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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그렇게 싸가지가 없나요?

by 김콤마
이 분의 글을 우연찮게 브런치에서 보았는데 말씨가 꽤나 거칠고 거의 다른 사람의 글인 줄 알았다. 조금 불필요한 사나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만, 글마다 성격이 다르니 우선 이 책만 이야기해보겠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번역가의 실용 팁, 수입>, Genevieve님 블로그


이 글의 특징은 독자들에게 시종일관 반말로 이래라, 저래라 하며 좀 싹수없이 얘기합니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솔직하고 싸가지 없이 써야 한다고 합니다.
<염두에 두고 있는 세 가지 글쓰기>, 토끼의 지혜님 브런치



내 이랄 줄 알았다! (올해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작으로 내 마음대로 밀고 있는)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를 쓸 때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문체 내지는 말투였다. 나는 분명히 그 글에서도 밝힌 대로 내게 사교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이상적 예를 보여준 L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썼지만 내가 읽으면서도 이게 내 의도와 달리 너무 센 말투로 읽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는 의견을 찾았다. 내가 요즘 매일 ‘김고명’만 아니라 ‘김하이라이트’로도 검색하기 때문에 다 찾아낼 수 있었지(집착!). 한 분은 다소 부정적, 한 분은 긍정적 평가였지만 둘 다 모두 무척 감사한 피드백이다.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의 말투는 내가 인스타에서 쓰는 문체에서 좀 더 나간 것이었다. 격의 없이 말하는 건 인스타와 같고 거기에 “야 야 그만 밍기적대고 좀 해”라고 짓궂게 다그치는, 하지만 악의가 없어서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고 싱긋 웃게 되는(이라고 나는 생각한) 말투를 더했다. 인스타였다면 그게 내 의도대로 먹혔을 거야. 인스타에서는 ‘ㅋㅋㅋ’, ‘ㅎㅎㅎ’ 같은 초성체를 남발하고 각종 이모지를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브런치는 초성체가 금지된 건 아니지만 댓글이라면 모를까 본문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리고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는 출간을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과연 책에도 초성체를 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하’라고 쓰면 좀 촌스럽고 ‘히히’는…… 그래 차라리 그거라도 쓸 걸 그랬나?


브런치는 이모지는 못 쓴다. 못 쓰게 막아놨는지 입력해도 화면에 표시될 때는 깨진 문자가 나온다. 난 인스타에서 주로 눈물 흘리며 웃는 얼굴, 이를 드러내고 킥킥 웃는 얼굴 이모지를 쓰는데 그걸 <레벨업! 페르소나 SNS 글쓰기>에도 썼다면 글이 의도대로 좀 더 장난스럽게 읽혔을 것 같다.


여하튼 글을 쓰면서도 문체가 계속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출간하게 된다면 그 부분을 편집자와 얘기해봐야겠다고도 썼다.


그렇잖아도 이번에 윌라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3》 오디오북을 듣는데 서문에서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힐링 책, 위로하는 책이 먹힌다고 한다. 그렇다면 출간할 때는 다그치지 않고 다독이는 말투로 수정을 해야겠군(많이만 팔린다면 얼마든지 시류에 영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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