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번역가의 공부 습관 (15)
제가 감히 출판사의 번역 의뢰를 거절하면서 한 말입니다. 차후에 이야기할 테지만 저는 일정과 번역료만 맞으면 웬만해서는 의뢰를 거절하지 않는 편인데요, 이 책은 그럼에도 고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악과 미술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제가 그쪽으로는 아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책을 맡았다가 고생할 게 눈에 선했어요. 뭘 알아야 번역을 하지 않겠어요? 괜히 멋도 모르고 번역했다가 오역이 생길 위험성도 컸고요. 그래서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이래서 번역가는 아는 게 많아야 합니다. 잡지식이 풍부해야 해요. 그래야 어떤 책이 들어오든 번역할 수 있어요. 지식이 한정되어 있으면 번역할 수 있는 책도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란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였잖아요? 번역가에게 필요한 지식이 딱 그렇습니다. 얄팍할지언정 넓게 알아야 해요. 일단 얕게라도 알면 깊은 지식은 필요할 때마다 파헤치면 되거든요. 얕은 지식이나마 없으면 어디를 어떻게 파야 하는지조차 모릅니다.
기존에 있던 뒷부분은 곧 출간될 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