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13)
야심차게 SNS 계정 만들고 열심히 글 올리는데 영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요? 좋아요와 댓글이 따박따박 안 박히고 팔로워도 잘 안 는다고요?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당신이 있는 줄도 모르니까.
당신이 뭐 GD, 제니, 김영하, 무라카미 하루키, 이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SNS를 열었는지 아무도 모르지. 그러니까 먼저 찾아가야 해. 당신이 먼저 남의 계정에 들어가서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고 팔로우도 해야 그 사람도 당신의 계정에 들어올 거예요. 먼저 가서 흔적을 남기세요.
팔로워 늘리고 싶어? 그럼 먼저 팔로우해. 근데 이때도 전략이 필요하지. 그냥 팔로우만 하면 상대가 잘 모를 수 있어.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어. 하지만 팔로우하고 게시물에 좋아요까지 누르면 상대가 관심을 보일 확률이 더 높아지겠죠. 거기에 댓글까지 남기면 더 관심을 보일 테고요.
근데 또 댓글 남기라고 하면 “좋은 글 잘 봤어요”라느니 “소통해요”라느니 하나마나한 소리, 속 보이는 소리, 컨트럴씨브럴한 소리만 남기는 애들이 있어. 이런 댓글은 아무 효과가 없어요. 안 읽고도 쓸 수 있는 거잖아. 알맹이가 없잖아. 댓글을 달 땐 간단한 원칙이 있습니다. 당신이 글을 다 읽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방법은 간단해요. 당신이 공감한 부분이나 문득 떠오른 일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꼭 길지 않아도 돼. 예를 들면 “와 진짜 나도 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개기다 처맞았는데ㅋㅋㅋ”라거나 “화로 얘기하니까 갑자기 삼겹살이 땡기네요” 뭐 이런 식으로만 적어줘도 충분해요. 아니면 궁금한 걸 물어볼 수도 있고요. 물론 글의 내용과 관계가 있어야겠고 너무 개인적인 걸 물어보면 곤란하겠지만요.
여하튼 그렇게 성의 있게 댓글을 달아주란 거지. 쪼렙 때는 호객이 중요해요. 그렇게 사람들을 당신의 계정으로 불러들어야 해. 물론 당신이 팔로우하고 댓글 단다고 상대도 당신의 계정에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특히 이미 팔로워가 많은 사람, 그래서 팔로워 한 명 한 명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겠죠. 그렇다면 팔로워가 적은 사람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누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돼요. 해봐서 알겠지만 댓글 다는 거 귀찮거든. 그런데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한테 관심을 표현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쪽에서도 성의 표시를 해야지. 어떻게? 물론 대댓글로. 이때도 그냥 “감사해요”라고 쓰고 끝내면 안 돼. 그건 “관심 없어 꺼져”랑 똑같은 뜻이야. 댓글은 기본적으로 대화예요. 그러니까 대댓글을 달 때는 꼭 길게 쓸 필요는 없어도 상대의 관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합니다. 위의 예시에 대댓글을 단다면 “요즘 저는 아내한테 맞아요ㅋㅋㅋ”, “땡기면 드셔야죠” 이런 식으로 달 수 있겠죠.
그리고 댓글 차별하지 마. 난 이거 제일 기분 나빠. 누군 대댓글 달아주고 누군 안 달아주고 응? 별것도 아닌데 되게 치사하게 느껴진다? 아니 댓글이 무슨 하루에 50개씩 달리면 이해해. 그게 기준이야. 글 한 편 올리면 댓글이 하루 만에 50개 이상 달린다 그러면 일일이 대댓글 안 달아도 돼요. 근데 그 정도도 아닌데 누군 달아주고 누군 안 달아준다? 그럼 안 달아준 사람한테는 “관심 없어 꺼져”랑 똑같은 뜻이에요.
혹여라도 댓글 다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댓글도 내 페르소나를 구현하는 좋은 방법이거든요. 오히려 일반 게시물은 혼자 떠드는 거지만 댓글은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거니까 페르소나를 구현하는 효과가 더 좋을 수 있어요.
내 얘기를 하자면 평소에 낯선 사람한테 말 잘 안 걸고 내 얘기도 길게 안 해요. 그래서 처음엔 온라인에서도 그랬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댓글 잘 안 달고, 댓글 달아도 되게 거리를 뒀거든. 근데 온라인에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시험해보기로 한 후로는 그냥 아무한테나 막 댓글 달아요. 안 친해도 친한 척하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해요. 그게 내가 구현하고 싶은 페르소나니까. 그렇게 하니까 또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아 사교성 좋은 사람들은 이런 재미를 느끼며 사는구나’ 하는 걸 느껴요. 그러면서 오프라인에서도 그런 성격을 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슬쩍슬쩍 붙죠. 그러니까 댓글을 달 때 당신이 원하는 페르소나를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댓글을 쓰는 건 글을 쓰는 데도 도움이 돼요. 댓글은 대체로 짧으니까 긴 글 쓸 때보다 마음이 편하잖아요? 어차피 남의 글에 덧붙이는 보조적인 글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마음이 풀리고 마음이 풀리면 생각의 빗장이 풀려서 영감이 떠오를 때가 생각보다 많아요. 댓글 쓰다가 ‘어? 이거 나중에 글로 써봐야겠는데?’ 하는 거지. 꼭 그렇게 의식하진 않더라도 무의식엔 아마 글감이 쌓일걸? 못 믿겠어? 머리 이리 줘봐, 내가 들어가서 보고 올게.
그러니까 댓글을 다는 건 꽤 신나는 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내 존재를 알리고, 페르소나를 구현하고, 글감도 얻고. 안 그래요?
근데 그런 걸 다 떠나서 정말 중요한 건 좋아요와 댓글이 안 달린다고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내가 전에 성악 교실 다니면서 <나의 콩쿠르 도전기>라는 글을 썼거든요. 반응이 영 시원찮았어. 마침 몇 달 후에 코로나 터져서 성악 교실 안 나가면서 글도 접었죠. 근데 내가 매일 ‘김고명’으로 검색하거든요? 그래서 몇 달 후에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봤어요. 내 성악 얘기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중단돼서 아쉽다고. 아니 이 사람아 그럼 그때 댓글로 말을 해줬어야지! 난 진짜 아무도 관심 없는 줄 알았다고!
사람들이 그래요. 재미있게 읽었다고, 공감했다고 해서 꼭 좋아요나 댓글로 표현하진 않아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일반적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뭐 유명한 작가도 아닌데 글을 올리면 단 몇 명이라도 읽는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굳이 자기 시간을 들여 내 글을 읽어준다니 말이에요.
근데 유명한 작가 되면 몇천, 몇만 명이 읽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고 대댓글도 안 달고 비싸게 굴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나랑 친해지고 싶으면 지금 댓글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