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뭐가 그리 급한지 왔나 싶으면 가버린다.
집돌이 집순이도 집에만 있기 아까운 주말이다.
남해 양떼목장에 다녀왔다. 둘째는 울타리 너머로 양들이 보이는 순간부터 울상이고 첫째도 잔뜩 긴장했다. 하긴 네 발로 선 키가 일곱 살 첫째 만하니까 무서울 만도 하지.
하지만 1시간을 운전해서 왔는데 울타리 밖에서만 보면 아깝지.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자 둘 다 기겁해서 둘째는 엄마한테 안겨서 안 떨어지고 첫째도 얼른 풀밭 위의 평상 위로 올라갔다.
첫째가 먹이 바구니를 들고 있으니까 양들이 마구 몰려들고 성질 급한 애는 받침을 딛고 평상 위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둘 다 무서워서 소리지르고 난리 난리. 둘째는 숫제 울면서 “제발 좀 가자!” 오열.
좀비 영화 찍는 줄.
목장을 나와서 점심을 먹는데 평소 성질대로라면 안 먹는다, 피곤하다, 짜증내고 악을 썼을 둘째가 싱글벙글 까르르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후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이 주는 살아 있음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