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피자 중에서는 이게 최고다!”
—나, 노브랜드 콤비네이션 피자를 먹으며
저는 피자를 사랑합니다. 아내가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무조건 피자라고 답합니다. 말해도 시켜주지 않을 걸 왜 물어보는진 모르겠지만.
총각 시절부터 일주일에 최소 한 판씩은 먹었으니까 지금까지 먹은 거 다 합치면 족히 1000판은 될 거예요. 아니다. 총각 때는 혼자서 한 판을 다 먹었지만(그것도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다!) 결혼 후에는 아내와 나눠 먹어야 했으니까 1000판까지는 안 가겠네요.
나눠 먹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유일하게 양보 못 하는 음식도 피자입니다. 또 총각 때 얘긴데 매번 값싼 피자스쿨 피자만 먹다가 어느 날 큰맘 먹고 도미노 피자를 시켰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피자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친구가 집에 놀러 오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 지금 밖이라고 뻥쳤습니다. 피자 나눠 먹기 싫어서요.
잠시 후 벨이 울렸어요. 피자가 온 거죠. 신이 나서 문을 열었더니 피자 배달부 뒤에서 친구 놈이 씩 웃으며 나타나는 겁니다. 혹시나 해서 와봤다고. 더군다나 다른 친구까지 데리고 왔어! 와, 민망한 것도 민망한 거지만 내 피 같은 피자를 둘도 아니고 셋이서 나눠 먹어야 한다니까 열불이 확!!
피자는 아내에게도 양보 못 합니다. 아무 조각이나 먹으면 저한테 혼나요. 잘린 선을 기준으로 딱 반을 나눠서 자기 반원 속의 조각만 먹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계가 정밀하게 자른 게 아니라 사람이 자른 거니까 조각마다 크기와 중량의 편차가 있잖아요. 아무 조각이나 먹다 보면 총량으로 봤을 때 어느 한 사람이 더 많이 먹게 돼요.
그걸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처음부터 이쪽 반원은 내 거, 저쪽은 네 거, 이렇게 깔끔하게 나누는 겁니다. 아무리 대충 자른다고 하더라도 반으로 가르는 건 쉬우니까 양쪽의 크기가 엇비슷하거든요. 반의 반, 반의 반의 반을 정확히 가르는 게 어려운 거죠.
아, 피자에 대한 글을 쓰자니까 이를 닦았는데도 입 안에서 피자 소스가 군침과 섞여서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요즘 우리 부부는 배달 피자보다 냉동 피자를 많이 먹습니다. 돈 아끼려고요. 그래서 오뚜기, 리스토란테, 고메, 피코크, 요리하다 등 어지간한 냉동 피자는 다 먹어봤는데요, 흔히 이 바닥에서는 오뚜기가 최강이라고 하지만 피믈리에로서 제가 내리는 평가는 좀 다릅니다. 오뚜기 피자는 도우가 뻑뻑하고 달아요. 원래 피자 도우는 촉촉하고 말랑하면서 아무 맛이 안 나야 해요. 도우는 맛이 아니라 식감으로 승부하는 거거든요.
리스토란테는 도우가 얇고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 물을 먹어서 그런지 고르곤졸라도 아닌데 치즈에서 퀴퀴한 맛이 나요. 고메그릴, 피코크는 그냥 맛이 없어요. 제가 제일로 치는 것은 롯데마트에서 나오는 요리하다 피자였습니다. 도우의 두께, 식감도 적당하고 피자 소스도 시큼하거나 싱겁지 않게 잘 발랐어요.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판을 다 먹기 전에 물리더라고요. 그래도 개중에 제일 나았어요.
근데 오늘 최고의 냉동 피자를 만났습니다. 이마트에서 나오는 노브랜드 피자예요. 일단은 콤비네이션만 먹어 봤는데 도우 좋고 피자 소스 비율 좋고 토핑 구성(올리브, 페페로니, 양파, 피망)과 맛도 좋습니다. 그리고 치즈가 주욱 늘어나요.
이게 최고라는 건 저만 아니라 아내도 같은 의견입니다. 세상 모든 피자를 포용하는 저와 달리 아내는 피자에 대한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서 피자에 쉽게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아요. 아내가 맛있다면 정말 맛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맛이라는 건 아니에요. 마트에서 구워서 파는 피자와 비슷한 맛이에요. 지하상가나 노점 같은 데서 파는 조각 피자와도 비슷하고요. 어떻게 보면 특색 없는 맛이죠. 근데 기존의 냉동피자들은 그 정도 맛이나 식감도 못 냈거든요. 근데 노브랜드가 그 일을 해낸 겁니다! 가격도 4000원밖에 안 하면서 말이죠.
앞으로 우리 부부는 피자는 시켜 먹을 거 아니면 무조건 노브랜드입니다.
피자 뷔페 가고 싶은데 제일 가까운 곳이 차로 1시간이에요. 우리 동네에도 생기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