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간절히 바라진 않지만 믿습니다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카사노바가 평생 120명이 넘는 여자들을 잠자리로 끌어들인 비결은 여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지 않은가. 간절한 진심은 저절로 전염된다.

—박재희, ⟪그 여자, 정치적이다⟫



묵상

카사노바는 120명이 넘는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합니다. 역시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되려면 간절한 진심이 있어야 되나 봐요. 저는 번역에 그런 마음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예전에는 번역계의 최고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간절함이 줄었습니다. 최고가 되기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10년이 넘게 같은 일을 하다 보니까 일에 대한 열정이 식었어요. 종종 지겹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번역을 날림으로 하는 건 아니고 번역에 기울이는 노력은 어느 때보다 많아요. 10년을 넘게 했는데도 여전히 제 실력에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니까 더 고심해서 문장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부족함을 느낀다고 제 실력을 낮게 평가하진 않습니다. 아니, 실력에는 자신 있습니다. 제가 최고라고까진 못 해도 받는 돈 이상의 품질은 낸다고 자부합니다. 예전에 비해 실력이 크게 향상되기도 했고요. 이런 추세로 가면 언젠가는 최고가 될 수 있으리란 믿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함이 줄었나 봅니다. 언젠간 최고가 될 거라 믿으니까 간절히 바라질 않죠. 언젠간 부모님이 100억 건물을 물려줄 거라 믿으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릴 리 없는 것처럼요.


잠깐, 앞에서 최고가 되려면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앞에서 한 말 취소하겠습니다.


하긴 최고가 되는 길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겠죠. 간절히 바라서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고가 될 거라 믿어서 최고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간절함으로든 믿음으로든 운발로든 최고만 되면 그만이죠. 저는 간절함은 없지만 믿음이 있고 운발도 좋으니까 10년, 아니, 10년도 길고 3년 안에 최고가 되겠습니다. 안 되면 말고.



다짐

나는 최고가 될 운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6일 매일 글쓰기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