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토리>의 주인공 추필선과 친구들은 꿈과 열정과 우정을 외치며 정말로 그 외침에 충실한 청춘들이다. 그런 필선이를 아빠는 타박하지도 응원하지도 않고 그저 “밥 많이 무라”는 말로 ‘그래, 다 알겠으니까 사고 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라’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필선이 이 기집애는 맨날 아빠는 왜 그렇게 (쭈굴이 같이) 사냐고 불만이다. 듣다 듣다 아빠는 화를 내는 것고 아니고 그저 한숨을 쉬며 대꾸한다.
“니는 세상이 그래 만만하나?”
20대까지 갈 것도 없고 30대의 나였으면 필선이에게 동화돼서 “그래 나도 좀 더 뜨겁게 살아보자” 다짐하며 극장을 나섰겠지만 지금의 나는 필선이의 마음이 이해는 가도 공감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아빠의 한숨이 내 마음 같았다.
꿈도 열정도 우정도 모두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는 남는 에너지가 없다. 육아도 육아지만 돈 버는 게 힘들어서 그렇다. 몸은 점점 나이가 들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데 (내 일의 경우) 소득이 생산량에 비례하니 지금 벌이라도 유지하려면 매일 고되게 일해야 한다. 또 다른 소득원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긴 하지만 종일 일하고 애 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창작을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꿈, 열정, 우정이 좋은 건 알겠는데 거기에 매몰되기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매일 저녁이 되면 에너지는 바닥이다. 그저 바닥에 털썩 눕고만 싶다.
아 다 필요없고 그냥 비트코인이나 떡상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