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썰려고 조리대에 올렸더니 첫째가 갖고 놀고 싶은 눈치다. 귀찮아도 속을 일일이 긁어내고 있는데 둘째가 내 폰을 갖고 돌아다닌다. 보니까 긴급통화가 발신되기 직전이다. 그래서 뺏었더니 막 신경질일 낸다. 오후 내내 둘이서 장난감 갖고 싸우는 소리 들은 터라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그랬더니 첫째가 이때다 싶어 둘째 탓하다가 실수로 조리대 위에 있던 화병을 엎어서 물이 줄줄줄. 수박 담으려고 내놨던 반찬통 뚜껑이 그 물에 다 젖어서 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고는 분노의 숟가락질로 수박을 벅벅벅 긁어서 줬더니 둘 다 좋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