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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pr 01. 2020

미안한데 나 양다리야

제가 요 며칠 글이 뜸했죠. 솔직히 말할게요. 바람났어요. SNS는 브런치가 끝사랑이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인스타 시작했어요.


왜냐고요? 지인 찬스는 두 번 못 쓰거든요.


제가 이번에 책 내는 건 아시죠? 텀블벅 펀딩 들어가면서 가족, 친구, 번역 카페 회원, 그리고 브런치 친구들 끌어모아서 펀딩 목표액 다 채웠어요. 무명작가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근데 내가 책 한 권만 내고 끝낼 거 아니고 앞으로도 누가 내줄진 몰라도 계속 책 낼 거거든요. 근데 그때 또 똑같은 사람들한테 도와 달라고 손 내밀 수는 없잖아요.


요즘 둘째 돌잔치 초대하면 민폐라는데 두 번째 책 나왔다고 또 사 달라고 하는 것도 그래요. 그때부터는 실력이든 이름발로든 승부를 봐야죠. 아니면 지인 찬스를 쓸 새로운 사람들을 찾거나.


그래서 인스타 시작했어요. 팔로워 많이 모아서 언제 나올진 몰라도 언젠간 나올 다음 책 팔아먹으려고.


마침 인스타 키우기 30일 코스가 있어서 신청했어요. 강의 듣고 30일간 단톡방에서 포스팅 인증하는 프로그램이에요. 4만 원인데 강의 내용도 괜찮았고 하루 1300원 내고 꾸준함을 성취할 수 있는 거라면 저처럼 끈기가 부족한 사람에게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아요. 단톡방 식구들과 서로 팔로우하고 좋아요 주고받으니까 뉴비인데도 외롭지 않고요.


이제 인스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는데 재미있네요. 그 왜, 알랭 드 보통 책에 그런 말이 나왔단 것 같은데 뭐나 하면… 남자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여자는? 처음 보는 여자!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 인스타가 처음이라 짜릿하니까 브런치 놔두고 자꾸 인스타 들어가게 돼요. 브런치랑 다른 맛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인스타에서는 글을 짧게 쓰고 있거든요. 브런치 같은 텍스트 위주 플랫폼이 아니라 이미지가 주가 되는 곳이라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먹히는 것 같아요. 저도 글씨가 좁쌀만 하게 나오는 곳에 굳이 긴 글 써서 보는 사람 눈 아프게 하고 싶지 않고요.


짧게 쓰니까 시간 많이 안 들고 부담이 덜해서 좋네요. 오해하지 마세요. 브런치가 싫다는 건 아니고 인스타는 인스타만의 재미가 있다는 말이에요.


인스타에서는 여전히 “너”에게 쓰는 달달한 글(“너 거기 그대로 있어줄래? 내가 달려갈게.”)과 어깨를 토닥이는 힐링 글(“알아요, 넘어진 거. 하지만 또 일어날 거잖아요.”)이 인기인데, 나한테 쓰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야 쓰겠지만 보는 건 계속 보다 보니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네요. 시큼한 살구를 너무 셔서 몸을 부르르 떨 것을 알면서도 먹는 것 같은 재미랄까.


인스타에는 책이나 기사에서 읽은 인상적인 글귀나 문득 든 생각을 올리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구한 무료 일러스트 넣고 텍스트 넣어서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도 재미있네요. 제가 원래 뭐 만드는 거 좋아하는 성격이라. 너무 복잡한 건 싫지만 인스타용 이미지 만드는 것처럼 간단한 건 좋아해요.


그런고로 당분간은 브런치에 좀 소홀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글 1편 정도 올릴 것 같아요. 확실하진 않은데 그럴 확률이 높아요.


브런치로 책 팔아먹고는 이용 가치 떨어지니까 입 싹 닦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아니에요. 여러분은 아직 이용 가치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는 자긍심을 가지셔도 좋아요. 브런치 친구들은 늘 저에게 좋은 자극원이에요.


그래서 인스타 주소가 어떻게 되냐고요? 비밀입니다. 신분 세탁 싹 했어요. 일단은 정체를 안 밝히고 익명으로 운영하려고요. 그래야 글을 더욱 대충 막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충 막 쓰기는 여전히 저한테 필요한 습관이랄까 기술이거든요. 대충 막 써 버릇해서 부담 없이 많은 글을 쓰는 경지에 오르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여기까지 할게요. 인스타 팔로워 늘었는지 확인하러 가야 하거든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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