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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02. 2022

SNS용 페르소나를 만드는 법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3)

자 그러면 인스타그램(혹은 블로그나 브런치) 계정도 만들었으니까—잠깐, 만들었지?—이제 SNS용 페르소나를 만들어봅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페르소나란 간단히 말해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SNS에서 구현하고 싶은, 그래서 일상에서도 구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에요.


페르소나를 굳이 막 자세히 만들 필요는 없어요. 아니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되는데 억지로 하진 말잔 거지. 난 그냥 단순한 게 좋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용 페르소나도 간단히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사람”으로 정했어요. 대신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내가 막 아무한테나 가서 킬킬대며 이야기하는 모습이요. 신나서 내 얘기하고 아무한테나 가서 말거는 이미지요. 인스타그램 할 때 항상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어요.




그럼 당신의 페르소나는 어떻게 만들까요? 간단해요. 당신이 부러워하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아무래도 이건 못 고치겠다’ 하고 보완하기를 포기한 자신의 약점을 생각해보세요.


첫째, 부러운 사람을 생각해봅시다. 에이 설마 그런 사람이 없진 않겠지? 아니 모든 면에서 부러운 사람은 없더라도 이 사람의 이런 점은 부럽다 뭐 그런 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꼭 주변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일 수도 있고 웹툰 주인공처럼 가상의 인물이어도 괜찮아요. 여하튼 그런 사람을 한 명 생각해보세요. 한 명만 생각해. 많이 생각하면 고르기 어렵거든. 배리 슈워츠의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보면 우리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선택이 어려워진대요. (내가 번역한 책인데 절판돼서 어디서도 못 샄.)


내 얘기를 하자면 L이라고 있었어요. 20대 때 알고 지냈는데 아주 친하진 않지만 오며 가며 종종 봤어요. L은 보면 항상 웃고 있어. 눈꼬리는 처지고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 게 기본 표정이에요. 목소리는 진짜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인간이 있다면 이 인간이구나 할 정도로 우렁차서 저기 100미터 밖에서도 ‘아 또 L이 썰 풀고 있구나’ 하고 다 알 정도야. 그리고 아무한테나 말을 잘 걸어요. 앉아 있으면 쓱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무르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해요.


난 그런 L이 너무 부러웠어. 난 그게 안 되거든. 기본적으로 웃는 얼굴도 아니고 그렇게 쾌활하게 내 얘기를 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아무한테나 못 다가가. 친한 사이라고 해도 부탁도 안 했는데 어깨 주무를 만큼 넉살이 좋지도 않아요. 난 INFP라서 에너지가 안으로 향하거든. L은 누가 봐도 E였어요.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는. 사실 난 ENFP가 늘 부러워요. 글자 하나 차이인데 걔들은 과감하고 짜릿하게 인생을 즐기는 거 같거든.


아 물론 ENFP들도 나름 고충이 있겠죠. 예를 들면…… 에잇 알 게 뭐야 어차피 내 인생도 아닌데. 아니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뭘 남의 인생까지 걱정해줰!


여하튼 나는 부러웠던 L의 모습을 인스타그램 페르소나에 반영했어요. 당신도 그렇게 부러운 사람을 한 명 생각해보세요. 어떤 점이 부러운지 적어보세요. 응 구구절절 쓰고 싶으면 그렇게 써. 아니 한 줄로 쓰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어쨌든 뭐가 부러운지만 확실히 알면 되니까.


그 부러운 모습을 SNS용 페르소나로 삼으세요. 당신이 그 사람의 장점을 흡수한 이미지를 페르소나로 삼는 거예요. 예를 들면  “내가 잘한 거 안 숨기고 자랑하는 사람”, “하고 싶은 말은 기어이 다 하는 사람”, "일단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요. 쉽죠?




둘째, 당신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하는 약점을 생각해보세요. 고치고 싶지만 잘 안 고쳐져서 체념하고 받아들인 약점이요. 사실 내 인스타그램 페르소나는 처음부터 L형을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라 내 치명적 약점에서 나왔어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는 성격이요. 그걸 보완하려고 리더십 코스도 듣고, 이런저런 모임에도 나가고, 모임의 장도 맡아보고 했지만 그때만 잠깐 나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아 나는 안 되나 보다’ 하고 체념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자꾸만 미련이 남아.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그런 사람이 한번 되어보기로 했어요. 그게 성공하면 그 경험이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


당신도 그런 약점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걸 극복한 모습을 SNS용 페르소나로 삼는 거지. SNS에서 그 페르소나를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면 실생활에서도 하지 못하란 법 없잖아요? 성공의 경험은 사람을 또 다른 성공으로 이끌잖아요?


좋아 자기계발 느낌 나고 지금 흐름이 좋아. 그러면 부러운 사람을 생각하든 자신의 약점을 생각하든, 아니면 두 방법을 다 쓰든 간에 SNS용 페르소나를 만들어봅시다. 아니야 이따 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 해.


오 좋아요 SNS용 페르소나가 완성됐군요. 그러면 이번엔 그걸 이미지화해보세요. 그 페르소나를 구현한 모습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거죠. 내 경우에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신나게 얘기하는 모습과 누군가에게 쓱 다가가서 어깨를 주무르면서 실없는 소리로 웃게 만드는 모습을 머릿속에 담아뒀어요. 문장보다는 이미지가 기억하기 쉽고 더 강한 감정을 일으키니까요.


그 이미지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이제부터 글을 쓰기 전에 눈을 감고 그 이미지를 떠올려보는 겁니다. 길게 할 필요도 없고 딱 10초만. 그러면 당신이 만든 SNS용 페르소나에 걸맞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거예요. 나는 위에서 말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면서 큭큭 웃음이 나와요. 그 감정을 토대로 글을 쓰다가 감정이 좀 시든 거 같으면 또 눈을 감고 똑같은 이미지를 떠올린 후 다시 글을 쓰는 겁니다. 그러면 글에서 자연스럽게 SNS용 페르소나가 구현되는 거지.



아 잠깐 이렇게 만든 SNS용 페르소나가 뻥 아니냐고요? 맞아 맞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내가 실생활에서, 그러니까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다른 모습이니까요. 그런 생각의 밑바닥에는 오프라인이 진짜고 온라인은 가짜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런가?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는 나만 진짜 나라고? 이미 우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혼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오프라인의 나와 온라인의 나를 딱 잘라서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글쎄, 너무 20세기적 아닌가?


1장에서 한 얘기인데 내가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보이는 느슨한 모습과 안 친한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경직된 모습 중에 어느 것이 진짜냐고 요가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 말씀이, “왜 그 중에서 하나만 고명의 진짜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요?” 캬 다시 생각해도 가슴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댄 것처럼 전기가 팍 오르는 명언이다 명언.


그러니까 당신이 SNS에서 구현하는 페르소나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도 당신이에요.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뻥 좀 치면 어때. 어차피 SNS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는 곳이니까 적당한 뻥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세상이에요.


단 뻥을 넘어 사기를 치면 곤란합니다.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사실을 거짓으로 쓰면 못 써요. 예를 들면 내가 '대번역가'라고 뻥 좀 섞어서 말하는 건 되지만 '베스트셀러 번역가'라고 하면 안 돼요. 왜냐하면 번역을 15년이나 했는데 역서 중에 베스트셀러가 없거든. 응? 아니 나 안 우는데?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울어본 적 한 번도 없는데? 나 눈물샘 없는데?




좋아요 좋아 SNS 계정도 만들고 페르소나도 만들었으니까—또또또 이따가, 라고 하지 이야 진짜 독하다 독햌—이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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