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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pr 10. 2021

출간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 2가지 (2)

자, 지난 글에 이어서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두 번째는…… 잠깐만요, 아직 지난 글 안 읽었으면 읽고 오세요.


출간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 2가지 (1) 읽으러 가기


자, 진짜로 갑니다. 책 내려면 꼭 필요한 것 중 두 번째는…… 운입니다.


네, 운칠기삼할 때 그 운이요. 어쩔 수가 없어요. 솔직히 인생은 운발이거든요. 내가 죽어라 노력해도 운이 안 들어오면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비관적이니까 다시 말할게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들어보기 전에는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운이 들어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 것 같아서 훨씬 좋네요.


제가 이번에 ⟪쎈 소설을 읽는 습관(가제)⟫을  계약한 계기가 진짜 운발 때문이었어요. 어떻게 된 거냐면요, 제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낸 출판사(좋은습관연구소)에서 저한테 ⟪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이란 책을 보내줬어요. 얼마전에 리뷰도 올렸으니까 한번 보세요. 왜 보내줬냐 하면 거기 소개된 책 중에 제 역서가 포함됐거든요.


지난 글에 이어서 또 보여드립니다 (자랑)


읽어 보니까 책이 좋아요. 이런 건 널리 알려야지. 그래서 인스타에 리뷰를 올렸어요. 그러고 나서 몇 시간 후에 출판사 대표님 댓글이 달렸어요. 문득 좋은 기획이 생각났다고, 연락하겠다고요.


그리고 진짜 다음날 연락이 오네? 내용이 뭔가 하면 지난 글에서 말한 대로 제가 좋아하는 우락부락한 소설들 제 스타일로 리뷰하고 소개하는 책 한번 내보잔 거예요. 책 선정과 글 쓰는 방식은 제가 다 알아서 하고요. 그래서 계약했죠.


자, 이게 운이죠. 출판사에서 애초에 제 두 번째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그냥 이번 신간에 제 역서가 소개됐으니까 인심 써서 보내준 거죠. 이건 제가 어떻게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저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쓴 그 책에 제 역서가 포함된 것도 그렇고, 출판사에서 굳이 저한테 책을 보내준 것도 다 제가 조금이라도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애초에 제가 이번 계약을 위해 손 쓴 게 없어요. 솔직히 제가 인스타에 올리는 리뷰들 정식으로 출판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뭐가 부족한진 몰라도요. 그래서 그냥 경험 삼아 독립 출판해볼까 했거든요. 근데 출판사에서 제가 쓰는 리뷰 스타일 보고 괜찮네, 확실한 콘셉트만 있으면 팔리겠어, 하고 빈틈을 메워준 거예요.


진짜 운발이 좋았던 거죠. 근데 여기서 글을 끝내면 지 자랑만 실컷 하는 게 되겠죠? 운이란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체념하고 받아들이란 소리밖에 안 되잖아요. 그럼 기껏 읽었더니 얻어 갈 게 하나도 없는 글이 되는 거잖아요. 그럼 안 되죠. 뭐라도 얻어 가셔야죠.


자,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 운이란 게 지난 글에서 말한 첫 번째 요소, 미친년놈처럼 막무가내로 꼴리는 대로 써라, 라는 것과 연관이 있단 거예요. 아주 깊은 연관이요.


생각해보세요. ⟪한 권으로 읽는 비즈니스 명저 100⟫이 저한테 온 건 말했다시피 순전히 우연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만든 건 제가 지난 1년 동안 팔로워가 늘든 안 늘든 인스타에 미친놈처럼 꾸준히 리뷰를 올렸기에 일어난 일이에요.


출판사에서 제 리뷰를 보고 팔릴 만한 콘셉트가 떠오른 것 역시 그 자체로는 제 노력과 상관없는 운이에요. 하지만 그런 기획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제가 인스타에 꼴리는 대로, 제 스타일로 리뷰를 썼기 때문이죠. 제가 차별화된단 걸 보여줬기 때문이죠.


보다시피 저한테 들어온 운을 잡은 건 제가 미친놈 모드로 글을 써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인스타에 막 쓴 것 같은 리뷰를 꾸준히 안 올리고 있었다면 그냥 책 한 권 받고 끝났을 이이에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운도 준비된 놈이 잡을 수 있단 겁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운이 들어올진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서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해요. 출간운이 들어왔을 때 확 잡아서 내 걸로 만들려면 당연히 항상 뭐라도 쓰고 있어야 한단 거죠. 그것도 무난하게 쓸 게 아니라 지 꼴리는 대로요. 왜냐하면 <브런치북 대상 타려면 브런치 메인 가지 마세요>에서 말했듯이 우리 같은 듣보잡들은 이름발이 없으니까 차별화 밖에 방법이 없고, 그러려면 내 스타일로 글을 써야 하니까요.


내가 꼴리는 대로 쓸 때 그걸 보고 꼴리는 출판사가 생겨서 책을 내고, 그러면 그걸 보고 꼴리는 독자가 생겨서 책이 팔리고, 그러면 내 인지도가 높아져서 다시 꼴리는 대로 책을 쓰게 되는 꼴림의 선순환이 일어나요.


그러니까 여러분, 꼴릴 때 꼴리는 대로 쓰세요. 미루지 말고. 너무 다듬지 말고. (근데 정작 이 글은 열흘쯤 미루다 썼어요. 다듬는 건 쬐끔 다듬었어요.)


운을 만드는 건 내가 아니지만 운을 기회로 만드는 건 나예요.


그럼 라이킷을 누르든 댓글을 달든 꼴리는 대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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