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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이라이트 Aug 04. 2023

어른이 되려면 해제해야 하는 것

<어른의 감정 수업> 리뷰

자율주행은 AI 시대에 각광받는 기술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고 서는 세상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미 자율주행이 완전히 구현된 분야가 있다.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우리 마음은 우리의 의지가 개입하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인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불안, 분노, 짜증, 슬픔에 휩싸인다. 자동차에게 자율주행은 신기술이지만 인간에게 마음의 자율주행은 극복해야 할 구태다.


이렇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답게 행동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의 자율주행을 해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른의 감정 수업》은 그 요령을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의식해야 할 마음의 작용, 곧 감정을 여러 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법을 알려준다. 그 대응법이 복잡하진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요즘 가장 유용하게 쓰는 방법은 원치 않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 때 "멈춰!"라고 속으로 외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불안감의 머리를 콱 쥐어박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마음조절법이 실제 상담 사례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각 단원의 마지막에 짧고 부담 없는 글쓰기 과제를 제시해 자신의 마음을, 감정의 근원과 생리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가르치는 느낌은 아니다. 부드럽게 등을 토닥이는 책이다.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저자가 내게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가 드는 사례들이 공감을 자아내니까 내가 이야기하고 저자가 들어주는 것 같은 유대감이 생긴다. 저자도 나처럼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민감한 성격이다. 까칠한 게 아니라 내외부의 자극에 잘 휘둘린다. 이런 사람일수록 마음의 자율주행을 끌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민감성을 잘 이용할 수 있다.


민감한 기질만 아니라 어떤 기질이나 감정도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단, 거기에 마냥 휘둘리면 곤란하다. 어른은 마음의 작용에 현명히 대응하는 사람이다. 내 마음을 수용하되 조절할 수 있을 때 남의 마음도 수용하고 대응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몇 번씩 "멈춰"를 외쳤다. 마음의 자율주행을 멈추기 위해. 어른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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