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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23. 2022

SNS에 글 쓰는 게 헛짓이 아닌 이유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15)

‘아니 어차피 출간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면 뭐하러 SNS에 글을 써?!’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꼭 책을 내는 게 아니더라도 온라인에 글을 쓰는 건 득이 돼요.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되거든. 당신과 같은 일을 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된단 거지. 우리가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글을 쓰는 사람들과 이어지거든.


나만 해도 출판 번역가로 일 시작하고 10년 동안은 친분 있는 번역가가 거의 없었어요. 번역가들이 대체로 집돌·순이들이라 모임 같은 게 잘 없기도 하고 언젠가 모임에 나갔더니 그때 난 아직 20대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30대 후반~40대니까 불편해서 못 나가겠더라고. 그리고 서울 살다가 지방에 내려오니까 더더욱 동료 번역가 만날 일이 없었어요. 무슨 이유인지 주로 수도권에 많이 살더라고.


그랬는데 2017년부터 내가 브런치에 번역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번역가들을 차츰 알게 됐어요. 그러다 2020년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뭐야, 번역가들 다 거기 모여 있었어!


번역가들만 알게 된 게 아니에요. 난 번역가이면서 작가로 살고 싶거든요. 번역만 하기엔 내가 너무 아까웤. 내 글 써서 대박 나서 인세랑 2차 판권 수입으로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돈 많은 백수 되는 게 꿈이야. 내가 그런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 작가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막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나처럼 꾸준히 글 쓰며 출간을 하거나 출간을 준비 중인 사람들.


거기에 더해서 인스타에 주로 책 소개 글을 올리니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이건 정말 중요해. 왜냐하면 내 책 팔아먹어야 하거든. 책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판매량도 늘지 않겠어요? 아예 인스타 시작할 때부터 대놓고 말했어요. 이거 다 책 팔아먹자고 하는 짓이라고.


여하튼 이렇게 동종업계 종사자든 관심사가 같은 사람이든 동료를 알게 된 건 나한테 큰 자산이에요. 오프라인에서는 내 주변에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좀 외로웠어. 근데 이제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많이 알게 된 거지. 그래서 나도 소속감이 생겼어요. 골방에서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닌 거지.




이게 왜 중요하냐? 삶에 자극이 되고 믿음을 주거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면 같이 으쌰으쌰하게 돼요. 내가 요즘 한 달에 책을 5~10권 정도 읽거든요? 책 읽는 속도가 느린데도 그렇게 많이 읽어. 왜냐. 인스타에서 책 얘기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 사람들이 책 읽은 얘기 들으면 자극이 되거든. 그래서 더 읽게 돼.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인친들따라 독서 기계가 되고 있어요.


그러면 또 믿음은 어떤 믿음이 생기느냐? 일단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 것, 혹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게 헛짓이 아니란 믿음이지. 당신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알게 되니까.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왜냐하면요 그렇게 어울리는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거든. 내 얘기를 하자면 2022년을 강타한 초대형 베스트셀러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알죠? 이거 쓴 황보름 작가님 나는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았어요. 브런치에서 보름 작가님 계정 기웃거리고 댓글 달고 하면서. 그때는 보름 작가님도 아직 저서가 한 권 밖에 안 되는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어요.


그러다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 나오더니 네 번째 책인 《휴남동 서점》이 말 그대로 초대박이 터지면서 특급 작가의 반열에 든 거예요. 그때 내 기분이 어땠냐고? 내 옆에 나란히 서서 걷던 친구가 갑자기 저기 100미터쯤 날아간 간 거 같았지. 배 안 아프냐고? 아팠지. 난 남이 잘나가면 일단 무조건 배 아프고 보는 사람이거든. 근데 그건 잠깐이고 지금은 좋아요. 보름 작가님이 그렇게 잘나가는 게 좋아.


왜냐하면 내 주변 사람이 차근차근 성공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그러니까 나도 성공할 수 있단 생각이 드는 거야. 뭐? “쟤도 했는데 내가 못 하겠냐?” 하는 마음이냐고? 에이 진짜 말을 해도 참! “보름 작가님이 가신 길 저도 따라가겠습니다”라고 거룩하게 표현할 수 있잖아. 여하튼 나도 계속 쓰다 보면 보름 작가님처럼 될 수 있단 믿음이 생겼어요.


역시 2022년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역행자》를 보면 이런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나와요.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아니, 어울리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의 성공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동화되고 자극을 받아서 나도 성공할 수 있단 믿음이 생긴다는 거예요. 그게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거지.




커뮤니티는 퍼스널 브랜딩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당신과 같은 일을 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계속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당신의 인지도가 높아지지. 나만 해도 브런치에 번역에 관한 글을 쓰면서 번역가로서 인지도가 높아져서 번역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인스타에서 책 소개하는 지금은 인지도가 더 높아졌지. 인스타 글 보고 번역 잘할 거 같다고 일 맡기고 싶다고 연락 올 정도니까.


근데 내가 거절을 좀 많이 해. 아니 비싸게 구는 게 아니고 육아하느라 일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일정을 다 맞출 수가 없어. 그래서 얼마전에 아내한테 울분을 토했어요. 나 지금 커리어 반쯤 포기하고 육아하는 거라고. 내가 진짜 풀파워로 번역했으면! 어! 알지?


동료 번역가 중에 아직 친분은 없지만 이규원이란 분이 있어요. 슈퍼히어로 만화를 전문으로 번역하는데 원래부터 번역이 업은 아니었어. 히어로물 덕후라서 블로그에 관련 글 쓰고 본인이 번역한 자료 올리고 그랬지. 그러다 출판사 눈에 띄어서 전문 번역가가 됐어요. 덕업일치, 성공한 덕후지. 이 얘기를 왜 하느냐? 이게 바로 퍼스널 브랜딩이잖아요? 블로그에 히어로 만화에 관한 글 열심히 썼더니 그쪽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져서 덕질로 돈을 벌게 됐어요.


물론 SNS에 글 올린다고 꼭 돈 되는 의뢰가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는 건 맞아요. 그럼 그거로 뭐든 되겠지. 아니 어떤 분야든 간에 무명보다는 유명이 낫잖아?


내 첫 번째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는 중쇄하기까지 1년 넘게 걸렸어요. 초판 천몇 부를 다 파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단 거지. 좋게 생각하자면 요즘처럼 책 안 팔리는 시대에 중쇄를 찍은 것만 해도 다행이긴 해요. 근데 다음 책은 아마 더 빨리 중쇄를 찍을 거예요. 왜냐하면 나는 그때보다 지금 작가로서 인지도가 훨씬 높거든. 말했잖아 책 팔아먹으려고 인스타 시작했다고. 2년 동안 꾸준히 책 리뷰 올리면서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해졌어. 그러니까 내 책 나오면 인친들이 한 권씩 사주고 추천도 해줄…… 거지? 


퍼스널 브랜딩에서 중요한 건 나에 대한 믿음이에요. 내가 나를 가치 있게 여겨야 남들에게도 가치 있다고 알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커뮤니티에 속하는 게 퍼스널 브랜딩에 유리해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였으니까 서로 응원해주거든. 나는 내 글이 과연 독자들에게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마다 인친들의 응원에서 힘을 얻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내 글 재미있다고 말해주거든. 그 수가 많든 적든 동지들의 성원은 늘 힘이 됩니다. 내가 뭘 하든, 무엇에 도전하든 용기를 낼 발판이 돼요.


그러니까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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