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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Feb 13. 2021

아싸(외부인)의 클럽하우스 단상

요즘 온라인상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은 누가 뭐래도 실시간 대화형 SNS인 클럽하우스다. 각종 커뮤니티도 SNS도 클럽하우스 이야기로 난리다.


나는 못 해봤다. 이건 내가 바깥에서 보는, 그러니까 아싸(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쓰는 단상이다. 나는 마케팅 전문가나 UI/UX 전문가가 아니다. 이 글에 어떤 대단한 인사이트 같은 건 없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내가 부덕해서 편견에 쩐 글이다.


1. 흥! (1)

클럽하우스는 기존 이용자의 초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아무나 안 받아준다.


그래서 클럽하우스 경험담을 말하는 글을 보면 괜히 뻐기는 것 같아서 배알이 꼴린다. 안다. 그들이 다 자랑하려고 쓴 건 아니란 거. 내가 속이 좁아서 그렇다. 나한테 없는 걸 가진 사람을 보면 일단 질투부터 하고 말이다.


솔직히 나는 브런치에서 <다음 메인 가고 조회수 10만이 넘었어요> 같은 글을 봐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나는 못 가거든.




2. 흥! (2)

난 클럽하우스처럼 ‘베타 테스트’를 빙자한 ‘초대 마케팅’ 뵈기 싫다.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홍보하고 초대장 찔끔찔끔 나눠주면서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와보세요’라고 하는 거 밥맛이다. 안에서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신비감을 조성하고 밖에 있는 사람은 ‘혹시 초대장 남는 거 있으면 좀…’ 하고 굽실대게 만든다.


물론 내가 그 유명인과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3. 웬 아싸 타령?

클럽하우스 글을 읽어보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아싸라고 밝히거나 “오! 인싸”라는 댓글이 달리면 “아니에요, 아싸인데 지인이…”라는 식으로 답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왜 그럴까?


인싸로 불리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걸 수 있겠다. 아무래도 인싸라고 하면 사교성이 활활 타오르고 입담도 화려해서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누구와도 순식간에 친구가 되는 사람이라는 다소 환상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자기는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싸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는 온라인 전용 인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조용하고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지만 주로 글로 소통하는 온라인에서는 활달한 사람. 나도 인스타만 보면 쾌활한 사람인 줄 알걸.


근데 초대 받은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입성했으면 인싸까진 아니어도 준(準)인싸는 되는 거지, 아싸는 무슨 아싸야.




4. 인싸들의 세계가 궁금하긴 하다

잘나가는 연예인, 사업가, 투자자,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포진한 곳에서 그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폐쇄적이긴 해도 구성원들 간에는 공개된 공간이기 때문에 내밀한 이야기가 나오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긴 하다.


‘아니, 내가 평소에 범접하지도 못했던 사람과 한 공간에서 대화를!’이라는 정서가 많은 사람을 클럽하우스로 이끄는 것 같다.




5. 새해 소원은 인플루언서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이 인플루언서와 어울리면서 자신도 인플루언서로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하는 것 같다. 원래 잘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남들 눈에는 나도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다 보면 유명하니까 유명해진다는 말처럼 남들이 나를 잘나간다고 봐주니까 정말로 잘나가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잘나가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동화되어 같이 잘나가게 될 수도 있겠고.


많은 사람이 자신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원석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나는 그런 믿음 좋아한다.




6.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클럽하우스 사용기를 보면 한번 들어가면 기본 3~4시간은 이용한다고 한다. 하긴 대화라는 게 원래 시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면 한없이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바쁜 와중에 없는 시간을 쪼개서 클럽하우스에서 어울리는 사람들, 솔직히 대단하다. 나는 밤에 아이 재우고 주어지는 2시간 조금 안 되는 자유 시간에 게임하고 드라마 보고 책 읽으면서 쉬는 게 다다.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귀찮다.




7. 글이 더 효율적이지 않아?

원래 나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오락용으로만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튜브를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경로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고, 특히 요즘 10대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가 아니라 일단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떤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영상보다 글이 대체로 더 효율적이라서 그렇다. 글로는 5분이면 읽을 것을 영상으로는 30분을 봐야 한다. 사람이 말하고 듣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영상도 아닌 음성, 그것도 실시간 대화만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이 뜨고 있다니 의외다. 미리 준비된 내용을 말하는 강연이 아닌 이상 대화는 필연적으로 두서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러 사람이 참여하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게 대화의 장점이지만 정보 습득의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점이다.


하긴 모든 일에 효율만 따질 것은 아니다. 재미도 중요하니까. 그래, 글도 재미있게 써야 읽히지.




8. 잘 안 됐으면……

남이 고생해서 만들어 놓은 것에 이런 말 하면 나쁜 놈이지만, 솔직히 클럽하우스가 잘 안 됐으면 좋겠다.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에서인데 나는 인스타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나도 퍼스널 브랜딩 좀 해보겠다고 1년 전쯤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브런치는 퍼스널 브랜딩용으로 한계가 뚜렷한데 이건 다른 글에서 다뤄보려 한다). 초기에는 열의가 넘쳐서 매일 포스팅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포스팅 빈도가 줄어들어 이젠 주 1회나 되면 다행이다.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자주 업데이트하고 수시로 들락거려야 한다는데, 말했다시피 쉬는 시간엔 그저 늘어지고 싶어서 그게 잘 안 된다. 유튜브도 같이 해야 효과가 더 좋다는데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다. 근데 그 와중에 또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이라니.


난 못 따라가겠다.


예전에 사주 보는 아주머니가 뜬금없이 내 생일을 묻더니 그랬다. 한 우물만 파라고. 옆에 여자친구(현 아내)가 있어서 “바람 피우지 말라고요?”라고 물었더니 “아니, 하는 일 말이야”란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글만 쓰란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고 보면 현재 나는 인스타에서도 글로 승부를 보고 있다.


일단은 인스타나 열심히 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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