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축 늘어뜨리세요.
—발성 수업 선생님
오늘부터 매주 금요일에 발성 수업을 듣습니다. 노래 발성이요.
자기소개 때 왜 수업을 듣는지 말하래서 1) 고음을 잘 못 불러서 노래하는 게 재미없어서, 2) 육아 스트레스 풀려고, 라고 말했어요.
그러고서 발성 연습을 했어요. 도레미파솔파미레도, 이렇게 시작해서 점점 음 높여가면서 부르는 거, 아마 음악 사간에 해봐서 아실 거예요.
그렇게 해서 높은 음에 가니까 선생님이 제 문제를 딱 짚어주셨어요. 혀가 착 가라앉아 있어야 하는데 저는 혀가 들린대요. 그래서 성대가 충분히 안 벌어지니까 고음이 잘 안 나오는 거래요.
세상에, 전 태어나서 그런 말은 처음 들었어요. 제가 고음을 못 내는 목을 타고난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 뮤지컬 수업도 듣고 했지만 아무도 저한테 그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어요.
뮤지컬 수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좀 답답했어요. 뮤지컬 노래들이 고음이 많잖아요? 근데 저는 고음이 잘 안 나오니까 제 목소리가 듣기 싫고, 그러니까 재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근데 오늘 발성 선생님은 제 노래를 딱 듣고 바로 문제를 짚으시다니, 능력자를 만났습니다. 이제 처음이라 혀에 힘 빼려 해도 빠지진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 하다 보면 늘겠죠.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바리톤이나 베이스 음역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테너인 것 같대요. 그럼 고음을 낼 수 있는 목이란 거잖아요?
사실 이 수업 재미있을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들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들어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연습용으로 부르는 노래도 서정적이라 육아에 찌든 마음이 싹 씻기는 느낌이고요.
다음 주는 명절이라 휴강이라는 게 아쉬울 정돕니다. 아내도 제가 어디서 수업 듣고 와서 이렇게 좋아하는 거 처음 봤대요.
12월에 끝날 때까지 출석률 100퍼센트에 도전합니다.
혀에 힘을 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