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갑 기념으로 이 도서관을 지어 고향 사회에 바친다. 다만 바라건대 이 집이 지혜와 지식의 샘터가 되어지이다
—연암 구인회, 1968년 11월 14일
오후에 억돌이와 함께 도서관에 갔습니다. 만 1세 이하 아이를 둔 엄마는 와서 신청하면 택배로 책을 대출할 수 있게 해 준대서요.
아내가 서류를 작성하고 도서관 온 김에 빌려 갈 책을 고르는 동안 저는 아기띠로 억돌이를 안고 도서관을 배회했습니다. 종합열람실 둘러보다가 억돌이가 으으응, 하며 소리를 지를 시동을 걸면 얼른 나가서 어린이열람실로 들어가고, 거기서 또 시동을 걸면 밖에 나가서 나무 구경하고, 그러다 더우면 또 도서관 들어가고, 또 억돌이가 시동 걸면 나오고, 그렇게 20분쯤 뺑뺑이를 돌았어요.
그러다 도서관 벽을 보니까 웬 어르신 사진 밑에 현액이 붙어 있어요. 그 내용이 바로 오늘의 말씀에 적힌 문구입니다.
세상에, 회갑 기념으로 도서관을 세워서 기증하다니! 그냥 도서를 기증하는 게 아니라 건물을 세우려면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을 그렇게 남 좋은 일 하는 데 쓰다니 정말로 그릇이 크고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어요.
저는 작은 돈도 남을 위해 잘 못 써요. 20대 때부터 구호단체에 월 3만 원씩 내고 있는데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나중에 소득 늘면 후원액도 늘려야지 했어요. 근데 이젠 소득이 늘었지만 그건 못 늘리겠어요. 3만 원이면 내가 좋아하는 피자가 2판인데 양보 못 하겠어요.
저는 돈 3만 원에도 이렇게 부들대는데 누구는 도서관을 세웠다니 같은 인간이라도 급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그랬는데…… 찾아보니까 연암 구인회는 무려 LG 창업주라네요?
뭐야, 나랑 급이 그냥 다른 것도 아니고 안드로메다급으로 다른 사람이었잖아. 돈 좀 번 사람일 줄은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지. (그렇다고 도서관 기증의 의미가 퇴색하는 건 아니지만요.)
억돌이는 그릇이 큰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