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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pr 10. 2021

출간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 2가지 (1)

와, 나 예지력 있나? 아니, 뻥 안 치고 장난 안 까고 진짜로요.


제가 3월 7일에 <브런치북 대상 타려면 브런치 메인 가지 마세요>라는, 지금 이 글을 발행하는 시간 기준으로 라이킷이 무려 351개나 박혀 있는 초대형 인기 글에서 출간 작가가 되고 싶으면 차별화되고 전문성 있는 글 써야 한다면서 정작 저는 뭘 써야 할지 못 찾아서 되는 대로 오만 잡글 쓴다고 하고는 그래도 “제 걱정은 마세요. 이렇게 계속 뭐라도 쓰다 보면 뭐라도 찾겠죠”라고 했잖아요.


근데 대박! 그러고서 한 달도 안 돼서 3월 30일에 출판 계약서 썼어요. 작년 4월에 출간된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에 이은 두 번째 저서가 될 거예요. 그래서 이 글은 사실 <두 번째 책 계약한 썰 푼다>라고 자랑하려고 쓰는 건지만 자랑만 하면 재수없으니까 여러분한테 조언하는 형태로 쓸게요.


제가 출판 계약 두 탕 뛰어본 경험에 비춰보면 책을 내려면 2가지가 필수예요. 원래 제가 글 쓰는 스타일은 두괄식으로 여기서 그 2개가 뭔지 먼저 알려주고 하나씩 설명하는 건데요, 요즘 계속 인스타 하면서 SNS 글쓰기에 대해 공부해봤더니 아니야, 처음부터 다 가르쳐주면 안 돼. 그러면 뒷부분을 안 읽거든. SNS 알고리즘에서는 콘텐츠를 끝까지 보게 하는, 그러니까 남의 시간을 오래 잡아먹는 놈이 이기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하나만 까고 나머지 하나는 뒤에서 깔게요.


자, 그래서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첫 번째는 미친놈 혹은 년처럼 쓰는 겁니다. 여기엔 또 2가지 뜻이 있어요. 이번엔 그냥 처음부터 다 알려드릴게요. 하나는 ‘성과’를 의식하지 않고 졸라 써재끼는 거고, 또 하나는 ‘정석’을 의식하지 않고 꼴리는 대로 써재끼는 거예요.


성과를 의식하지 말라는 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속 쓰란 말입니다. ‘고생해서 쓰면 뭐해, 라이킷도 안 박히고, 구독자도 안 늘고, 출판사 놈들 맨 쓸데없는 책은 잘도 내면서 나한테는 입질조차 없네, 선구안이 저 지랄이니까 출판계가 백날천날 불황이지!’ 이런 생각 다들 해보셨죠? 아, 저 뒤에 있는 출판사 놈들 어쩌고 하는 생각은 전 안 해봤습니다. 그냥 왠지 여러분 생각이 그럴 것 같아서… 전 출판계를 사랑하는 번역가예요.


여하튼 저런 생각, 네, 할 수는 있는데요, 그렇다고 글쓰기를 중단하진 마세요. 왜냐하면 뭐라도 계속 써서 “나 여기 있어요”란 흔적을 남겨야 출판사 놈들이 날 알아볼 거 아니겠어요? 인디언들을 비하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인디언들은 비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고 하잖아요. 우리도 그래야 해요. 출판사에서 날 알아봐줄 때까지 계속 써야 해요. 글 쓰는 것 말고는 우리가 출판사에 어필할 방법이 솔직히 없잖아요?


다음으로 정석을 의식하지 말고 꼴리는 대로 쓰라고 했죠. 글이란 모름지기 어떠어떠해야 해, 라고 남들이 정한 규칙 내지는 나 스스로 그럴 것이라고 가정하는 규칙을 억지로 지키지 말고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자는 말이에요. 많은 사람이 글이라고 하면 점잖고 진중하게, 혹은 예쁘게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게 자기 취향에 맞으면 괜찮아요. 근데 그런 건 내 취향이 아니다 하면 과감히 손절하고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세요.


왜냐하면 내가 꼴려야 독자도 꼴리거든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 배우는 우는데 나는 하나도 안 슬플 때 있죠? 왜 그럴까요? 배우가 가짜로 슬퍼하고 있어서 그래요. 보는 사람을 울리려면 배우가 연기하는 그 순간에 진짜로 슬퍼야 해요. 아니면 발연기야. 우리가 쓰는 글도 그래요. 내가 꼴려서 써야 읽는 사람도 꼴려요.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문화 콘텐츠란 건 일단 꼴려야 팔려요.


물론 그렇게 쓴 글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지금 이 글만 해도 어떤 사람은 “미친, 왜 이렇게 비속어를 남발하면서 지 꼴리는 대로 쓰고 자빠졌어, 번역도 이 지랄로 하나?” 하고 벌써 닫아버렸을 거예요. (참고로 번역은 꼴리는 대로 안 합니다. 그건 남의 글이니까 그 사람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야죠.)


근데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무난하지 않다는 거예요. 개성이 있단 뜻이죠. 차별화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브런치북 대상 타려면 브런치 메인 가지 마세요>에서 말했죠? 책 내고 싶으면 차별화가 돼야 한다고.


제 얘기를 해볼게요. 제가 요즘 브런치에도 <서평 말고 독후감>이란 매거진에 책 리뷰 올리는데 그게 원래는 작년 봄부터 인스타에서 쓰던 거예요. 1년쯤 썼더니 갈수록 말이 많아져서 인스타에 올리긴 너무 길다 싶어서 인스타에는 700자 버전을 올리고 풀버전은 브런치에 올리고 있어요.


여튼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그냥 제가 꼴리는 대로 써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경박하게 쓰고, 문장도 별로 안 다듬어요. 심지어는 맞춤법 검사도 안 해요. 그냥 글을 쓰는 시점의 내 기분이랄까 감상이 최대한 반영되게 해요. 날것 같은 느낌이 들게요.


이쯤에서 이번에 쓴 계약서를 보여드려야겠네요.


"쓰흡쓰흡... 이 계약서에서는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군!"


보시면 제목이 뭐라고 되어 있나요? ⟪쎈 소설을 읽는 습관(가제)⟫이라고 되어 있어요. 어떤 내용인가 하면, 제가 막 피 튀기고 나쁜 놈들 때려죽이는 소설 좋아하거든요. 그런 책들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책을 써보잔 거예요.


출판사에서 왜 이런 책을 기획했을까요? 당연히 제가 인스타에 1년 동안 책 리뷰를 올렸기 때문이죠. 그것도 제 스타일로요. 저처럼 무게 안 잡고 막 쓴 것처럼 리뷰 쓰는 사람 잘 없거든요.


출판사에서는 소개할 책도 제가 알아서 선정하고 글의 성격도 인스타처럼 하든 어떻게 하든 알아서 하래요. 니 취향과 스타일을 신뢰하니까 알아서 잘만 써줘, 란 거죠. 이게 다 제가 1년간 인스타에서 팔로워가 늘든 안 늘든 꼬박꼬박 리뷰를, 지 꼴리는 대로 리뷰를 쓴 결과 아니겠어요?


나는 원석이고 나를 다듬어서 보석으로 만들 방법을 찾는 건 출판사의 몫이에요. 근데 나란 원석이 존재하고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법은? 미친년놈처럼 쓰는 거죠. 우리가 유명인도 아니고 방법은 그것뿐이에요. 꼬우면 유명해지던가.


참, 계약 얘기 나오기 며칠 전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아세요? 아내가 그랬어요. "오빠, 브런치는 계속 하고 인스타는 그만하는 게 어때?" 들이는 시간에 비해 성과가 안 나오는 것 같다고요. 인스타가 품이 좀 많이 들거든요. 그렇잖아도 저도 일하고 애 보고 남는 시간에 하는 거라 좀 지쳐 있긴 했어요. 그래도 일단 좀 더 해보겠다고 했어요. 성과 안 보고 미친놈처럼 더 해보겠단 거였죠. 진짜 이게 계약서 쓰기 닷새 전인가 있었던 일이에요. 그때 포기했으면 계약도 없었겠죠.


아니, 근데 이 글 쓰다 보니까 요즘 왜 제 인스타에서 좋아요 수가 30% 정도 하락했는지 알겠네요. 생각해보니까 요즘 막 쓴 것 같은 느낌이 줄었어요. 1년쯤 썼다고 이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까, 더 도움이 되는 글을 쓸까 고민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 고민이 좋은 고민인지 아닌지 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와, 이번 글은 길어질 것 같네요. 여기서 자르고 다음 글 올릴게요. 그래서 두 글의 라이킷 수를 비교하면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 요소까지 읽은 사람의 비율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글이 과연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는지 저도 여러분도 알 수 있겠네요. (걱정 마세요, 힘 없으면 기르면 되죠.)


<출간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 2가지 (2)> 읽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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