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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22. 2022

출간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14)

책을 내고 싶다고요? 그래요 그래 온라인에 글을 쓸 때 많은 사람이 그런 기대를 해요. 특히 브런치는 애초부터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는 사람이 많죠. 플랫폼 자체가 이용자와 출판사를 이어주는 창구로 포지셔닝이 돼 있거든. 매년 공모전을 열어서 출판사들이 직접 출간할 작품을 골라요. 그리고 꼭 공모전이 아니라고 해도 출판사 편집자들이 숨은 보석을 캐기 위해 주시하는 플랫폼이죠.


그렇다고 브런치만 출판사의 주목을 받는 건 아니에요. 네이버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다 출판사의 레이더망에 들어가 있어요. 출판사는 항상 쓸 만한 콘텐츠를 찾고 있거든.


네 출간을 목표로 하는 건 좋아요 좋아. 하지만 거기 너무 매달리진 마세요. 출간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글발, 콘텐츠발, 운발, 이렇게 삼발이 맞아야 하거든. 하나씩 알아보죠.




첫째, 글발. 이건 솔직히 별로 어려운 부분이 아니야. 왜냐하면 기본만 하면 되거든. 요 몇 년 사이에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쓴 책이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예전에는 에세이만 해도 등단 작가, 기자, 방송인 같이 원래 글 쓰는 게 업이거나 유명한 사람들이 주로 썼잖아요? 근데 이젠 누구나 써서 출간해요. 실제로 누구나 출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만큼 비전업 내지는 비전문 작가들의 활약이 대단하죠.


그런데 비전문 작가가 쓴 에세이들을 보면, 흐음, 솔직히 말할게요, 문장을 읽는 맛이 대체로 떨어져요.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했지!’라고 할 만큼 감탄이 나오는 문장도 없고 문체에서 개성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아니, 오해하지 마세요. 나도 멋진 문장 잘 못 써요. 다만 취미로 책을 읽은 게 벌써 30년도 넘어서 문장을 보는 눈이 좀 높아요. 예를 들면 비전문 작가의 책에선 이런 문장을 보기가 어려워요.


미용실에 들러 남편이 머리를 다듬는 모습을 구경했다. 미용사의 가위질에 짧은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다. 유연하게 움직이는 미용사의 자세가 검술인 듯 우아했다. 새로 깎은 풀처럼 산뜻해진 남편과 이파리가 작게 돋아난 나무들을 구경하며 산책했다. 우리는 조그만 돌멩이 둘처럼 씩씩하게, 광화문 일대를 걸었다.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이거 읽고 진짜 누가 뒤통수를 벽돌로 후려친 줄 알았어. 아니, 그냥 미용실 갔다가 산책한, 진짜 별것도 아닌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마치 영화에서 짧은 장면을 이어붙여 경쾌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처럼 표현했지!?


비전문 작가의 책에선 이런 명문을 읽는 재미를 느끼긴 힘들어요. 아니, 그래서 나쁘단 말이 아니야. 오히려 잘됐지. 저렇게 글을 잘 쓰지 않아도, 진짜 기본만 해도 출간이 가능하단 거니까.


그 기본이란 무엇이냐? 간단해요.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게만 쓰면 돼. 쓸데없이 멋 안 부리고 간결하고 담백하게 쓰기만 하면 돼. 그 정도만 해도 통과예요. 그런 건 계속 글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된다? 감탄스러운 문장을 쓰려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그냥 뭔 소린지 알아들게만 쓰는 건 많이 쓰기만 하면 무조건 돼.




그래서 글발은 삼발 중에서 최약체예요. 다음은 콘텐츠발. 여기서부터 좀 어려워집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콘텐츠로는 출간을 못 해요. 아무나 못 쓰는데 나는 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해. 나만 해도 첫 저서인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가 딱 그런 콘텐츠였어요. 번역가의 습관 20가지를 정리한 책이에요. 당연히 아무나 못 쓰지. 일단 번역가여야 해. 그리고 독자가 신뢰하려면 경력도 좀 있어야 하고. 그러니까 나한테 출간의 기회가 온 거예요.


그냥 직장인 일기, 육아 일기, 이런 거로는 출간이 어려워요. 너도 나도 다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직만 20번 한 프로이직러의 수기, 술이 너무 좋아서 애 재우고 술 마시러 다니는 엄마의 이야기 같은 건 아무나 못 쓰죠. 후자는 실제로 《엄마가 술 마시는 게 어때서》라는 책으로 나와 있어요. 당신도 이렇게 소재를 좁혀서 당신만 쓸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해.


다음은 8회 브런치북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들이에요. 제목 뒤에 소재를 썼어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 하는 밤 (명화 해설)

내 생애 첫 미술책 (명화 해설)

대체로 가난해서 (가난한 삶)

젊은 ADHD의 슬픔 (ADHD 수기)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 (디자이너 성장기)

선거로 읽는 한국정치사 (정치사)

디지털 빅브라더 (디지털 기술과 감시사회)

합정과 망원 사이 (힙한 동네 생활)

돼지를 부탁해 (채식과 축산)

우리 세계의 모든 말 (책, 작가, 문장)

무허가 홈스쿨링 에세이 (홈스쿨링)

오늘도 사비털어 호텔에 갑니다 (호캉스)

이커머스 기획자의 사고여행 (이커머스)


 어때요? 이중에 나도 쓰겠다 싶은 주제가 있나요? 아마 별로 없을걸? 그러니까 출간이 가능한 거죠.


이런 콘텐츠를 찾는 게 사람에 따라서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에 출간용 콘텐츠를 발견하긴 아마 어려울 거예요. 내가 뭘 쓸 수 있는지, 뭘 잘 쓸 수 있는지를 아직 모르니까. 뭐라도 계속 쓰다 보면 그런 콘텐츠가 발견될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계속 써야 해.




그래도 콘텐츠발은 내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야. 마지막으로 운발. 이건 내가 어떻게 못 하지. 내가 노력한다고 만들 수 있는 거면 ‘운’이 아니죠. 운은 그냥 지가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오는 거니까.


다시 내 얘기를 하자면 2017년부터 브런치에 번역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썼어요. 하지만 그 글들은 출간하기엔 부족했어요. 중구난방이고 체계도 없었거든. 그런데 때마침 신생 출판사에서 전문가들의 습관을 소개하는 책을 시리즈로 내겠다는 기획이 나왔고 그 전문가 중 한 명으로 번역가를 물색하는데 마침 내가 그 레이더망에 걸린 거예요. 그래서 나한테 출간 제의가 들어왔고 이후로 출판사와 상의하면서 책의 얼개를 잡고 새로운 글을 20편 써서 출간했어요.


내가 아직 출간할 만한 글을 쓰고 있지 않았는데도 출판사에 발굴된 건 순전히 운이죠. 아니면 자기가 쓴 글을 모아서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도 있어요. 근데 이것도 운이야. 한번 해보세요. 출판사에서 답장조차 받기 어려워요. 편집자들이 워낙 바빠서 일일이 답장을 못 하거든. 답장이 와도 아마 “보내주신 원고 잘 읽었습니다. 송구하지만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 책으로 펴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올 걸요? 이 ‘방향’이 맞는 거 자체가 운이에요. 수많은 출판사 중에 당신과 맞는 출판사를 찾는 거요.


운발은 내가 어떻게 못 해. 하지만 운도 실력이란 말이 있죠. 정확히 말하자면 운을 잡는 건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뜻이라고 난 생각해요. 운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지만 그 전에 실력을 길러서 운을 꽉 잡아야 한단 말이죠.


출판사에서 번역가의 습관에 관한 책을 내기로 했을 때 내가 아무 글도 안 쓰고 있었다면 나한테 기회가 안 왔을 거예요. 하지만 난 벌써 몇 년째 번역에 대한 글을 온라인에 쓰고 있었거든.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실력을 쌓고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운 좋게 출판사에서 그런 기획안이 나왔을 때 그걸 내 걸로 확 잡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계속 쓰란 거지. 뭐라도 써야 해. 그렇게 해서 일단 기본적인 문장력을 기르고 나만의 콘텐츠를 발굴해야 해. 그래야 언제가 될지 몰라도 운이 들어오면 아주 두 손으로 그 운이란 놈의 머리끄댕이를 꽉 붙들 수 있어요. 책 출간되기 전엔 절대 안 놔주는 거지.


다시 강조하지만 그 운이 언제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 성공한 배우들 보면 무명으로, 단역으로 십수 년을 버틴 경우도 많잖아요. 실력이 있어도 자기 때가 안 왔던 거지. 출판도 마찬가지예요. 그 운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그래서 기다리다가 지칠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묵묵히 꾸준히 쓰면서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아 그리고 콘텐츠와 관련해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출판사에서 찾는 건 당장 책으로 낼 수 있는 원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원고를 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지. 그러니까 글을 쓸 때 ‘이거 출간용이야’라고 생각해서 부담 갖지 마세요. 설령 당신이 시리즈를 기획해서 쓴다고 해도 그게 그대로 책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요. 기획은 편집자가 하는 거거든. 뭐를 어떻게 써야 시장에서 잘 팔리는지는 편집자가 더 잘 알거든요.


내 얘기를 하자면 지금 이 브런치북은 제10회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 ‘예정작’으로 쓰고 있어요. 난 이 콘텐츠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게 그대로 출간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아직 부족하거든. 일단 다 합쳐도 책 한 권을 만들 분량이 안 돼. 그리고 글쓰기를 안내하는 다른 책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SNS와 페르소나라는 요소를 더했는데 그 부분이 비중도  적고 책의 전체적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어조랄까 필체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좀 들쭉날쭉한 것 같고.


하지만 별로 걱정은 안 해요. 그런 건 당선되고 나서 편집자와 상의해서 보강하면 되거든. 난 편집자를 신뢰해요. 번역가로 15년쯤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편집자가 왕이야. 해 달라는 대로 최대한 맞춰드립니다. 그러니까 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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