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8)
제가 연극 동호회 활동을 할 때 연출가 선생님에게 들은 말입니다. 칭찬이냐고요? 아니요, 핀잔입니다. 연기를 하려면 우선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 없이 무작정 연기를 시작한다는 뜻이었어요.
우리 선생님은 ‘넘이선’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현실과 극 사이에 있는 선, 극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선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저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맡은 역할이 카이사르를 살해한 브루투스였어요. 현실에서는 싸우는 게 귀찮아서 웬만한 일은 “그래, 네가 이겼다고 치자” 하고 적당히 진 척해주는 김고명이 넘이선을 넘어가면 극 중에서 공화정을 다시 세우기 위해 사랑하는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항변하는 투사 브루투스로 변신하는 거죠. 그 선을 얼마나 잘 넘느냐가 좋은 연기의 관건이죠.
번역과 연기의 공통점
연기를 하려면 내가 나로 존재하면 안 돼요. 내 정체성을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겠지만 나라는 껍데기 안에 캐릭터의 성격과 감정을 최대한 주입해야죠. 내 개성이 아니라 캐릭터의 개성을 살려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번역은 연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