈다. "no matter what...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섰다. 역시 장학금의 기회는 열려 있었다. 신청이 가능한 액수는 최소한으로부터, 최대한까지.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보니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신청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선진국에서 오는 참석자들은 신청을 고려하기 전에 심사숙고해 달라는 문구가 눈에 계속 걸렸다.


"선진국에 사는 가난한 체인지 메이커가 나인데.....
어쩌나?
난 어느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거지?"


하지만..... 꼭 배우고 싶었다. 결국 early bird로 신청할 수 있는 데드라인까지 결정을 못하고 낑낑대었다. 그리고, 장학금을 "일단" 신청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지금까지 짱이만 열심히 챙기면서, 내 아이 마음 속에 있는 바로 그 배움의 기회들을 찾아서 배우도록 도와주었는데, 이번엔 나 자신을 위한 트레이닝 기회를 잡고 싶었다.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나가 믿는 나 자신의 잠재력, 나의 경력, 나의 미래 계획, 커뮤니티에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여러 각도로 내가 나를 주장 advocate 해야 하는 것이었다. 신청서를 쓰면서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다 또렷하게 느끼게 되었다.

"지원을 하는 것까지가 내 몫,
기회를 주는 건 하늘의 몫"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나를 짱이는 흥분에 가득 차서 깨웠다. 야행성으로 밤에 공부하고 노는 짱이가 장학금에 대한 답장 메일이 도착한 것을 먼저 본 것이었다. 와우!!! 내가 요청한 만큼, 최대한으로 장학금이 결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엄마, 진짜 축하해. 해 냈네!"라는 녀석의 말. 내가 나의 가능성을 믿었더니, 장학금 심사 위원회들도 설득이 되었나 보다. 이번 배움은 잘 배워서 커뮤니티를 위해 쓰라고 우주의 기운이 도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짱이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 주게 되다니..... 난 내가 자랑스럽다.


* Top Photo: beate bach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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