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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13. 2022

의미없는 글을 써도 괜찮을까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11)

세상에는 뭐만 했다 하면 의미가 있네 없네 따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주 그냥 의미에 목숨 걸고 살아. 예를 들면 일과를 마치고 밤에 신나게 게임을 했어. 아니면 드라마를 실컷 봤거나. 그러고 나서는 일어나면서 ‘아 이게 무슨 짓이지, 차라리 OOO을 했으면 의미가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거야. 이런 사람들을 나는 의미지상주의자라고 불러요.


주변에 그런 사람 꼭 있죠? 응 예상했다시피 내가 그래. 매사에 의미를 찾으려고 해. 아니 그랬었지. 이게 갈 데까지 가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는 지경이 돼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어. 그래서 마음이 괴로워.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만사가 재미없어져.


그래서 난 20대 때 이런 생각도 했어요.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건 고민해봐야겠다. 인생의 의미가 뭔지 모르겠고 어쩌면 의미 없이 고생만 가득한 세상에 새 생명을 낳는 건 아이에게 못할 짓인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아는 목사님한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분이 그러더라고요.


“그걸 니가 왜 고민하냐? 애는 하늘이 주는 거니까 신경 꺼.”


그래서인지 40대인 지금은 애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낳아서 생고생 중이에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몸도 마음도 고단했던 때가 없어요 진짜. 아 진짜 딱 일주일만 혼자 있고 싶다.




지금은 의미지상주의자가 아니에요. 시도 때도 없이 의미 따지는 짓이 무의미하단 걸 알았거든요. 굳이 의미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차피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단 걸 알았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굳이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 걸 알았어요.


사람이 어떻게 매분 매초를 의미 있게 살아. 무슨 의미 AI야? 살다 보면 무의미할 때도 있는 거지.


의미보다 중요한 건? 재미! 난 재미가 더 중요해요. 나한테 의미 있는 일이랑 재미있는 일 중에서 뭐 고를래 하면 재미있는 일을 고를 거예요. 지금 이 글 쓰는 것도 의미 이전에 재미 때문이에요. 내 생각과 경험을 글로 쓰는 게 재미있어서.


지금 내가 뭐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일할 거 다 하고 애 볼 거 다 보고 남는 시간에 재미를 추구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이 브런치북에서 권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취미 활동이에요. 생업을 포기하고 SNS에 글 쓰라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짬날 때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 모습을 상상하면서 글을 써보자는 취지거든.


그러니까 당신이 쓰는 글에 꼭 의미가 있을 필요는 없어요. 그냥 당신이 쓰는 동안 재미있으면 그만이고 읽는 사람이 재미있으면 그만이야.


무의미한 글이라고 누가 욕하면 어쩌냐고? 그런 애들은 그냥 읽지 말라고 해. 어떻게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그냥 당신과 취향이 맞는 사람들만 재미있게 읽으면 되지. 지금 뭐 회사에 제출할 기획서나 자기소개서 같은 거 쓰자는 게 아니니까.




내 얘기를 해볼게요. 첫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쓸 때 솔직히 계속 걱정했어요. 이게 내가 번역가로 생존하는 토대가 된 습관 20개를 소개하는 책인데 그 습관들이 정말 간단한 거거든요. 별것도 아닌 습관들로 책을 냈다고 욕먹는 거 아닌가 싶었지.


근데 웬걸 책이 나왔더니,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남들이 안 말해주니까 내가 말해야겠어, 리뷰가 호평 일색이에요. 나의 사소한 습관들이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됐다는 거야. 난 이게 과연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읽는 사람들에겐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쓴 글의 의미를 꼭 당신이 찾을 필요가 없어요. 읽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을 테니까. 왜 소설가들 얘기 들어보면 자기가 의도하지도 않은 의미까지 평론가나 독자들이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잖아요. 사람들이 그래. 글 읽으면서 제멋대로 의미를 찾아. 그러니까 당신이 억지로 글에 의미를 심을 필요가 없어요.


오히려 억지로 의미를 넣으려고 하면 글이 구려집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거든. 뭔가 어울리지 않은 걸 쑤셔박은 느낌이 딱 오거든. 특히 마지막에 가서 막 어거지로 교훈 주는 글 와 진짜 난 딱 질색이야. 어거지는 아무도 안 좋아할걸? 아니 글이 자연스럽게 교훈으로 이어지는 건 괜찮아. 하지만 막판에 갑자기 교훈을 들이밀면 고맙지만, 아니, 고맙지도 않지만 사양하고 싶어.


아마 학창 시절에 결론에는 자기가 깨달은 바를 쓰라는 식으로 교육 받았을 거예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결론에서 뭔가 대단한 말을 하려고 해. 근데 하지 마. 이상하다니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코미디 영화가 앞에서 실컷 웃겨 놓고 뒤에 가서 신파로 눈물 쏙 빼려고 하는 거랑 똑같아. 생뚱 맞아. 싫어. 어후 나는 코미디에 신파 넣는 거 진짜 너무너무 싫어. 내 기준에서는 최악이야. 그런 거 좋아하는 분 취향은 존중하지만요.


취향! 그래요. 글쓰기는 어차피 취향의 영역이에요. 내가 의미를 굳이 넣지 않아도 취향 맞는 사람은 재미있게 읽고 알아서 의미를 찾든가 말든가 할 거예요.




그러니까 의미를 고민하지 마. 그냥 써. 글에 아무 의미가 없어도 좋아. 단 가능하면 재미는 있어야 해. 어떻게 재미있는 글을 쓰냐고? 당신이 쓰면서 재미를 느끼면 재미있는 글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뭔가를 억지로 쥐어짜려 하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대로 생각 가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쓰세요.


물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좋은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할 수도 있어요. 글을 쓰다 보면 그런 욕심이 생기거든. 괜찮아. 좋은 거야. 근데 고민이 너무 깊어서 글쓰기가 재미없어지는 지경이 되면 안 됩니다. 그럴 거 같으면 대충 고민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세요.


당신이 재미를 느끼면서 써야 읽는 사람도 재미있어요. 왜 우리가 드라마 볼 때 배우는 운다고 우는데 나는 전혀 안 슬플 때 있잖아요. 그게 왜겠어요? 배우가 진심으로 안 우니까. 슬픔이란 감정 없이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니까. 아무리 짜도 안 나와서 눈물 없이 우는 척할 때도 있지. 하지만 배우가 진심으로 울면 보는 사람도 슬퍼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쓰는 사람이 진짜로 재미를 느끼면서 쓰면 읽는 사람도 재미있어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재미란 게 꼭 웃기는 걸 말하는 건 아니에요. 슬픈 영화도 재미있을 수 있듯이 슬픈 글을 쓸 때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재미란 글의 정서와 상관이 없는 거예요. 그냥 당신이 몰입해서 썼으면, 그리고 다 쓰고 일어나면서 ‘아 (힘들지만/슬프지만/빡치지만 등등) 재미있었다!’ 하는 후련한 기분이 들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글쓰기는 자투리 시간에 취미 삼아 하는 거예요. 취미는 재미가 중요하죠. 그러니까 의미 타령은 그만. 우리는 이제부터 뭐다? 재미지상주의자다.


아 이번 글도 너무 재미있었다. 읽는 사람들도 재미있겠지? 아니면 말고(이건 내가 글을 질척거리는 느낌 없이 마무리하고 싶을 때 종종 쓰는 표현이에요. 그 밖에 ‘뭐 어떻게 되겠지’, ‘아 몰라 끝’도 있습니다. 어떻게 글을 끝내야 할지 고민일 때 한번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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