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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Sep 06. 2020

책을 내고 가장 흐뭇한 순간

OOO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지난 4월에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가 출간되고 5개월이 좀 못 되는 시간이 지났다. 아무래도 내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번역가이다 보니 아직 1쇄도 다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최근에 리디북스의 월구독제 서비스인 리디셀렉트에 책이 등록되면서 ‘한 주간 별점 베스트’ 목록에 오르더니 별점을 준 독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서고 리뷰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내 책에 대한 반응을 잘 알고 있다. 리디북스만 아니라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찾아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번씩 네이버에서 ‘김고명’으로 검색하고 검색 기간을 ‘1일’로 지정해서 최근에 올라온 글을 다 읽어본다(물론 칼국수 같은 음식 얘기는 빼고). 인스타그램에서 #김고명, #좋아하는일을끝까지해보고싶습니다 해시태그도 매일 검색한다. 거기다 감사하게도 간간이 메일이나 댓글로 소감을 전해주는 독자들도 존재한다.


책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번역가 지망생인데 도움이 됐다. 둘째, 번역과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셋째는…… 뒤에서 말하기로 하겠다.


그중에서 제일 흐뭇한 반응은 무엇일까?


첫째, 번역가 지망생인데 도움이 됐다, 일까?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번역이, 적어도 출판 번역은 그리 전망이 좋은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벌이도 안 좋고 인공지능 번역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그래서 누군가가 이쪽에 진입하는 것을 마냥 환영하지만은 않는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정도로 비관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권장하진 않는다.


그런 주제에 번역가 지망생을 주 타깃으로 번역가의 습관에 대한 책을 냈다니 모순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번역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고 하고 싶으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어차피 일단 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누가 말려도 하겠다고 달려들 테니까 그들이 내 책을 읽고 번역가의 삶과 형편, 그리고 일말의 노하우라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 책이 번역가 지망생에게 도움이 됐다면 기쁘긴 하지만 그게 가장 흐뭇한 순간은 아니다.


둘째, 책이 재미있었다는 말일까? 역시 아니다. 내 책이 재미있었다는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소개한 습관들이 다른 직업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나의 사소한 습관이 남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기쁘고 내 글이 잘 읽힌다니 뿌듯하다. 하지만 이 또한 가장 흐뭇한 반응은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지금껏 비밀에 부쳐둔 세 번째 반응이다. 그게 뭔가 하면 내 책을 읽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SNS, 서점 리뷰에서 그런 말을 들어도 기쁘지만 독자가 친히 댓글로 알려주면 그 기쁨은 배가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반응이 제일 흐뭇하다.


나는 글쓰기가 밥벌이로는 몰라도 취미로는 아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어지러운 머리를 비우는 행위이고,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드러냄으로써 다스리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이제껏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특성을 깨닫고 나를 서서히 개조하는 행위다.


요컨대 글쓰기는 매우 효과적인 자기계발법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나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심심하면 글이나 쓰세요, 라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종교인이 전도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이랄까. 이것은 순도 100퍼센트의 기쁨이다.


그렇잖아도 이달 말부터 발행되는 모 매체에 <만만한 온라인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1년간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가볍게 취미로 온라인에 글 쓰는 요령을 소개한다는 기획이다. 나는 이 연재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취미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내가 글쓰기 전도사가 됐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글쓰기의 맛을 알고 인생이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나는 번역가이지만 번역을 적극 권하진 않는다. 하지만 글쓰기는 기꺼이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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