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법칙 풀가동!!!
아 힘 딸려. 끌어당김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어.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빵빵했는데.
지난달까진 올해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 수상이라는 호기로운 목표(혹은 희망)를 실현하기 위해 끌어당김 에너지를 풀가동 중이었다. 응모작인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를 쓰기 전부터 인스타에서 이제부터 당선 ‘예정작’을 쓰겠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내가 당선되는 상황을,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틈틈이 상상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믿는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 목표가 달성된 미래를 내 현실로 끌어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실제로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다 이루어지진 않겠지. 이번 공모전만 해도 그렇게 당선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하지만 그런 섭리의 차원이야 어차피 내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나는 부단히 상상할 뿐이다.
아니 그런데 발표일이 다가오니까 끌어당기던 힘이 뚝뚝 떨어지네?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다리의 힘이 쫙 빠진 꼴이다. 다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선 이후의 계획을 써봐야지.
당선이 된다면 곧바로 <나는 어떻게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는가>라는 제목으로 당선 비결을 소개하는 글을 쓰겠다.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대충 널브러져 있다. 일단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말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글을 언급해야지. 그리고 주제가 요즘 사회적 분위기에 잘 부합했다고 써야지. 글쓰기가 각광받는 시대니까, 다행히. 거기에 SNS라는 요소를 더해 흥미를 유발했고, 흔히 SNS를 허영의 왕국이라 비판하지만 오히려 그 허영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고 통념을 뒤집은 게 주효했다고 쓸 것이다. 또 그간 꾸준히 글을 쓴 게 탄탄한 밑바탕이 됐고 특히 이전에 <만만한 온라인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지금은 폐간된 실험적 독립 잡지에 연재한 글이 이번 당선작의 모태라고, 그러니까 뭐라도 써야 한다고 쓸 것이다.
당선 기념 이벤트도 이미 다 기획해놨다. 컨셉은 ‘10개국 출간 기원 50만 원빵 철야 대기도회’!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단시간에 브런치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포스트가 노출되고 브런치보다 커뮤니티성이 강한 플랫폼이라서. 며칠 전부터 인스타 스토리로 예고한 후 금요일 밤 10시에서 12시까지 딱 두 시간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응모 절차는 간단하다.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가 세계 10개국에 출간되게 해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누구에게든) 기도하고 댓글로 “믿슙니다”라고 쓰면 응모 완료. 추첨을 통해 총 42명에게 다음과 같은 상품을 제공한다.
정가 2만 원 이하 책 한 권(각자 자유롭게 선정): 22명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교환권: 20명 (뜨거운 커피는 내가 싫어해서 안 돼. 추워도 아아야!)
예산은 50만 원 배정한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냐고? 대상 상금 500만 원!
“내가 이렇게 착한 놈이에요”라고 광고하면 나중에 책이 나왔을 때 한 권이라도 더 팔리겠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왜 왼손이 모르게 하란 거지? 기왕에 좋은 일 했는데 왼발, 오른발까지 다 알게 해야지. 참고로 난 푼돈이긴 해도 매달 플랜코리아를 통해 구호 사업에 후원하고 국제앰네스티를 통해 세계인의 인권 신장에 기여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내가 책을 한 권 내봐서 아는데 책이 나오고 홍보를 시작하면 늦는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독자가 그 존재를 알게 해야 한다. 기왕이면 도대체 언제 나오냐고 조바심치다가 나오자마자 구매하게 만든다면 판매에 유리하다. 그게 맨입으로 될 리 없지. 뭐라도 독자에게 도움이 될 걸 줘야지.
좋은 콘텐츠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나는 굿즈를 만들어서 배포할 계획이다. 일단 생각 중인 건 책갈피다. 내 글에 나온 명문장(예: 댓글 남기라고 하면 “좋은 글 잘 봤어요”라느니 “소통해요”라느니 하나마나한 소리, 속 보이는 소리, 컨트럴씨브럴한 소리만 남기는 애들이 있어)을 감성적인 그림과 함께 인쇄한 북마크를 만든 다음 그걸 또 팔려면 세금 처리도 해야 하고 귀찮으니까 그냥 신청자에게 뿌려야지.
그리고 그 과정을 또 브런치에 소개하는 거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따르면 결과물만 아니라 과정이 브랜딩이 되고 돈이 되는 세상이다. <베스트셀러 대작전>이란 매거진을 만들어 굿즈 제작을 포함해 책의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시도를 재깍재깍 올려야지.
그렇잖아도 엊그제 클래스101+에 들어가서 찾아보니 굿즈 제작 클래스가 있어서 밤마다 실내 사이클을 타면서 30분씩 듣고 있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게 걸림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뭐 그림을 사든 어떻게 하든 해결되겠지.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아직 제작비를 모르지만 예산은 일단 50만 원 배정.
아내가 명품백이 없다. 명품백 들고다니는 거 허세니 뭐니 하지만 허세 좀 부리면 왜 안 돼? 일단 사서 들어보고 허세도 너무 허세라서 싫으면 당근에 팔면 되지. 아내도 하나쯤 갖고 싶지만 사치 유전자가 거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제발 하나 사라고 해도 못 사겠단다. 그래서 내가 하나 사준다. 예산은 200만 원 배정하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까 뭐? 그걸론 부족하다고? 그럼 250만 원 배정. 여보, 작은 거 사. 큰 건 베스트셀러 되면 사줄게.
해피해킹이라고 방향키도 없고 F키(F1, F2 등등)도 없이 컴팩트하고 요상한 배열의 키보드가 있다.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쓰고 작가들은 리얼포스를 많이 쓰는 것 같지만 나는 해피해킹의 미니멀한 느낌이 좋다. 배열에 적응하는 게 문제지만 얼마 전에 비슷한 배열의 저렴한 키보드를 구입해서 한 달쯤 사용 중인데 큰 불편이 없다. 이제 해피해킹을 들일 때다. 예산 50만 원 배정.
제대로 홍보하려면 팟캐스트와 유튜브는 나가줘야 한다. 글로 아무리 떠들어도 목소리 한번 나가고 얼굴 한번 나가는 것만 못 하다. 당선되고 어디서든 부르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장모님이 와서 애들 좀 봐주시면) 다 나가야지. 안 그래도 몇 주 전에 어머니를 수술 때문에 서울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각종 핫딜을 탐색하다가 베이지색 바탕에 주황색 무늬가 길게 들어간 신발을 발견했다. 마침 그날 내가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신발과 조합하면 주황색이 주는 밝은 느낌이 김하이라이트라는 필명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나중에 어디 나가게 되면 같이 신으려고 바로 구입했다. 엊그제는 패션 잡지를 보거나 인터넷을 탐색하다가 멋진 스타일을 보면 스크랩하기 위한 노트도 마련했다. 글발, 말발도 중요하지만 옷발 무시 못 한다(얼굴발은 무리). 기왕이면 보기 좋아야 한다.
대상에 당선되면 글쓰기 수업 의뢰가 들어올 수 있다. 사실 첫 책이 출간되고 두 플랫폼에서 번역 수업 의뢰가 들어왔다. 하지만 육아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고 또 도대체 번역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혀서 고사했다. 글쓰기 수업은…... 글쎄 그 또한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하면 잘할 거야. 난 그래. 그리고 어차피 글쓰기에 대한 글로 당선됐으니(아직은 미정이지만) 그 글 그대로 가르치면 되겠네? 좋아 시간만 허락한다면 오케이.
이상이 내가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 당선 시 실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똑 떨어지면 어쩌냐고? 내 처음(이자 아직까진 마지막인) 북토크 얘기를 해볼까. 오후 7시에 시작인데 6시 55분이 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리 선착순 15명 모집하는 무료 북토크에 신청자가 10명밖에 안 되는 비인기 무명작가라지만 5분 전까지 아무도 안 나타나다니!
대망의 7시! 아무도 안 왔다! 이게 말이 돼?
그래서 웃겼다. 좌절감은 느끼지 않았다. 그냥 웃겼다. 아니 허탈한 게 아니라 진짜 재미있어서. 그렇잖아? 신청자 10명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북토크라니. 글로 쓰든 말로 하든 흥미로운 경험담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이번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떠들어놓고 떨어지면? 그냥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 뭐. 또 다른 글 써서 응모하면 그만이다. 이미 다음 아이템 나왔다. 사나이의 다꾸. 내가 12월 들어서 갑자기 (중학교 이후로 끊은) 다이어리에 관심이 생겨서 지난 일주일 동안 이것저것 문구 산다고 10만 원쯤 썼는데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남자의 다이어리 생활에 대해 써보려 한다.
그런데 여러분, 제가 떨어지면 저야 괜찮지만 여러분은 2번, 4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니 나의 당선을 기원하십시오.
※북토크는 5분 후부터 신청자들이 속속 등장해서 망하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