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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May 20. 2020

애를 때릴 순 없으니까 나라도 때려야지

오늘 아이 앞에서 내 뺨을 때렸어요. 5대 때리고 5대 더 때렸어요. 눈앞에 별이 번쩍할 만큼 쎄게.

아이가 너무 보채고 찡찡거려서요. 안 안아준다고 악을 써대서요. 제가 원래 아이가 안아 달란다고 다 안아주진 않아요. 어떻게 모든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겠어요.

그래도 오늘은 많이 안아줬어요. 진짜 팔이 뻐근할 만큼. 근데도 더 안아 달라고 아주 온몸의 힘을 다해 악에 받친듯 우는 거예요.

혼자 애 볼 때 제일 힘든 건 어디 달아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지금 내가 미칠 것 같아도 그 상황을 내 몸으로 다 받아내야 해요.

너무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뭐라도 때려야겠는데 애를 때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내 싸대기를 마구 때렸어요. 애가 깜짝 놀라서 갑자기 순한 양이 됐어요.

네,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았겠어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오늘만큼 심하게 때리진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애가 성질 나면 자기 머리를 때릴 때가 있어요. 내가 이런 꼴 보여줘서 그런 건가 싶어요.

아이한테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긴 했어요. 아무리 17개월 애라도 아빠가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양심상 아내한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회식 마치고 온 아내한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냉랭하게 한마디 하더라고요. 애 앞에서 그랬다고?

그 말을 듣고 보니까 괜히 말했다 싶더라고요. 솔직히 개빡쳤어요. 괜히 싸우고 싶지 않아서 내색은 안 했지만.

오늘은 기분이 줫같아요. 줫같은 하루예요. 애 키우니까 존나 좋은 하루도 많지만 존나 줫같은 하루도 많아요. 내 인생이 이렇게 극과 극을 달렸던 적이 없어요.

오늘은 그냥 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태어나지 말걸 싶기도 해요. 어차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런 생각으로 침울해하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먼 미래의 관점에서 오늘을 보자. 그래서 한번 그렇게 해봤어요. 그랬더니 오늘은 무수한 날들 중 하루밖에 안 되더라고요. 오늘 내가 애한테 잘못한 게 뭐 그리 큰 영향을 미칠까 싶어요.

근데 또 이렇게 적고 있으니까 1대도 아니고 10대를 때렸는데, 혹시 대충 읽으시는 분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제 뺨을 때린 거예요, 여하튼 그렇게 때렸는데 아이한테 영향이 없을 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안 그러면 되지요. 근데 살면서 이제 안 그러면 된다고 하고서 정말로 안 그런 적이 있던가요?

내일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집에만 갇혀 있어도 좋아요. 인터넷 끊겨도 좋아요. 맨밥만 먹으라 해도 좋아요. 하지만 안 되겠죠.

내일도 애 어린이집 보냈다가 점심 때쯤 데려와서 또 종일 같이 있어야겠죠.

어쩌겠어요, 육아가 원래 이런 건데. 씨댕.




딱 일주일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너무 구질구질한 것 같아서 1분 만에 지운 글이다.


이후로 일주일 동안 되도록 아이 안 울리려고 더 많이 안아주고 빡쳐도 참을인 새기면서 버텼다.


근데 오늘은 애가 새벽부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어린이집에서 일찍 돌아와서도 떼쓰고 보채고, 이런 말 쓰기 애한테 미안하지만 당시 심정을 그대로 옮기자면, '개지랄'을 떨었다. 지금 생각하면 심한 말이지만 그때 느낌은 그랬다.


나도 폭발했다. 조용히 말하려다가 못 참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들고 있던 애 식판(실리콘)을 조리대에 집어던졌다. 근데 그게 의도치 않게 튕겨서 아이 쪽으로 날아갔다. 다행히 아이가 맞진 않았지만 우리 둘 다 놀랐다.


아이는 낮잠을 자기 전에도 온몸의 힘을 토해내듯 울었다. 나는 그냥 무시하고 누워 있다 잠이 들었고 잠시 후 깨서 보니까 애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아이가 일어났을 때는 얼마나 울었던지 목이 쉬어 있었다.


나 자신이 너무 씨발등신새끼같고 그렇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병원 가서 묶어버릴까 싶다. 애가 왜 자기는 동생이 없냐고 물으면 너 때문이라고 말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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