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가, 엄마한테

by 김콤마

아내는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8시 10분에 출근한다. 아이가 밥 먹을 때 옆에서 같이 먹는 것 빼면 아침에는 아이와 같이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저녁에는 6시면 집에 온다. 그리고 본인이 나서서 아이에게 저녁을 먹인다. 우리도 저녁을 먹고 내가 설거지를 하면 아내가 아이를 본다. 애가 무거워져서 힘이 많이 드는 샤워만 내가 시키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또 아내가 아이를 전담한다.


나를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다. 퇴근 후 2시간이 아내가 평일에 아이와 같이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덕분에 나는 그 시간에 마음 놓고 아내에게 아이를 맡긴다. 혼자 안방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폰을 보고, 혼자 서재에 가서 컴퓨터를 한다. 아내가 자발적으로 아이를 보겠다고 하니까 혼자 놀아도 별로 죄책감은 안 느낀다. 아내에게 배턴을 넘기고 자유로워지는 거다.


아내는 아이에게 엄청난 애착이 형성되어 있다. 복직하기 몇 주 전부터 이 이쁜 걸 어떻게 떼어놓고 회사를 가냐고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러니 회사 갔다 와서 아이한테 찰싹 달라붙는다.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다. 만약에 아내가 퇴근 후에 피곤하다고 아이를 건성으로 봤으면 나도 같이 애를 봐야 하니까 쉬질 못 했을 거다. 하지만 퇴근 후 지극 정성이니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다만 완전히 마음을 놓아버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낮 시간과 전혀 달라진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저녁 먹고 안방에 누워서 폰 하고 있는데 엄마랑 놀던 아이가 다다다다 기어 와서는 침대 옆에 서서 찡찡댔다. 지도 침대 위에 올리란 거다. 한숨 한 번 쉬고 올려줬다. 잠시 후 내가 서재로 가서 컴퓨터로 볼 일을 좀 보고 있으려니까 엄마랑 놀던 아이가 또 다다다다 와서 의자 옆에 서서 찡찡댔다. 지도 의자에 앉히라는 거다.


한 번은 참았는데 두 번째는 나도 짜증이 났다. 그래서 “아빠 좀 쉬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지도 “아아아!” 하고 신경질을 확 낸다. 서운하다는 거다. 그래서 “아니, 니가 짜증을 내니까 아빠도 짜증이 나잖아”라고 군색한 말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이는 고집 안 피우고 엄마가 있는 거실로 돌아갔다.


낮에는 침대든 의자든 올려 달라고 하면 어지간하면 올려준다. 아이를 놔두고 혼자 침대에 누워 있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도 않는다. 그런데 저녁에는 아내에게 애를 맡기고 마음이 풀어지니까 아이에게 집중하는 아빠에서 아이를 건성으로 대하는 아빠로 변한다.


하지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일 애랑 같이 뒹굴었는데 저녁에 2시간 정도 소원해지는 것쯤이야 인간적인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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