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든 오프라인 게임이든 파티의 기본 구성은 힐딜탱(힐러, 딜러, 탱커)이다.
힐러는 동료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딜러는 적에게 타격을 입힌다(딜을 넣는다고 한다). 탱커는 적의 공격을 몸으로 막는다.
육아에서 아이는 딜러 겸 힐러다. 원래 딜러는 적에게 딜을 넣어야 하지만 아이는 부모한테 딜을 넣는다. 소리 지르고 떼쓰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면서 종일 피통(체력)을 깎는다.
우리 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딜량이 장난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악을 써가며 소리를 질렀다. 애는 거실에서 아내가 보고 나는 구석방에서 일하는데도 그 소리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욘두의 화살처럼 순식간에 복도를 지나서 정확히 내 머리에 꽂혔다. 대미지가 너무 심해서 방구석에서 혼자 책상을 몇 번이나 치고 펜을 몇 번이나 집어던졌는지 모른다.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책상이 펜에 팬 자국이 남아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 애가 떼는 좀 써도 악은 안 쓴다. 그렇다고 해도 애 보면 역시 체력이 빠진다. 애들은 기본적으로 도트를 넣기 때문이다. 도트는 ‘damage over time’의 약자로 한번 걸면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가 들어가는 걸 말한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애 보면 기가 쭉쭉 빨린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애가 딜을 넣는다고 부모도 맞딜을 넣으면 큰일 난다. 애 잡는다고 끌려간다. 근데 애 보다 보면 아무리 부모라도 진심으로 딜 넣고 싶을 때가 있다. 고집불통으로 떼쓰고 자빠지면 말도 안 통하고 그냥 확 한 대 패버리거나 면전에서 쌍욕을 하고 싶다.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럴 때일수록 자신이 탱커임을 자각해야 한다. 묵묵히 아이의 딜을 받아내야 한다. 나는 무기 없는 몸빵 전용캐라고 생각하고 참을인 자를 새겨야 한다. 소인은 아직 수행이 부족해 가끔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신의 섭리인지 진화의 작용인지 애들은 딜러이면서 힐러다. 그냥 딜러였으면 아마 인류는 벌써 멸종했을 것이다.
애들이 쓰는 힐이라는 게 별것 아니다. 그냥 까르륵 웃는 거다. 그러면 부모란 인간들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지금까지 대미지 받은 건 생각도 안 하고 그저 지도 좋다고 헤벌레한다. 그러다 또 딜 맞고 빡치는 게 육아다.
예전에 우리 애는 하루 동안 넣는 딜이 100이면 힐은 30 정도였다. 요즘은 딜량이 40으로 줄고 힐량은 35로 늘어서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나 혼자 보고 있지만 볼 만하다. 물론 그동안 탱커로서 나의 방어력이 좋아진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혼자 보는 건 둘이 보는 것보다 힘들다. 둘이 보면 서로 탱커와 힐러가 돼주는데 혼자 보면 그게 안 되니까 피통이 너무 빨리 닳는다.
원래 게임에서도 고수들 아니면 3인 파티가 기본이다. 육아도 애 하나에 어른 하나 붙는 2인팟보다 어른 둘이 붙는 3인팟이 훨씬 낫다. 거기에 장모님에 처제까지 붙는 5인팟은 최상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처가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