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수다. 하지만 2년 전에 독일 연구진이 훨씬 작은 데이터베이스로 비슷한 기법을 구현하면 데이터베이스의 텍스트 보유량이 많지 않은 희귀 언어를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계 번역, 오래전에 잊힌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하다>(영문), MIT Technology Review
처음 번역을 시작할 때는 이 일이 평생 직업이 될 줄 알았습니다. 여든이 되고 아흔이 돼도 글 쓸 기력만 있으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앞으로 10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습니다. 기계 번역의 발달 속도가 무섭거든요.
제가 번역을 시작한 2008년만 해도 기계 번역은 인간 번역에 비하면 가소로운 수준이었습니다. 발번역도 그런 발번역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발에서 명치까지는 올라온 것 같습니다. 여전히 엉뚱한 번역문이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얼추 이해는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요. 저도 스페인어, 아이슬란드어 책을 영어 번역본을 저본으로 해서 중역할 때 종종 영어 문장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구글에서 스페인어와 아이슬란드어 원문을 영어로 번역해봤는데요, 대부분의 경우에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됐습니다.
생각해보면 기계 번역이 발달하는 게 당연하죠.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시대에 사라질 직업을 조사하면 번역가가 반드시 10권 안에 들잖아요? 그만큼 번역가가 AI로 대체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그만한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를 수밖에요.
더욱이 그 공급자의 면면을 보자면 세계적으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입니다. 그러니 발전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그래도 한국어는 아직 데이터 축적량이 적어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오늘 ⟪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사를 보니 데이터베이스가 작아도 기계 번역을 이용할 방법이 발전 중인 것 같네요.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도 아니고 무려 3천 년 전쯤에 쓰이다 오래전에 사라진 고대 언어까지도 번역을 시도할 수준이라네요.
후. 이러다 제 나이 50도 되기 전에 AI가 번역계를 장악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전 어차피 50 되기 전에 은퇴해서 남은 생은 놀고먹을 생각이니까요. 어떻게 그러냐고요? 글쎄요, 아직 10년쯤 남았으니까 차차 생각해보죠.
AI한테 무릎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한 30만 권쯤 팔리는 초대박 베스트셀러는 한 번 내보고 기분 좋게 항복하게 해 주십시오.