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눕혀 놓고 불을 껐더니
물통이 없어졌다
인형이 없어졌다
계속 쫑알대길래
다 찾아주고
다시 불 끄고 누우니까
또 뭐라고 쫑알쫑알.
“아빠 이제 대답 안 한다.”
그랬더니
“윤이 자기 싫어.
윤이 화났어.
아빠 나쁜젤이야.”
라고 수십 번은 반복하다 잠든다.
아빠가 ‘나쁜젤’이라니.
이 말의 기원은 첫째가
한창 <라푼젤>에 빠져 있을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책도, 노래도, 영상도 <라푼젤>만 고집하던 아이가
어느 날 물었다.
“근데 나쁜젤(라푼젤)은 왜 착한데 나쁜젤이야?”
그후로 나는 가끔 장난 삼아서
‘나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쁜젤’이란 말을 쓴다.
그걸 어느새 둘째가 습득했다.
역시 애들 앞에서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라푼젤은 탑에 갇혀 살지.
아빠는 이 집에 갇혀 살아.
니들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