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대박! 선생님이 억돌이 빠르대.
—아내, 문센을 다녀와서
억돌이는 아직 발달이 느립니다. 1차 영유아검진 때 기준점 미달인 부분도 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머리가 크고(상위 2퍼센트!) 발달이 느리면 혹시라도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대학병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그때 당장은 안 가고 몇 달 지나서 대학병원에 다녀왔는데 딱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고 그냥 느린 것 같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했어요.
억돌이 또래는 기어 다니고 빠르면 물건 잡고 일어나기도 한다는데 억돌이는 아직 배밀이도 안 합니다. 이제 겨우 궁둥이랑 고개를 동시에 들고 상체를 앞뒤로 흔들 수 있어요.
느린 건 걱정 안 합니다. 때 되면 하겠죠. 어느 순간부터 억돌이는 당연히 느린 아이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아내가 억돌이를 데리고 문화센터에 다녀와서 흥분해서 하는 말이 선생님이 억돌이가 또래보다 빠르다고 했대요. 앉아서 허리 흔드는 게요.
억돌이는 지난주부터 문센 음악 교실에 다녀요. 오늘이 두 번째 수업인데 선생님이 원래 억돌이 월령에는 리듬을 타면서 허리를 못 흔든대요. 근데 억돌이는 허리 흔드는 건 진작에 시작했거든요.
안 그래도 저희는 이게 리듬 타는 건가 궁금했거든요. 근데 얼마 전에 문센 음악 선생님 하는 아내 친구도 억돌이 보고 리듬 잘 타는 것 같다더니 오늘 문센 선생님도 허리 놀림이 보통이 아니랍니다.
어디 가면 억돌이 소리 꽥꽥 지르는 거 보고 사람들이 노래 잘하겠다고들 했는데 혹시 음악 쪽으로 재능을 타고난 걸까요?
오늘 저 소리 듣고 억돌이가 나중에 음악 한다고 하면, 연예인 된다고 하면 어쩌나 생각해봤습니다. 음악 전공하면 돈 많이 들 테고, 연예인 되려면 고생 많이 할 텐데, 그래도 지가 한다고 하면 함 닿는 데까지 지원해줘야죠.
아내는 뭐 벌써부터 그런 생각하냐지만요.
억돌이가 소리 질러도 노래 연습한다 생각하고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