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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Oct 04. 2022

글 쓰지 말고 싸세요

나를 레벨업하는 페르소나 SNS 글쓰기 (4)

“개새끼 철모로 대가리 후려치고 싶다.”


다짜고짜 쌍욕부터 박아서 미안합니다. 근데 SNS에서 쓰는 글은 이렇게 임팩트 있게 시작하면 좋아요. 제가 번역한 브렌던 케인의 《후크 포인트》에 따르면 SNS에서는 3초 안에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대요. 그래야 독자가 스크롤하던 손을 멈추고 읽을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저 욕이 나온 경위를 설명하자면 벌써 2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군대 얘기 좀 할게요. 아니 재밌어 나쁜 놈 욕하는 얘기야 그러니까 계속 들어봐. 참, 군대라 하긴 좀 그렇네. 제가 동사무소 공익 출신이거든요. 근데 우리도 4주 기초군사훈련은 받아요. 전 2003년 3월 아직 쌀쌀하던 봄에 대구 모 사단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훈련소 가면 불침번을 서요.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한 시간씩 복도에 그냥 뻔히 서 있다 들어오는 거예요. 당연히 싫지. 종일 연병장에서 구르고 밤에 누우면 불면증 있는 사람도 바로 잠이 들 정도로 고단하고 내일도 또 똑같이 훈련받을 텐데 누가 자다가 일어나고 싶겠어요. 내 옆의 동기새끼가 특히 더 그랬어요. 내가 불침번 서고 들어와서 교대해야 하는데 안 일어나더라고요. 교대 시간은 다가오고 이 새낀 일어날 생각을 안 하고. 그렇다고 나까지 자버리면? 대형 사고죠. 그래서 어떻게 해요? 내가 대신 나갔지 뭐.


그때 심정이 바로 저 위의 쌍욕이었습니다. 불침번을 연속 두 번 선 거죠. 당연히 화가 날 만하잖아요, 그죠? 속에서 천불이 나.


그래서 씩씩거리며 서 있는데 마침 주머니에 수첩과 펜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글이나 쓰자 하는 심정으로 제 기분을 써내려갔습니다. 아마 위의 저 욕으로 시작했을 거예요. 지금은 그 수첩이 없어서 확인은 못 하지만요. 훈련소 나올 때 버리고 왔어요. 그때 뭔 종이쪼가리 주면서 퇴소 소감 쓰라길래 “솔직히 좆같았다”라고 딱 한 줄 썼던 기억이 나네요. 뭐 어때요 익명으로 쓰는 건데.


여하튼 그렇게 2연속 불침번 서면서 나의 불같은 마음을 마구 써내려갔어요. 한 20분쯤 썼나. 막 어깨를 들썩이며 썼던 것도 같아요. 그야말로 분노에 찬 폭풍 글쓰기였죠.


그렇게 한참 쓰고 났더니 기분이…… 어라? 차분해졌어?! 분명 두 번째 불침번 서러 나올 땐 개빡쳤거든요? 근데 글 쓰는 사이에 분노가 가라앉았어. 다 가라앉진 않았어요. 근데 버틸만해졌어. 어느 정도냐 하면 다음날 또 그 동기새끼랑 시시덕거리면서 얘기할 정도로. 아 생각해보면 좀 모자란 애 같다. 철모로 후려쳐도 모자랄 놈이랑 그러고 놀았다니.




좌우간 여기서 교훈: 글을 쓰면 감정이 분출된다. 고로 글쓰기는 정신의 배설 행위다. 그것이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변비 걸려보셨죠? 얼마나 힘들어요. 나와야 할 게 안 나오고 계속 걸려 있으니까 종일 불편하잖아요. 근데 꼭 변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의 감정과 생각도 그래요. 제때제때 분출해야지, 안 그러면 정신의 변비에 걸린다니까. 의식하진 못해도 스트레스 요인이 돼요. 그렇지 않겠어요? 혈액처럼 감정과 생각도 잘 순환돼야 하거든. 묵은 게 나가야 또 새로운 게 들어올 수 있거든.


정신의 묵은 것들도 주기적으로 빼줘야 해. 아니면 마음이 묵직한 게 불편해. 배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어떤 사람에겐 음악이고, 어떤 사람에겐 미술이나 체육이고, 그렇게 각자의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저한텐 글쓰기예요. 내가 취미로든 업으로든 20년 넘게 글 써봐서 아는데 글쓰기는 아주 배설 효과가 좋아요. 그래서 전 글쓰기를 권합니다.


훈련소 마칠 때 다른 동기가 그랬어요. 형 같은 사람 암 잘 걸린다고. 속에 있는 거 잘 안 내보내고 꾹 참는 사람이요. 근데 아직 암 안 걸렸어. 왜냐! 속에 있는 걸 글로 방출했거든. 제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다는 게 곧 글쓰기의 힘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글쓰기로 마음의 찌꺼기를 내보내세요. 그게 꼭 부정적인 감정만 가리키는 건 아니에요. 긍정적인 감정도 글쓰기로 배출할 수 있고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도 글쓰기로 내보낼 수 있어요. 그런 게 마음이나 머릿속에 갇혀 있을 때는 막연하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글로 내보내면 선명해져요. 글이란 문자의 조합이란 명확한 형태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어렵다고도 생각하죠. 무형의 감정과 생각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게 힘들어서요. 근데 괜찮아. 내가 뒤에서 글을 쉽게 쓰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변의가 느껴졌을 거예요. 글로 배설하고 싶은 뭔가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을 거란 말이죠. 그래요 그걸 배설하자는 거예요. 글쓰기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배설할 수 있으면 좋아요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아직 마땅한 배설 방법을 모른다면 속는 셈치고 글 한번 써봐. 이거 돈도 안 들어. 준비물 없어. 폰만 있으면 돼!


꾸준히 배설하셔야 합니다. 그게 건강히 사는 비결이에요. 제가 운동 잘 안 하고도 그럭저럭 건강히 사는 게 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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