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4)
일요일 새벽에 누가 명치 언저리를 꽉 쥐고 비트는 것처럼 아파서 잠이 깼습니다. 이전에도 가끔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았는데 그날은 전혀 진정될 기미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갔어요.
그저 주사나 한 대 놔주고 돌려보낼 줄 알았는데 웬걸, 담낭을 떼야 한대요! 아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의 날벼락입니까. 하루아침에 쓸개 빠진 인간이 되라니요.
하지만 살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데 별수 있나요. 바로 입원해서 수술 받고 퇴원하기까지 보름쯤 걸렸습니다. 보통은 며칠 만에 끝나는데 저는 어쩌다 보니 남들의 배로 시간이 걸렸어요.
번역이요? 당연히 밀렸죠. 하루이틀도 아니고 보름을 예정에도 없이 쉬었으니까요. 도저히 마감에 맞출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입원해 있는 동안 출판사에 사정을 말하고 보름만 일정을 늦춰 주십사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출판사에서 흔쾌히 승낙해줘서 마음 편히 수술 잘 받고 마감도 잘 지켰죠.
이게 제가 지난 10여 년간 번역가로 살면서 유일하게 마감을 어긴 경험이라고 하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한 번 더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