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이라이트 Jun 03. 2020

지금 내 실력으로 번역 시장에 나갈 수 있을까?

번역 능력 셀프테스트법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가 출간된 후 출판번역가 지망생의 문의 메일을 종종 받습니다. 그러면서 지망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하나를 알게 됐어요. 바로 내가 시장에 진입할 실력이 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죠.


제일 좋은 건 현직 번역가에게 평가를 받는 겁니다. 저는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들께 현실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하지만 아카데미 수업을 듣거나 아는 번역가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런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죠.


그래서 제가 셀프테스트를 고안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1. 시중의 번역서를 번역 수준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눕니다. 번역가를 지망할 정도면 아마 자기 문장은 몰라도 남의 문장을 평가할 눈은 있을 거예요. 그 눈으로 한번 급을 나눠보세요. ‘와, 진짜 번역 잘했다’ 싶은 책은 상, ‘그럭저럭 괜찮네’는 중, ‘이건 좀 아닌데’는 하.


2. ‘중’에 속하는 책 중에서 한 권을 택해서 A4 두 장 정도 분량을 직접 번역해보세요. 원문은 아마존 미리보기로 보면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 절대로 번역서를 참고하면 안 됩니다.


3. 자신의 번역을 번역서와 비교해보세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오역. 둘째, 가독성.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번역서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이라면 번역을 시작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만일 3번 과정에서 도대체 뭘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뭐가 맞고 틀린 건지,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럽다면? 아직 번역을 보는 눈이 부족한 겁니다. 더 공부하셔야 해요.


물론 책 한 권만 비교해서는 부족하고 저자와 분야를 달리해서 최소 다섯 권 정도는 해야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번역가로 일할 만한 실력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면? 출판사에 나를 알려야죠. 출간기획서로요. 제가 볼 때 출판계에 아무 연줄도 없고 경력도 없는 번역가가 일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요. 기획서에 대해서는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쓴 저는 번역 아카데미 나와서 에이전시 통해 비교적 쉽게 번역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제 경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각과 추론에서 나온 이야기임을 참고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번역가가 원문에 밀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OO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