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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막썰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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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Nov 01. 2020

당신이 지금 빨리 브런치북프로젝트에 응모해야 하는 이유

무명 작가는 어떻게든 자신을 알려야 한다

아니요. 전 브런치북 만들 콘텐츠가 없어서요. 그리고 브런치팀 싫어서 별로 응할 마음도 없어요.


지난 9월,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계획이냐는 코붱 작가님​의 물음에 내가 한 대답이다. 진심이었다. 그때는.

나는 브런치북 만들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은 모두 그때그때 생각나는 글감을 갖고 썼기 때문에 소재가 중구난방이다. 오죽하면 매거진명이 <막썰어글>일까. 그나마 <배운 게 번역질인데> 매거진은 번역이란 일관된 주제가 있지만 이미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에 실은 내용이 많아서 브런치북을 만들 분량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북이란 틀에 담을 일관성 있는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런치팀 싫어서 응모 안 한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내가 브런치팀을 싫어하는  브런치를 소수만  빠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수만 명의 브런치 작가 중 10명만 혜택을 본다. 연중 다른 단체와 제휴한 공모전이 몇 번 있긴 한데 그 또한 소수에게만 영광이 돌아간다. 그리고 브런치 메인에 에디터 추천 글로 노출되는 것도 대부분 브런치팀의 일관된 취향(결혼, 육아, 딩크, 비혼, 요리, 여성, 여행, 직장생활을 소재로 한 감성 에세이)에 맞는 글들이다. 그밖에는 딱히 브런치팀에서 작가들에게 해주는 건 (내가 보기엔) 없다.

그럼 다수가 꿀 빨게 할 방법이 뭐냐고? 모른다. 그럼 소수가 꿀 빠는 게 나쁜 거냐고? 브런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뭐 세상이 다 그렇지. 근데  싫냐고? 내가  소수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내가 무슨 예수님도 나 빼고 노는 거 꼴 보기 싫어하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거지.

여하튼 이런 이유로 나는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인 오늘 아침에 브런치북을 급조해서 응모했다. 사연은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인스타​에 올릴 킵고잉의 리뷰를 썼다. 이 책에서 하는 말은 작은 사업을 망해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갈아넣지 말고 실패해도 큰 타격이 없도록 작게 일을 벌리다 보면 9번 넘어져도 10번째쯤에는 뭐라도 된다는 거다.

소파에 누워서 폰으로 리뷰를 다 쓰고(나는 누워서 쓸 때 제일 솔직하고 편한 글이 나온다) 요즘 모니터를 새로 살까 고민 중이라 좀 알아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꼭 당선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써 놓은 글들 있는데 어떻게든 브런치북 하나 만들어서 응모하면 심사하는 출판사 편집자들이 단 한 편의 글이라고 읽을 테니까 나를 알리는 기회가 되지 않겠어?'

그랬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당선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두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나를 조금이라도  알리는 수단으로 쓴다면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도전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쓸 것도 없다. 어차피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면 나란 작가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글 몇 편 골라서 뚝딱 만들면 끝이니까.

그래서 바로 실행했다. 작년에 썼던 <오늘의 말씀 묵상>​ 매거진(종교와 관련 없고 매일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소재로 자유롭게 쓴 글들)에서 너무 개인적이지 않고 남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글 21개를 때려넣어서 같은 제목의 브런치북을 만들고​ 30분 만에 응모를 끝냈다.

하고 나니 별것 아니었다. 이 글들로 당선은 무리겠지만 편집자가 나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원고든 번역이든 의뢰한다면 그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거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러니까 실패해도 괜찮다. 어차피 30분 만에 만든 것 그냥 30분 날렸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글을 읽는 당신도 (아직 마감일인 11 1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얼른 브런치북을 만들어 응모했으면 좋겠다. 다들 어차피 써놓은  있으니까  기회에 나를 출판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로 말이다. 우리 같은 무명의 글쟁이들은 뭐라도 나를 알릴 창구를 만드는  중요하다. 그런 노력이 모여서 유명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건 일단 내가 유명해져야 증명할 수 있겠지. 여하튼 자신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글로 꼭 응모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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