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좀 떨지 마!
—아내에게
아침에 억돌이에게서 똥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똥을 쌌다고 하니까 아내가 울먹이는 소리로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또?”라고 묻습니다. 그 순간 짜증이 나서 쏘아붙였습니다.
“호들갑 좀 떨지 마!”
새벽에 억돌이가 우는 바람에 잠을 설쳐서 기분이 나쁘기도 했고 평소에 아내가 억돌이에 대한 걱정이 좀 과한 것 같아서 못마땅한 마음이 있었던 게 순간적으로 폭발한 겁니다.
아내가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긴 했습니다.
억돌이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똥을 3번 쌌습니다. 일어나서도 종일 여러 번 똥을 지렸습니다. 그쯤 되자 처음에는 그냥 속이 안 좋거나 똥꼬를 막고 있던 묵은똥이 빠지면서 밀린 똥들이 나오나 보다 하고 대수롭잖게 생각했던 저도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결국 저녁에 소아과에 갔어요. 장염이래요. 선생님이 과일 먹일 때 조심하라는데 안 그래도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배를 먹인 게 탈이 났던가 봅니다.
다행히 억돌이는 똥만 많이 쌀뿐 종일 기운이 넘쳤어요. 아픈 애 같지 않았어요.
하지만 장염이라니… 그런 줄도 모르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한 소리 했던 아내에게 미안하고, 간밤에 자꾸만 깨서 보챈 억돌이에게 (마음속으로) 화를 낸 게 미안해졌습니다. 자꾸만 똥이 나오니까 너도 찜찜했던 거구나. 하긴 너 요즘 똥 냄새 장난 아니야. 그거 맡으면서 자려니까 성질이 나는 게 당연하지.
억돌이가 오늘 밤 안 아프고 잘 자고 일어나서 씻은 듯이 낫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