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1)
번역한다고 하면 흔히 듣는 말입니다. 네, 영어로 먹고사니까 영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저도 당연히 영어를 잘한다고 대답해야 할 테고요.
하지만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게 슬픈 현실입니다. 솔직히 제가 영어를 ‘되게’ 잘하진 않거든요. 아니, 번역가가 영어를 못한다니 무슨 소리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잠깐만요,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어디 가서 자랑할 만큼은 아니라는 거죠.
그도 그럴 게 저는 읽기만 잘하거든요. 나머지 듣기, 말하기, 쓰기는 약합니다. 그나마 학교 다닐 때는 과가 과인 만큼(영어영문학) 매일 영어를 쓰니까 실력이 날로 좋아졌는데 졸업 후에는 번역할 때 말고는 영어를 쓸 일이 없다 보니 거의 10년째 정체기예요. 부끄러운 말이지만요.
그래서 구차하게 “어, 읽기만 잘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찔리는 건 여전히 영어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적잖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번역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야 어휘력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썩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20세기부터 활약한 번역가 선배들을 생각하면 존경스럽습니다. 그때는 온라인 사전이 없었잖아요. 그나마 전자사전이라도 있었던 시절에는 사정이 좀 나았겠지만 그 이전에는 종이 사전만 썼을 거 아니에요? 종이 사전 다들 학창 시절에 써봐서 아시죠? 단어 하나 찾으려면 얼마나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그 시절에는 번역가가 사전에 의존해서는 아마 먹고살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어휘력을 보유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하루에도 족히 수십 번은 온라인 영어사전을 찾습니다.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