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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r 13. 2020

나의 문우들에게

(이 글은 아주 불순한 의도로 썼습니다. 미리 밝혔으니 나중에 가서 이럴 줄 몰랐다느니 하시면 곤란합니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성격이 그렇다. 모나서 미움받고 하는 건 아니지만 체질이 아싸형이다. 어디 사람 많은 데 가면 괜히 불편하고, 모임에서 변두리로 밀려나는 것도 싫지만 중앙에서 각광받는 것도 부담스러우며, 만나면 좋지만 헤어지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연락 자체를 잘 안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언제나 집이다.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다.


친구가 없다 보니 더 없는 게 있었다. 글 쓰는 친구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짧게 근황을 적는 친구는 있어도 일상 이야기든 자기 생각이든 뭐든 긴 글을 적는 친구는 없었다. 있다고 해서 서로 글을 품평하거나 함께 뭔가를 도모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취미가 같은 친구가 있어서 같이 글질에 대해 얘기하고 또 말로는 알 수 없었던 생각이나 면모를 알 수 있으면 글쓰기가 더욱 즐거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가 좋다. 이곳이 그런 나의 갈증을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여긴 나 같은 사람들의 소굴이다. 글 쓰는 게 괴롭다면서도 그 재미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나를 까발리는 게 부끄럽다면서도 속을 훤하게 보여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아무도 아니라고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2년 넘게 봐서 잘 아는데 바로 그런 피학적 즐거움과 욕망이 브런치의 맛이다.


나는 그렇게 나와 비슷한 브런치 작가들에게 대단한 친밀감을 느낀다. 비록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대화라고 해봐야 짧은 댓글 몇 번 주고받은 게 다이지만 가까운 친구 같다. 글을 통해 내밀한 속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마치 드라마에서 단역이라도 하나 얻으려고 매일 같이 연기 연습을 하고 수십, 수백 번씩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무명 배우가 오디션장에서 여러 번 마주치다가 친해진 또 다른 무명 배우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동지애를 느낀다. 솔직히 우리는 아직 무명 작가니까.


나는 이 동지들, 문우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즐겨 찾던 작가가 출간 소식을 알리면 반갑다. 그건 친구가 서울에 산 아파트가 몇 억이 올랐단 소식과 비슷하다. 부럽고 조금 배도 아프지만 축하하는 마음이 크다. 아무렴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내 친구가 잘되는 게 좋지.


그래서 나는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예약하고 텀블벅 펀딩을 한다면 후원을 한다. 한 달 용돈 15만 원을 쪼개 써야 하는 입장이지만 친구에게 그 정도 투자는 할 수 있다.


나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하자는 주의다. 그래서 책을 사거나 후원을 했다면 굳이 티를 내는 댓글을 단다. 그래야 상대방도 내가 좋은 친구인 줄 알 것 아닌가. 그리고 자기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단 것에 더 기운이 날 테고. 타이밍을 놓쳐서 미처 말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돈을 쓴 나도, 응원자가 있다는 걸 알 수 없게 된 상대방도 손해니까 이제는 바로바로 말한다.


내가 대단한 의리파는 아니다. 하지만 내 문우들에게 내 쥐꼬리 같은 용돈의 10분의 1 정도는 기꺼이 떼줄 용의기 있다.




여기까지만 썼다면 나는 그냥 의리 있는 작가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분명히 불순한 의도로 썼다. 지금까지는 다 밑밥이고 이제부터가 진짜란 말씀입니다.


이 글을 쓴 건 이제 내 책이 텀블벅 펀딩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목 하여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어느 젊은 번역가의 생존 습관>. 펀딩은 무조건 초반 후원율 끌어올리는 게 장땡이에요. 텀블벅 가이드에도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초반 기세를 올려야 메인에 노출되기 쉽다고 나와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글은 순전히 책 팔아먹으려고 쓴 거다. 기왕에 나오는 책, 한 권이라도 더 팔리면 홍보도 되고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도 늘어나고 좋잖아요.


여러분, 책값은 13,800원입니다. 펀딩 마감일이 아직 28일 남았으니까 오늘부터 하루에 500원씩만 아껴도 사실 수 있어요. 물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죠. 땅을 파봐라, 500원이 나오나!


하지만 여러분이 오늘 아끼는 500원은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땅에 묻어두는 겁니다. 왜냐고요? 여러분도 언젠가는 책 낼 거잖아요? 그때 제가 삽니다. 진짜예요. 내가 한 방 얻어맞은 건 참아도 한 입 얻어먹은 건 똑같이 갚아줘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니까 밀어주세요. 기왕에 밀어주실 거 초반에 밀어주시고요. 말씀드렸죠? 초반에 쎄게 치고 나가야 해요.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 텀블벅 펀딩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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