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을 읽고
소개팅은 만나기 전에 어떤 사람일지 혼자 상상할 때가 제일 짜릿하죠. 넷플릭스는 이건 어떤 작품일까 상상하면서 메인 화면만 1시간씩 볼 때가 제일 재미있고요. 책도 그렇지 않나요? 표지 보고 남들이 하는 얘기 듣고 어떤 책일까, 읽을까 말까 생각할 때가 저는 제일 재미있어요.
그래서 이 책도 무려 500쪽이 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700쪽짜리 ⟪코스모스⟫도 읽었는데 500쪽은 이제 뭐 시시하죠.
2000년 이후 출간된(재출간 포함) 비즈니스 서적 100권을 선정해서 각각 3~4쪽 분량으로 소개하는 책이에요. 7명의 필자가 주관적 감상은 되도록 배제하고 건조하게 각 책의 내용을 요약해 놓았습니다. 사실 제가 서평집을 잘 안 읽는 게 내가 안 읽은 책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굳이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인데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았어요. 서평집이 아니라 양서 카탈로그에 가깝죠.
내용 요약은 꽤 잘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 하면 제 역서도 한 권 소개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출판사에서 제게 보내주기도 했고요. 참고로 제 저서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출간한 우주 최고 출판사입니다.
어떤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려는 용도로 쓸 책은 아니에요. 300쪽이 넘어가는 책들을 그 10%의 분량으로 요약했으니까 진짜 큰 줄기만 훑는 정도거든요. 오히려 그래서 앞으로 읽을 책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카탈로그로는 최고죠.
책을 읽으면서 흥미가 가는 책을 목차에 표시해 놨는데 다 세어보니 17권이네요. 책에 사용된 분류별로 보자면 혁신 전략 4권, 마케팅 전략 3권, CEO와 리더십 1권, 성공과 행복 5권, 경제 3권, 인문사회 1권입니다. 그밖에 아무 표시기 안 된 분야로는 미래 전략, 행동과 심리, 정치 사회가 있군요. 제 관심도의 순위라고 할까요.
근데 저 책들을 다 읽을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인스타에서 북스타그램으로 성공하려면 그때그때 화제의 신간을 소개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더라고요. 그래서 구간을 읽을 여유가 없어요. 졸라 신간만 읽어야 해. 그것도 화제작만 골라서.
저는 이제 신간 전문 리뷰어로 변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인스타 팔로워가 먼저 4000 가는지 코스피가 먼저 4000 가는지 겨뤄보겠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개이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