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놓고 말할게요. 이 책은 읽다가 중간에 한 번 재활용함으로 갈 뻔했어요. 문체가 진짜 제 스타일이 아니라서요.
이 책의 문체는… 그것을 논함에 있어 독자의 이해에 기여하기 위한 과장을 가장한 악의적 희화화가 허용된다면 본 문장과 같이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그 서술과 해석의 복잡성을 특징으로 하는, 그리하여 대중적 인식에 각인된 평론가의 문체적 전형성 내지는 다소간의 논란을 고려하더라도 학자적 저술의 그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무방하다.
위의 문장은 제가 심하게 과장한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눈으로 쓱 읽어서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아요. 이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필진 중 대다수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분들이라 그런가 논문 읽는 거 같아요.
그래서 중간에 포기했다가…… 며칠 후에 다시 펼쳤어요.
왜냐. 이 책만의 재미가 있어서요.
그 재미가 뭔가 하면 일단은 '뭐야, 이런 책도 있었어?' 하고 몰랐던 책 찾는 재미예요. 제가 요즘 사회과학 책 같은 거 잘 안 읽거든요. 그런 거 인생이 널널하던 20대에 많이 읽었어요. 이제 책은 순전히 취미로 읽는데 골치 아픈 책은 싫어서 한동안 피했거든요? 근데 이 책에는 그런 골 아픈 책들 나와요.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묘하게 관심이 가네요.
그리고 그런 책들을 제대로 비평한다는 게 또 다른 재미입니다. 필진이 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데요, 그래서 깔 건까요. 막 악의적으로 까는 건 아니고 아쉬운 부분을 말하는 거죠. 다른 책들을 가져다가 보충도 하고 비교도 하면서요. 그런 점이 좋았어요.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고 칭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글이라서요. 여기 실린 서평을 읽으면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서 소개된 책을 읽고 싶어져요. 그게 이 책, <서울리뷰오브북스>의 매력이에요.
이 책은, 뭐랄까,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말할 때마다 괜히 어려운 말, 있어 보이는 말 해서 꼴 보기 싫은데 뭔가 지 나름의 멋과 매력이 있어서 그냥 생까면 내가 손해일 것 같은, 그래서 아니꼽지만 ‘관대한 내가 진짜 인심 후하게 써서 한 수 접고 들어가준다’ 하고 (비굴하게) 또 만나다 보면 썩 나쁘진 않고 뭔가 나한테 콩고물도 떨어지는 놈 혹은 년. 네, 딱 그런 책이에요.
너 이 새끼, 내가 정기구독 신청했으니까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