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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 앱으로 아이 이름을 지었습니다

by 김콤마

오늘의 말씀

에스메랄다: 이름이 뭐야?

부치: 부치.

에스메랄다: 무슨 뜻인데?

부치: 난 미국인이야. 우린 이름에 개뿔 의미 같은 거 없어.

—영화 <펄프 픽션>에서



묵상

저는 점을 안 봅니다. 미신을 안 믿어서가 아니라 잘 믿어서요. 점괘가 안 좋게 나오면 그거 갖고 벌벌 떨까 봐, 그러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아예 안 봅니다. 사주도 잘 안 봐요. 말년운이 나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말년까지 걱정할 테니까요.


근데 억돌이 이름 지을 때는 작명 앱을 이용했습니다. 성명학에 기초해서 뭐 불의 기운이 어떠니 물의 기운이 어떠니, 생년월일의 사주가 어떤데 어떤 이름을 쓰면 초년운이 어떻고 말년운이 어떻네 하며 좋은 한자 추천해주는 앱인데요, 작명소 가는 건 비싸고 귀찮으니까 집에서 저렴하게 앱으로 이름을 추천받는 거죠.


기왕에 짓는 이름인데 아무리 저런 게 미신이라고 해도 거기서 말하는 좋은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미신이 그냥 미신이면 손해 볼 것 없고 진실이면 뭐 좋은 이름 지었으니까 좋은 거잖아요?


작명 앱은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내가 원하는 이름과 아이의 생년월일시, 성별을 넣으면 그 이름이 발음상으로 아이에게 잘 맞는 이름인지 판단한 후 좋은 한자를 추천해줘요. 예를 들어 2019년 9월 1일 17시 30분에 태어난 남자아이에게 시우란 이름이 잘 맞으면 시는 무슨 자, 우는 무슨 자를 쓰면 좋다고 알려주는 거죠.


처음에 저희가 입력한 이름 중에는 두 앱에서 모두 좋다고 하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만든 이름들을 넣어 보니까 그중에 두 앱에서 모두 길하다고 나온 이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이름으로 정하고 한자도 추천 한자를 썼죠.


앱 이용료로 한 10만 원쯤 쓴 것 같네요.


이제 억돌이가 태어난 지 9개월이 좀 지났는데 이름 마음에 듭니다. 발음이야 저희가 원하는 것으로 했으니 당연히 좋고, 한자 뜻도 괜찮고, 무엇보다 두 앱에서 인생이 잘 풀리는 이름이라고 했으니까 뭔가 든든합니다.


근데 이름 말고도 잘 지은 게 있어요. 억돌이라는 태명입니다. 억은 물고 태어나라는 뜻으로 지었는데 억돌이 태어난 후로 번역료도 오르고 출간 계약도 맺고 뜻밖의 소득도 생기고 정말 복을 물고 왔어요. 그래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둘째의 태명은 벤츠가 될 예정입니다.



기도

벤츠는 딸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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