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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11. 2018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법 (1)

0.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런 거 없다. 책 안 읽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책이란 건 안 읽어도 그만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심심할 때 시간 때우기 좋으니까. 재미있으니까. 이 글은 ‘그 재미 나도 좀 알자’ 하는 사람들, 취미로 독서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1. 심심풀이용, 취미 독서의 대원칙

점잖게 말하자면 끌리는 대로, 같잖게 말하자면 꼴리는 대로 읽을 것. 이것만 지키면 독서에 재미를 붙일 확률이 89퍼센트다. 어디까지나 내가 끌(꼴)리는 대로 갖다 붙인 수치지만서도.


2. 무엇을 읽을 것인가

내가 콕 집어 말해주겠다. 베스트셀러를 읽으면 된다.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많이 팔린 책이고, 많이 팔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취향에 잘 맞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입맛에도 맞을 확률이 어디 보자, 한 77퍼센트쯤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계발서와 소설을 권한다. 이 두 장르는 대체로 배경지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자기계발서는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을 알려주기보다는 다 아는 것으로 공감을 유발하고 의욕을 불어넣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소설은 애초에 몰입감이 생명이기 때문에 역시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분량은 250쪽 이하, 아무리 많아도 300쪽을 안 넘는 것이 적당하다. 분량이 너무 많으면 아무리 읽어도 읽은 티가 안 나서 금방 지친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려면 한 권, 두 권 정복해 가는 맛이 꼭 있어야 한다.


3. 무엇을 피할 것인가

초심자가 펼치면 당장에 읽을 맛이 뚝뚝 떨어지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직 책 읽는 게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버겁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책들은 일단 제쳐 놓자.


*고전

고전이란 무엇인가? 옛날 사람이  글이다. 명절 식탁에서 큰아버지가,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왕년에 내가……” 시작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던가? 재미없다. ? 나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를 사는 나에게 1960년대 이야기를 하면 피부에  닿지를 않으니 어르신이 어지간한 재담가가 아니라면 재미가 있을 턱이 없다.


고전이 딱 그 짝이다.


더욱이 우리가 고전이라고 하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전에 서양에서 쓰인 글들이다. 아무리 고전이 시공을 초월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해도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 시대의 정서와 문화를 전통으로 물려받지도 않은 당신에게 초월적인 재미를 준다는 보장은 없다.


*단편소설

앞에서 소설이 읽기 쉽다고 했지만 단편소설은 또 다르다. 분량이 짧다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단편소설은 긴 이야기 중에서 한 부분만 떼어서 밀도 있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이야기가 1-2-3-4-5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중에서 3을 똑 떼고 또 3을 구성하는 A-B-C-D 중에서도 B-C만 떼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읽어서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이해가 되지도 않거니와 결말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화장실에서 한참 낑낑 댔는데 염소똥 하나 똑 떨어지고 아랫배는 여전히 묵직한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 일쑤다.


단편소설은 느긋하게 문장을 곱씹어 가며 책을 읽는 경지에 올랐을 때 읽으면 좋다. 나로 말하자면 성질이 급해서 절대 그런 경지에는 못 오를 것 같다.


어떤 책이 단편소설 모음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런 책은 표지에 '소설집'이라고 쓰여 있다.


*번역서

번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번역서는 우리나라 작가의 책에 비해 걸림돌이 많다. 외국 책을 옮긴 것이다 보니 우리말로는 어색한 문장, 혹은 한국말 같기는 한데 왠지 이해가 안 가는 문장을 만날 확률이 아무래도 더 높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덧붙여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리고 작가도 외국인, 등장인물도 외국인, 배경도 외국이라서 왠지 낯설고 먼 느낌이 들기 쉽다. 우리나라 드라마만 보다가 처음 미드를 보면 같은 드라마인데도 그 특유의 정서나 전개, 연출 방식이 생소해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과 같다.


다만 우리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고 SF나 미스터리 같은 장르 소설은 외국 작품이 주류이니 번역서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번역서를 읽되 잘 안 읽혀도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자.


4. 어떻게 고를 것인가

일단 서점에 가자. 도서관도 좋고 온라인 서점도 좋지만 책을 고르기에는 오프라인 서점이 제일이다. 책 표지가 한눈에 들어오게 진열되어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펼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책들이 등을 돌린 채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어 제목조차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온라인 서점은 책의 본문을 좀 읽어보려면 클릭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서점에 갔으면 일단 베스트셀러 코너로 가자. 왜 베스트셀러인지는 앞에서 말했다. 그곳에 위풍당당하게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한번 쓱 둘러보면서 왠지 표지가 시선을 끌고 제목이 마음에 드는 놈으로 한 권 골라잡자. 펼쳐서 3~7쪽 정도 쓱 읽어보자. 그래서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읽고 싶다 하면 그 책으로 낙찰이다. 아니면 미련 없이 내려놓고 다른 책을 찾아보자.


이때 주의할 점은 추천사나 서문은 빼고 바로 본문부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천사와 서문은 걸그룹이 온대서 지역 행사에 갔는데 본 행사 전에 하는 시장님 인사말, 주최 측 안내와 같다. 재미가 없고 꼭 읽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


만약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못 찾았다면? 실망할 필요 없다. 서점에 쌔고 쌘 게 책이다. 그냥 전체적으로 한 바퀴 돌면서 똑같은 방법으로 책을 찾아보자. 혹시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쪽부터 가보자. 가령 범죄 수사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미스터리 소설 코너로, 다이어트 중이라면 건강 코너로 가보는 것이다.


서점을 다 돌았는데도 마음에 드는 책이 없다면? 괜찮다. 그 재미있는 텔레비전도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땡기는 프로가 안 나올 때가 있지 않던가.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또 마음이 동하면 오기로 하자. 그냥 들어가기 아쉬우면 마음의 양식 대신 돈까스라도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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