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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Jul 18. 2023

시작하기가 두려운 창작자를 위한 지침서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리뷰


사십 평생 그림을 못 그리는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만화 그리는 법>을 읽고 저자가 권한 대로 그림일기를 쓴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이제 슬슬 겁이 날 때다. 못 그린다는 걸 인정하고 시작했지만 실력이 조금 늘었다고 욕심이 생긴다. 그림을 완성하고 난 후 반응이 “내가 그림을 그리다니!”에서 “왜 이거밖에 안 되지?”로 옮겨 가고 있다. 이러다 보면 내 그림이 못나 보이고 그리기가 두려워질 것이다.


글쓰기 인생에서 그런 시기를 겪었다.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매일 썼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자 어떤 글을 써도 성에 안 차서 몇 년간 글을 쓰더라도 드문드문 썼다. 그 오랜 공백기를 깨고 두려움을 깬 것은 작정하고 두 달간 매일 뭐라도 써서 온라인에 게시한 후였다.


이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에서 말하는 두려움, 회의, 슬럼프를 이기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매일 꾸준히 그려라, 그래서 그리기 근육을 단련해라, 겁난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절대 두려움을 이길 수 없지만 겁낼 시간에 뭐라도 그리면 결국엔 두려움에 맞설 실력이 생길 것이다.


나는 그 말이 진실임을 안다. 말했다시피 내 글쓰기 인생에서 그런 과장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글 쓰는 게 두렵지 않다. 어떻게든 쓸 만한 글을 완성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느 잡지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혼쾌히 수락했다. 내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주제였고, 그렇다면 어떻게든 글을 완성할 자신이 있었다. 쓱쓱 써서 여유 있게 완성하고 송고했다.


나는 글쓰기에 자신 있다. 마음 먹고 쓰면 감탄이나 감동을 자아내진 못한다 해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글을 쓸 자신이 있다. 이제는 언젠가 그림에도 그런 자신감이 붙으리라 믿는다. 그렇잖아도 이 책에서 추천하는 그리기 훈련법이 바로 그림일기(그리고 낙서)다. 나는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


이 책은 꼭 미술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창작하는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모든 창작자는 언젠가, 어쩌면 수시로,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세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행동과 습관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평범함은 몰개성이 아니라 공감의 기반임을 기억하고, 개성을 기르기 위해 꾸준히 관찰하고 통찰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두려운 것이 그 그림은 처음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위로한다.


나에게는 지금 잘하고 있으니 계속 해보라고 등을 두드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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