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색깔 잘못 칠했어요.
선생님: 아니에요, 잘못된 건 없어요
—미술학원에서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학원에 가서 아크릴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크릴화는 이미 칠한 색 위에 다른 색을 감쪽같이 덧칠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에요.
처음에는 그게 좋았어요. 실수를 덮을 수 있잖아요.
근데 한 달쯤 해보니까 안 좋아요. 자꾸만 실수를 덮으려고 색을 칠하고 또 칠하게 돼서요. 애초에 덧칠이 안 되면 잘못 칠한 건 그냥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갈 텐데 말이죠.
나는 잘못 칠했다는데 선생님은 잘못된 건 없대요. 좋은 말씀이긴 한데 그럼 또 칠해야 해요.
아크릴화를 그려 보니까 저는 잘되고 잘못된 게 칼로 무 썰듯이 명쾌하게 정해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가 봐요. 그리고 잘못됐다, 망쳤다 싶은 건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넘어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재도전, 만회의 기회를 귀찮게 여기는가 봐요. 그래서 뭐든 끈질기게 못하지만 또 완벽하지 않아도 적당히 잘했다고 만족하고 넘어가니까 세상 살기 편한 건 있어요.
오늘도 적당히 잘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